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흠의 생활 속 회계이야기]경제·기업 환경 복잡해질수록 회계기준은 원칙 중심으로](https://img.khan.co.kr/news/2018/06/03/l_2018060401000110100017911.jpg)
연초 주식시장에서는 바이오 기업들의 개발비 회계처리가 뜨거운 논란이었다. 이미 지출한 개발비를 비용이 아닌 자산으로 인식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와 외국 기업들에 비해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자산으로 표시하는 개발비 금액 비중이 크다는 것이 주요 이슈였다. 결국 금융감독원은 바이오 기업들의 개발비 회계처리 적정성에 대한 회계감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도 도마에 올랐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분율 50%를 초과해서 보유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기업에서 관계기업으로 분류한 것과 분류 당시에 주식가치를 너무 높게 평가해서 재무제표에 반영했다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주식시장에 큰 영향을 끼치는 회계이슈가 연달아 터져서 회계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왜 기업들의 회계처리가 자꾸 논란이 될까?’ ‘회계기준에서 정해준 대로 기업이 따르면 되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을 할 것이다.
안타깝게도 회계기준에는 수많은 재무제표 항목에 대해 세부적인 계산방법이나 절차가 다 나열되어 있지 않다. 원칙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기업이 재량적으로 판단해서 결정하면 된다. 상장기업들에 적용되는 국제회계기준의 특징이 바로 이 점이다. 원칙중심 회계로서 기업은 양적요소뿐만 아니라 반드시 질적인 부분에 대해 전문가적 판단을 해서 기업의 회계원칙을 스스로 정해야 한다. 판단을 할 때 거래의 실질과 경제적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 판단 결과에 따라 개발비가 자산으로 갈 수도 있고, 비용으로 처리될 수도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이슈도 비슷한 맥락이다. 단순히 지분율이 50%가 넘으니 지배종속관계가 성립한다고 단언할 수가 없다. 이해당사자 간 약정사항이나 여러 상황으로 인해 실질적인 지배력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 실질이 무엇인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으니 이렇게 논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었다. 두꺼운 회계기준서에 대한 적절한 해석과 기업 및 감독당국의 판단근거에 따라 결과가 갈릴 것이다.
회계기준이 법처럼 정해지고 수학처럼 답이 딱딱 떨어지면 좋겠지만 경제환경이나 기업들의 사업활동이 점점 복잡해지니 회계기준도 원칙 중심으로 가는 게 합리적이다. 단, 기업들마다 같은 거래나 사건에 대하여 서로 다른 회계처리를 하다 보니 기업 간 비교가능성이 떨어져서 정보이용자를 보호하지 못한다는 문제점도 분명히 있다. 일장일단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회계기준이 계속 개정되고 있고 점점 복잡해지는 쪽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는 개정된 수익인식 관련 회계기준서가 적용되면서 기업들의 실적이 예년과 비교해서 크게 바뀐 경우가 많다. 또한 수취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설정하는 기준도 발생손실에서 예상손실로 개정되면서 엄격해졌다. 이로 인해 손익과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받는 기업들도 늘었다.
내년 리스회계, 2021년 보험회계가 개정되면 재무적으로 불리해지는 기업들이 많이 나올 것이다. 이를 인지하고 가려내려면 결국 정보이용자 스스로가 회계공부를 할 수밖에 없다. 모든 기업들의 경제적 사건이나 거래가 하나의 언어인 회계로 구현돼 공시되므로 회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큰 이슈가 터질 때마다 혼란에 빠지기보다는 먼저 원인을 파악하고 결과를 예상할 수 있어야만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회계지식으로 무장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