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연구진이 공동연구로 광합성으로 에너지를 얻는 원시적인 형태의 인공세포를 만들어냈다. 살아있는 세포와 가장 근접한 구조체를 만든 것으로 인간이 생명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9일 서강대 신관우 교수, 하버드대 케빈 파커 교수, 성대 안태규 교수, 서강대 정광환 교수가 공동연구로 살아있는 세포와 동일한 형태와 기능을 가지며, 빛을 사용해 스스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인공세포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서강대 신관우 교수(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하버드대 케빈 파커 교수, 서강대 정광환 교수, 성균관대 안태규 교수, 하버드대 이길용 연구원
인공세포 연구는 현재 두 가지 접근 방식이 주류를 이룬다. 하나는 살아있는 세포 속 유전 정보가 담긴 DNA의 염기 서열을 조작해 살아있는 세포의 기능을 인간의 의도대로 바꾸는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인공세포가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다. 연구진은 이와 달리 세포를 살아 움직이도록 하는 세포 내 필수 소기관을 사람이 직접 만드는 방식을 택했다. 전자가 마치 소프트웨어처럼 생명을 편집하는 일이라면 후자는 하드웨어를 만드는 것에 비교된다.
연구진은 시금치에서 광합성 단백질과 박테리아에서 광전환 단백질을 추출한 후 빛을 사용해 스스로 생체에너지(ATP)를 생산할 수 있는 인공 미토콘드리아를 제작했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가 수행하는 대부분의 생체 활동과 대사 활동에 필요한 생체에너지를 생산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세포 내 소기관이다. 연구진은 이 인공 미토콘드리아를 인공세포막에 삽입해 골격단백질을 스스로 합성해 형태를 갖추고 움직이는 인공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림1.
A. 광합성으로 유도된 생체에너지(ATP)로 세포 내 골격단백질이 성장한 인공세포의 내부 구조 (빨간색: 인공세포막, 녹색: 골격단백질)
B. 빛에 의해서 세포막의 특정 위치가 변형되어 이동성을 갖는 세포의 움직임
C. 인공 미토콘드리아를 인공세포막 내부로 삽입하는 모식도
D. 빛에 의해서 생체에너지(ATP)를 형성하여 인공세포 내의 골격단백질을 합성하는 모식도
그림2. 광합성으로 세포 내 국부적으로 골격단백질을 합성하는 인공세포
세포막에 둘러싸여 있으며 인공광합성을 하는 미토콘드리아와 유사한 소포체에 의하여 생성된 생체에너지(ATP)로 세포막 내의 골격단백질의 합성을 국부적으로 하여 세포막의 구조 변화와 움직임이 유도하는 모식도(왼쪽)와 형광현미경 사진(오른쪽)
외부에서 빛을 쪼여주면 인공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내 환경에 따라서 스스로 작동하며 지속적으로 생체에너지를 만드는 활동을 수행한다. 이 과정에서 형성된 골격 단백질은 주변의 세포막을 움직이도록 해 마치 세포가 외부 환경에 따라 스스로 움직이는 것과 같은 대사활동을 수행한다. 이 인공 세포는 최소 한달까지 지속적인 대사활동을 하며 광합성을 했다.
신관우 교수는 경향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살아있는 세포 속 DNA를 유전적으로 편집해 새로운 기능의 세포를 만들어내는 방식과 달리 세포 내 필수 기관들을 사람이 직접 만들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며 “진화의 초기단계에 있는 세포와 매우 유사한 형태로 현재까지 인공적으로 구현된 세포 중 가장 진화한 형태와 기능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물론 실제 세포는 이것보다 훨씬 복잡하다. 세포는 주변 환경에 적응하면서 세포 분열을 해 훨씬 더 커다란 기관으로 성장한다. 신 교수는 “인간이 인공세포를 이 정도 수준까지 만들어낸다면 신의 영역에 들어가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며 “그러나 살아있는 세포에서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요소를 모아 세포처럼 형태를 갖추도록 한 것은 큰 진전이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연구진이 8년 간 거둔 성과를 종합한 결과물이다. 연구진은 광합성이 가능한 단계, 광합성으로 물질을 합성하는 단계, 합성한 물질이 세포 단위에서 세포의 형태를 갖추고 움직이게 하는 단계 등 2015년 초부터 굵직한 여러 성과들을 냈지만 이를 발표하지 않고 하나의 완전한 인공세포로 완성하는 시점까지 기다렸다.
인공세포는 살아있는 세포와 매우 유사한 환경에서 자유롭게 실험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고 세포 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의학적 부작용이나 대사활동의 비정상적인 활동의 원인을 밝혀내는데 기여할 수 있다. 기능이 저하된 세포를 대체할 수 있는 기능성 세포를 만들거나 인공적으로 배양된 장기와 조직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하는 가장 핵심적인 기술이기도 하다.
신 교수는 “생명이 어떻게 창조·진화했는지를 밝히는 것은 과학하는 사람의 궁극의 목표”라며 “살아있는 생명체에 가장 근접한 혁신적인 연구성과로 스스로 외부 환경에 적응하고 성장하는 생명체를 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연구 의의를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 28일 자에 게재됐다. 네이처의 하이라이트로도 소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