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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브라든 검은 브라든 보는 게 잘못된 것 아닌가요?˝···거세지는 교실 페미니즘

입력 2018.06.08 10:58

수정 2018.06.10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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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부산 동래구 ㄱ여자중학교 내부에 학생들이 붙인 포스트잇. 독자 제공

지난 4일 부산 동래구 ㄱ여자중학교 내부에 학생들이 붙인 포스트잇. 독자 제공

“노브라든 검은색 브라든 보는 게 잘못된 것 아닌가요?”

“성평등 가르쳐야 할 학교에서 왜 성차별 가르치나요?”

지난 4일 부산 동래구의 ㄱ여자중학교 계단 층계참과 복도 벽, 엘리베이터 등 교정 곳곳이 색색의 포스트잇으로 가득했습니다. “속옷색이 무엇이든 그것은 내 자유입니다” “속옷색 규정 ‘시선강간’이다” “속옷이 비치는 것이 선정적인가요? 그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문제 아닌가요?” 등의 내용이 벽을 메웠고, 층계참의 한 창문에는 ‘검은 브라’라는 커다란 글씨가 나붙었습니다. 이 학교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지난 4일 부산 동래구 ㄱ여자중학교 내부에 학생들이 붙인 포스트잇. 독자 제공

지난 4일 부산 동래구 ㄱ여자중학교 내부에 학생들이 붙인 포스트잇. 독자 제공

지난 4일 부산 동래구 ㄱ여자중학교 내부에 학생들이 붙인 포스트잇. 독자 제공

지난 4일 부산 동래구 ㄱ여자중학교 내부에 학생들이 붙인 포스트잇. 독자 제공

지난 4일 부산 동래구 ㄱ여자중학교 내부에 학생들이 붙인 포스트잇. 독자 제공

지난 4일 부산 동래구 ㄱ여자중학교 내부에 학생들이 붙인 포스트잇. 독자 제공

지난 4일 부산 동래구 ㄱ여자중학교 내부에 학생들이 붙인 포스트잇. 독자 제공

지난 4일 부산 동래구 ㄱ여자중학교 내부에 학생들이 붙인 포스트잇. 독자 제공

이 포스트잇들은 학생들에게 ㄱ여중의 복장 규정을 비판하기 위해 이날 오전부터 학생들이 직접 써붙인 것입니다. 복수의 학생들에 따르면 지난 1일 일부 교사들이 규정을 내세워 검정색 브래지어를 입은 학생을 규제하겠다는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ㄱ여중은 현재 바른생활규정을 통해 학생들에게 브래지어 등 속옷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흰색의 속옷만 입을 수 있도록 강제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이 규정을 여성의 가슴을 ‘성적인 것’으로 보는 성차별로 인식하고, 이 규정에 의거해 ‘속옷 규제’를 하겠다는 교사의 발언 역시 문제적이라며 이 같은 포스트잇 운동을 시작한 것입니다.

포스트잇 운동이 전개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 3일, 속옷 규제에 분노한 학생들은 오픈 채팅방을 만들어 반대 운동을 준비했습니다. 전교생 600여명의 3분의1 가량인 200여명의 학생들이 채팅방에 모여 문제 의식을 공유하고 운동의 방향을 정했습니다. 곧이어 해당 규정을 폐기하기 위한 교내 포스트잇 운동, 탄원서 작성, 서명운동이 시작됐습니다. 전학년 모든 학급에서 진행된 서명운동에는 400여명이 넘는 학생들이 참여했습니다.

지난 4일 부산 동래구의 ㄱ여자중학교 교문 앞에 학생들이 붙인 탄원서. 독자 제공

지난 4일 부산 동래구의 ㄱ여자중학교 교문 앞에 학생들이 붙인 탄원서. 독자 제공

학생들은 탄원서를 통해 “여성은 ‘브래지어’라는 속옷을 착용해야 할 의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에게 이를 입게 하는 것은 여성의 가슴을 ‘몸’이 아닌 ‘성적인 것’으로 보는 시선 때문”이라면서 “학교 규정으로 인해 자유권과 평등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학교가 여학생들에게 흰색 브래지어 착용을 강제하는 것은 여성의 가슴, 그리고 그 가슴을 가리는 브래지어까지도 겉으로 보이지 않게 숨겨야하는 ‘성적인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ㄱ여중 3학년 ㄴ양(15)은 6일 경향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남자의 가슴은 그냥 ‘몸’인데 왜 여자 가슴은 ‘성적인 것’ ‘음란한 것’으로 보는지 모르겠어요. 왜 굳이 가슴을 브래지어로 가리고, 그 브래지어를 티셔츠로 또 가려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아요”라고 말했습니다.

