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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의 기습

입력 2018.05.06 20:49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4일(현지시간) 이탈리아의 최대 통신사인 TIM 이사회를 장악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지분 9%를 갖고 있던 엘리엇이 소액주주들의 지원에 힘입어 이사회 15석 중 10석을 확보하며 경영 주도권을 쥐게 된 것이다. 엘리엇은 “주주들이 이뤄낸 기념비적인 사건”이라고 했지만 TIM이 헤지펀드에 일격을 당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엘리엇은 하버드대 로스쿨을 나온 폴 엘리엇 싱어가 1977년 설립한 세계 최대 규모의 헤지펀드다. 싱어는 변호사로 일하며 모은 돈과 지인들의 투자금을 합친 130만달러를 종잣돈으로 엘리엇을 설립했다. 현재 350억달러가 넘는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엘리엇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싱어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이익을 도모하는 행동주의 펀드”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엘리엇을 오랜기간 추적해온 미국의 탐사보도 전문기자 그레그 팰러스트는 <벌처스 피크닉>에서 ‘벌처(Vulture)펀드의 전형’이라고 단언했다. 동물의 시체를 파먹는 대머리독수리처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투자전략으로 연평균 35%가 넘는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엘리엇은 아르헨티나 국채를 헐값에 대량 매집한 뒤 “원리금을 전액상환하라”며 소송을 제기해 국가부도 위기를 두 차례나 겪게 했다. 델파이·EMC·리버베드 등 글로벌 기업들도 엘리엇의 표적이 돼 경영권이 흔들리는 등 홍역을 치렀다.

엘리엇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제동을 걸며 국내에 이름을 알렸다. 지난달에는 현대차 3개 계열사 지분 1조원어치를 갖고 있다며 지주회사 전환·배당 확대·자사주 소각 등을 요구했다. 엘리엇은 지난 3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부당한 압력을 행사해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며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추진하겠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엘리엇과 같은 헤지펀드의 먹잇감이 되지 않으려면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경영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다른 동물의 시체까지 파먹는 대머리독수리도 틈을 보이지 않는 상대에겐 덤벼들지 않는 법이다. 자본시장에선 약점이 없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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