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에 자료 요청…상고법원 도입 관련성 여부 집중 조사
“대법 자료만 바라보고 일 안 해”…다른 기관까지 확인 나서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당시 법원행정처의 상고법원 도입을 위한 재판거래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기획재정부에도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이 사건 전모를 파악하기 위해 법원행정처뿐 아니라 다른 기관에도 전방위적으로 확인 작업에 나선 것이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지난 19일 법원행정처에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할 당시 기재부에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행정처가 상고법원 관련 예산을 신청한 내역 등을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이 이번 수사와 관련해 다른 부처나 기관에 자료 제출을 요청한 사실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검찰의 자료 요청은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시기 등을 파악해 대법원과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재판거래 의혹 규명에 참고 자료로 사용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재부에서는 현재 검찰의 요청에 부합하는 자료가 있는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대법원이 상고법원 관련 예산을 신청했다면 어떤 근거로 신청을 했는지, 재판거래와 연관이 있는지 면밀하게 살필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예산이 배정됐다면 해당 예산이 용도에 맞게 쓰였는지 검찰이 추적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과거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대법원이 양 전 대법원장의 숙원 사업이었던 상고법원 홍보를 위해 안내책자·핸디북·동영상·포스터 제작 및 지하철·포털사이트 광고 등에 수억원의 예산을 낭비했다는 지적이 수차례 제기된 바 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팀이 대법원이 제출하는 자료만 바라보고 일하고 있지 않다”며 “기재부 외에 다른 정부 기관에도 필요한 자료를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제출을 거부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 관련자들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에 대해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는 대신 임의제출을 다시 요청하기로 했다. 법원행정처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한 문서 파일 410개 중 일부를 제외한 것만 지난 26일 검찰에 제출했지만, 검찰은 증거능력 확보와 진상규명을 위해 하드디스크 원본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지난해 이미 ‘디가우징’(강력한 자력으로 하드디스크의 모든 데이터를 영구 삭제하는 방식)된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대법관(전 법원행정처장)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도 복구 시도를 해봐야 한다며 법원행정처에 재차 제출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법원행정처는 압수수색영장 없이는 하드디스크 원본을 검찰에 제출하긴 어렵다는 입장이 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행정처가 끝까지 임의제출을 거부할 경우 검찰의 유례없는 대법원 강제수사가 현실화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