ㄱ여중 학생들의 운동은 최근 화제가 된 ‘탈코르셋 운동’ ‘상의 탈의 시위’ 등 페미니즘 운동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코르셋’이란 여성에게만 강요되는 화장한 얼굴, 긴 머리, 날씬한 몸매 등 일정한 외모 규준을 비판적으로 이르는 페미니즘 용어로, 올해 초부터 10대·20대 여성들은 탈코르셋 운동을 주도해왔습니다.

ㄴ양은 “이번 운동에서 가장 많이 나온 말이 ‘내가 브라를 입든 말든, 무슨 색을 입든 상관하지 말라’였어요. 우리는 여성 청소년은 조신하고 소녀답게 용모를 가꾸고 관리해야 한다는 외모 코르셋을 비판하고 싶었던 거예요. 불꽃페미액션 활동가들이 상의 탈의를 하고 ‘내 몸은 음란물이 아니다’라고 외쳤던 것과도 비슷해요. 우리의 가슴은 성적인 것이 아니에요”라고 말했습니다

▶관련기사 “화장 안하면 찐따 취급” ···‘#탈코르셋 운동’ 중심에 선 10대들
긴 머리·화장을 거부한다” 1020 여성 ‘#탈코르셋’ 운동

이들의 문제제기는 속옷 규제 비판에만 한정돼 있지 않습니다. “Girls Can Do Anything!” “성소수자도 인권이 있다” 등의 포스트잇에서는 학내 여성 혐오, 성소수자 혐오 전반에 대한 비판도 터져나왔습니다. 이 학교 3학년 ㄷ양(15)은 “지금까지 쌓여왔던 게 터진 거죠”라면서 “이제껏 학교 선생님들이 ‘여자는 아이를 낳기 위해 태어났다’ ‘너희는 여자애들이 왜 그러냐’ ‘여자애들은 여자답게’ ‘왜 호모를 좋아하냐’ 등 여성 혐오·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계속 해왔어요. 이제까지는 그 말이 잘못됐다는 목소리를 내도 바뀌는 것이 없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ㄱ여중에서 벌어진 ‘검은 브라’ 운동은 갑자기 벌어진 ‘이색 시위’가 아닙니다. 중·고등학생들의 페미니즘 운동, 특히 포스트잇을 이용한 운동은 지난해 말부터 학교 안팎에서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미투의 열풍이 거세게 불었던 올 초 서울 노원구의 한 사립여고에서는 창문 한가득 포스트잇을 붙여 학내에서 성폭력을 자행한 교사를 고발하기도 했습니다.

▶관련기사 ‘창문 미투’ 여고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지난해 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학교 화장실, 게시판, 복도 등에 페미니즘 글귀를 적어 붙이는 포스트잇 운동에 참여했다는 중·고등학생들의 ‘인증’ 열풍이 불기도 했습니다. 당시 이 운동에 참여했던 한 학생은 “선생님들의 여성혐오 발언을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운동에 동참했었어요. 친구들과 선생님들에게 페미니즘의 문제의식을 알리고 싶어 서적·SNS·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본 글귀를 참고해 학교 곳곳에 붙였습니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이 붙였던 포스트잇에는 “부드러운, 순종적인, 갸냘픈: 여성의 모습을 떠올리셨나요? 편견도 여성혐오입니다”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하는 과도한 미의 기준에 맞추려고 나의 행복을 포기하지 마세요. 우리는 아름답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는 사회에 살아야 합니다” 등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지난 4일 부산 동래구 ㄱ여자중학교 내부에 학생들이 붙인 포스트잇. 독자 제공

지난 4일 부산 동래구 ㄱ여자중학교 내부에 학생들이 붙인 포스트잇. 독자 제공

윤김지영 건국대 교수는 “현재 10대 여성들은 현재 가장 절박한 여성 의제가 무엇인지 잘 보여주는 그룹으로 최근의 페미니즘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윤김 교수는 “오랜 시간 이어져온 학교의 복장 규제가 전통·관습이 아니라 기성세대·남성에 의한 폭력이라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고 제동을 걸고 나서기 시작한 것이 바로 10대 페미니스트들”이라면서 “이들은 강남역 살인사건·미투 운동에서 등장했던 포스트잇을 통해 ‘여성의 말하기 물결’을 이어나가면서 페미니즘 정치학을 펼쳐나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학생들의 조직적인 운동에 ㄱ여중은 4일 오후 급하게 학생 대의원회를 소집해 해당 교칙의 폐지안을 논의하고 절차에 따라 처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10대들의 페미니즘 운동이 나날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ㄱ여중의 운동이 성공리에 끝맺을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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