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 앞은 이미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그 언제보다 사람들이 많이 왔다고 했다. 맞은편에는 이른 저녁부터 커피와 맥주와 자질구레한 요깃거리를 파는 노점상이 자리를 폈다. 한쪽으로 소방차, 한눈에도 놀랄 만큼 많은 정복 경찰들. 시간에 맞춰 도착한 개표소는 이미 당장이라도 당선인을 가려낼 태세로, 곧 도착할 투표함을 기다리고 있었다.
![[시선]경남지역 군수 선거](https://img.khan.co.kr/news/2018/06/17/l_2018061801001935900157631.jpg)
선거 캠프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군수 선거 경험이 있는 사람은 더더욱 손에 꼽을 만큼. 그러니까 자유한국당, 혹은 그 계열에 있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제대로 군수 후보가 나온 적이 있었나 싶었던 것이, 이곳의 현실이었다. 후보자도 갑작스럽게 결정되었고, 선거 캠프는 그보다 더 더 갑작스러운 모양새였다. 경남에 내려와 살게 된 지 10년인데, 선거 일을 거들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10년짜리 외지 것은 여전히 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가늠하기도 힘들었고, 또 어설프게 끼어들었다가는 오히려 중차대한 일에 누가 될 수도 있겠다 싶었기 때문이었다. 늦게서야 선거 일을 돕기로 결정이 된 까닭이기도 했고, 스스로도 선거라는 일 한복판을 경험해 본 적은 없었기 때문에, 그저 손을 보태서 일을 거드는 정도이리라 짐작했다. 하지만 일은 쏟아졌고, 그야말로 선거라는 일은 한 사람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것 너머까지 언제나 일들이 줄지어 있었다.
개표소의 분위기도 전에 본 적 없는 풍경이라 했다. 참관을 하는 사람들이 개표 과정에 신경을 쓰기보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득표수를 알아내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었다는 것이 가장 큰 아쉬움이었는데, 그만큼 치열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자유한국당의 젊은 참관인은 “내 이리 어려븐 선거는 처음이라” 하는 소리를 몇 번이나 되뇌면서, “에헴, 하면서 자리나 바라는 사람들은 이제 그만해야 해. 이리 계속하믄 지지. 싹 바꿔야 해” 하고는 입을 꾹 다물었다.
선거는 졌다. 젊은 사람이 조금이라도 많은 곳일수록, 사람들 왕래가 많은 곳일수록 표를 더 많이 얻었지만, 그 분위기가 군 전체 구석구석까지 전해지지는 못했다. 무엇보다 아직 같은 편에서 일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 그 얼마 되지 않는 사람들조차 조직을 꾸려서 일해 본 경험이 많지 않다는 것 따위가 가장 아쉬웠던 점이었다. 경남의 군 지역에서는 김경수 당선인이 김태호 후보보다 표를 더 많이 받은 단 2곳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었다. 군의회에는 더 많은 군의원들이 당선되었고.
군수 후보의 득표율이 박근혜와 선거를 치렀던 문재인 대통령의 그것과 거의 비슷한 만큼, 그만큼 다음 선거를 기대하게 되었다. 물론 다시 4년이 돌아오기까지, 차곡차곡 준비할 것들을 쌓아가야만 하겠지만, 경남에서 선거를 치르는 것이 어떤 것인지, 얼마나 수도권이라는 곳과 다른지 하는 것들을 절감하는 기회도 되었다. 김경수 도지사 당선인은 옷에 몸을 맞추며 살아왔다고 했다. 드러나지 않았던 그의 이력들이 지금 이 자리까지 오는 데에 밑거름이 되었을 것이다.
투표함을 하나씩 열어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어쩌면 가능성이 있다고도 점쳐졌던 우리 지역의 군수 선거가 그랬던 것처럼, 경남도지사도 김경수가 아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모를 일이었겠다 싶었다. 드루킹과 외모는 그저 거들었을 뿐. 표를 찍는 사람들은 용케도 큰 선거일수록 사람을 제대로 가려낸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선거가 끝난 다음 날, 했던 일을 돌아보는 회의는 열리지 못했다. 누군가는 매실을 따야 한다고 했고, 마늘을 캐러 간다고도 했다. 우리 논에는 밀이 다 익어 있었다. 꼬박 이틀을 매달려 밀 타작을 하고 있으려니, 얼른 논둑 치고, 물 대라, 지금까지 남들 다 모 심구로 뭐 했나 하는 소리를 하루 종일 들었다. 밀을 베고 물길을 열었다. 논에 새 물 드는 소리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