인도 여성 레슬링 최초로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영화 <세얼간이>로 국내 관객과도 친숙한 아미르 칸이 주연과 제작을 맡았다. 161분에 달하는 긴 상영시간을 자랑하지만 지루하다는 느낌은 없다. 인도 영화 특유의 뮤지컬 요소가 녹아 있어 경쾌한 느낌을 준다. 실제 경기보다 흥미진진한 레슬링 장면은 영화의 묘미다. 가족애도 놓치지 않는다. 시간의 흐름 속에 멀어질 수밖에 없는 부모 자식의 모습을 그릴 때면, 어쩔 수 없이 마음이 아파진다. 상업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와 감동이 적절히 섞여있다. 한계도 있다. 여성의 사회적 억압을 벗어내야 한다고 외치지만, 가부장적인 모습이 은연중에 드러난다.
영화 <당갈>의 한 장면. NEW 제공.
영화 <당갈>의 한 장면. NEW 제공.
마하비르 싱 포갓(아미르 칸)은 전직 레슬링 선수다. 어려운 집안 사정에 꿈을 포기하고 지금은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고 있다. 아들을 낳아 자신의 못다 한 소망을 풀고 싶지만, 딸만 넷을 낳으며 포기한다. 그러나 첫째 기타(파티마 사나 셰이크)와 둘째 바비타(산야 말호트라)는 동네 남자애들을 때려주고 다닐 만큼 힘과 담력에서 모자람이 없었다. 마하비르는 “남자든 여자든 금메달은 금메달”이라는 깨달음을 얻고 두 딸에게 레슬링 훈련을 시키기 시작한다.
기타와 바비타는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 동네를 뛰어다니고 근력 훈련을 한다. 아버지가 무서워 묵묵히 해냈지만, 참다못해 반항도 한다. 돌아오는 건 ‘레슬링에 방해되는 건 다 없애 버리겠다’는 아버지의 선언뿐이다. 결국, 길었던 머리를 빡빡 밀고 다시 운동에 전념할 수밖에 없다. 다행이랄지, 실력은 나날이 는다. 패배의 아픔과 승리의 기쁨을 맛보며 레슬링의 매력에 진심으로 빠지는 모습도 보여준다. 전국 대회 우승까지 거머쥔 뒤, 기타는 가족의 품을 떠나 국가대표들만 모이는 아카데미에서 훈련할 기회를 얻는다.
기본적으로 스포츠 드라마지만, 두드러지는 것은 가족애다. 어른이 된 자식이 자신의 세계를 가지게 되면서 부모와 멀어지는 모습은 누구나 겪는 일이라 공감이 간다. 아버지의 ‘낡은’ 기술 대신, 아카데미의 ‘선진’ 기술을 따르겠다고 말하는 기타를 보는 마하비르의 표정이 애석하다. 이때, 아미르 칸은 정말 꽤 늙어 보인다. 불과 몇십 분 전에 젊은 시절의 날렵한 모습을 연기했는데, 어느새 배불뚝이의 수염이 듬성한 노인 모습이다. 인도 국민배우로 불리는 그는 약 30년의 세월을 표현하려고 일부러 수십 ㎏의 살을 찌우고 뺐다.
영화 <당갈>의 한 장면. NEW 제공.
여성 인권에 대한 관심은 수시로 드러낸다. 기타와 바비타가 14살에 결혼하는 친구를 찾아간 장면이 인상적이다. 훈련에 지쳐 아버지 험담을 하는 기타와 바비타에게, 친구는 말한다. ‘인도에서 여자는 태어나면 밥이나 빨래만 하다가 시집 보내진다. 너희 아버지는 너희에게 미래를 주려고 노력하시지 않느냐’고. 이 외에도 국제대회를 준비하는 기타에게 마하비르가 ‘네가 이기는 것은 너만의 승리가 아니라 억압받는 인도 여성 모두의 승리’라고 말하는 부분 등이 그렇다.
영화는 인도 사회가 가진 가부장제의 여전한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내기도 한다. 마하비르의 억압적인 교육방식과 금메달을 향한 집념은 지금의 가치관과는 크게 어울리지 않는다. 관객은 다만, 그것이 부모세대가 살아가는 방식의 하나였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받아들일 뿐이다. 아버지의 꿈이 실현되는 중에 어머니의 모습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마하비르의 아내이자 기타, 바비타의 어머니 다야(사크시 탄와르)는 조연이다. 애초에 영화적으로 중요 인물이 아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중요치 않음’이 결국 지금 인도 여성의 현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레슬링 장면은 ‘실제 경기도 이렇게 재밌었나?’라는 생각이 들 만큼 흥미진진하다. 2016년 인도 개봉 당시 3600만 명의 관객을 불러모았다. 중국에서는 할리우드가 아닌 제3 세계 영화로는 최초로 수익 1억 달러를 넘겼다. 국내에선 마블의 흥행 기대작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와 맞붙는다. 25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