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토론회에서 나온 박원순과 김문수의 미세먼지 논쟁 살펴보니

송윤경 기자
자유한국당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2018 지방선거 서울특별시장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토론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2018 지방선거 서울특별시장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토론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0일 열린 서울시장 후보 정책토론회는 고농도 미세먼지 책임 공방으로 달아올랐다. 김문수 후보가 먼저 “미세먼지 농도가 오세훈 시장 때 계속 떨어지다가 박원순 시장 때 계속 올라가고 있다”고 공격했다. 그러자 박원순 후보는 “김문수 후보가 경기도지사로 있던 2006년부터 2014년 6월까지 경기도가 서울시보다 미세먼지가 더 높다”고 맞받아쳤다. 누구의 말이 맞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양쪽의 주장이 모두 틀린 것은 아니다. 다만 각 지자체장의 재임기간별 농도변화 수치는 의미를 둘 만큼의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환경부의 대기환경연보를 보면 2011년 서울의 미세먼지(PM 10) 연평균 농도는 47㎍/㎥이었다. 오세훈 전 시장의 재임기간인 2006~2011년 13㎍/㎥이 낮아졌다.

현 박원순 시장은 2011년 10월 취임해 현재까지 서울시 살림을 맡아왔다. 미세먼지 농도는 2012년 41㎍/㎥으로 떨어졌다가 조금씩 오르기 시작해 2016년 48㎍/㎥를 기록했다. ‘오세훈 시장 때는 내려갔는데 박원순 시장 때는 올라갔다’기보다는 ‘오세훈 시장 재임기간 내려간 수치를 대체로 유지했다’고 보는 편이 옳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2017년엔 미세먼지 농도가 44㎍/㎥으로 다시 내려갔다.

김문수 후보가 도시사로 재직할 당시 경기도 미세먼지 농도가 서울보다 심했다는 것은 사실일까. 김문수 후보의 경기도지사 재직 기간은 2006년 7월부터 2014년 6월이다. 2006년~2014년 경기도의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서울보다 5~10㎍/㎥ 높았다. 하지만 경기도에는 공장 등 대기오염물질 배출 사업장이 몰려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자체장의 ‘정책실패’로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이 기간 서울에서의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나타나 격차가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서울시의 연도별 미세먼지(PM10) 농도 추이

서울시의 연도별 미세먼지(PM10) 농도 추이

그렇다면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서울지역 미세먼지 농도가 떨어진 것은 오세훈 전 시장의 공로일까.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2006년부터 2012년까지는 중앙정부의 수도권 대기정책 효과가 나타난 시점이다. 정용원 인하대 교수는 “2005년 즈음부터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됐는데 당시 예산을 주로 경유차 미세먼지 저감장치(DPF) 부착 등에 투입했고, 이와 동시에 거리에 날리는 비산먼지 제거를 위해 도로청소와 건설현장 관리를 시작했다”며 “비산먼지는 인체 위해성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제거 효과가 빨랐고 그게 결과적으로 PM10 통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청계천 효과’가 미세먼지(PM10) 농도를 떨어뜨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2005년 완공된 청계천 때문에 서울 시내 바람 속도가 0.4m/sec 빨라져 PM10 농도가 이전보다 4.4%포인트 낮아졌다는 내용이다.

2012년 이후 미세먼지 저감율이 지지부진한 이유로는 경유차로부터 나오는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을 억제하는 정책이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임영욱 연세대 교수는 “경유차가 2016년에 2000만대를 돌파하는 등 경유차 비율이 비약적으로 커졌는데 여기에는 저렴한 경유값, 정부가 ‘클린디젤’을 내걸고 경유차 활성화를 유도하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면서 “경유차에 부착하는 저감장치(DPF)는 초기 몇년간만 효과가 유지되기 때문에 경유차 대수가 폭증하면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농도는 오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그러면서 “미세먼지 발생원의 변화와 전반적인 대기정책을 함께 분석해야지, 특정 지자체장의 재직기간을 기준으로 뚝 잘라 정책성과를 얘기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2006년~2012년에 미세먼지(PM10)농도가 낮아졌다고 해서 당시 서울의 공기질이 좋아졌다고 볼 수 없다는 지적도 내놨다. 김동술 경희대 교수는 “자체적으로 PM2.5의 농도를 분석해 왔는데 PM10 농도가 떨어지는 2008년 이후 시점에 오히려 인체에 더 해로운 PM2.5의 비중은 늘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한국은 미세먼지 농도를 발전소, 1~3종 대형 사업장, 자동차 등에만 한정해 측정한 다음 합산하기 때문에, 미세먼지 전체 총량을 알 수가 없는데 ‘떨어졌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사업장은 전국에 5만7500곳이 있는데 그중 미세먼지 규제를 받지 않는 소형 사업장이 94%를 차지한다. 이들 사업장의 미세먼지·초미세먼지 배출량은 확인할 수 없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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