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행정처, 재산 내역 등 뒷조사·변협 산하재단 예산 삭감 ‘압박’도
특조단 확보 410개 파일 중 ‘부당 수임 찾자’ 전략 담긴 문건도 나와
김명수 대법, 알고도 공개 안 해…검찰, 하 전 회장 불러 피해자 조사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양 전 대법원장의 숙원사업이었던 상고법원을 반대한 하창우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64·사진)을 압박하기 위해 하 전 회장의 사건 수임 내역부터 재산 현황까지 뒷조사하는 등 사실상 ‘민간인 사찰’을 벌인 정황이 확인됐다. ‘김명수 대법원’은 이 같은 내용을 확인하고도 “사법행정권 남용과는 무관하다”며 공개하지 않았다.
29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 확보한 410개 파일 중에는 법원시스템을 이용해 하 전 회장의 부당 수임 내역을 찾아내고 이를 국세청에 알리는 전략이 적힌 문건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법원 등기소에 등록된 정보를 통해 하 전 회장의 부동산 내역 등을 뒷조사하려 한 정황도 담겨 있었다. 대법원이 민간인 신분인 하 전 회장을 사찰한 것이다.
당시 법원행정처가 변호사 평가제도를 도입해 하 전 회장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특정 언론을 통해 하 전 회장에 대한 비판 기사를 내보내려 한 사실도 확인됐다. 또 대한변협 산하기관인 대한법률구조재단에 대한 대법원의 예산 삭감도 검토했다.
이 같은 내용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이 임 전 차장 등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 확보한 ‘(140901)대한변협 압박방안 검토’ ‘(150417)대한변협 대응방안 검토’ ‘(050813)대한변협 회장 관련 대응방안’이라는 제목의 파일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지난달 특별조사단은 “임 전 처장 등의 사법행정권 남용이 의심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도 이 같은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지난 5일 사법행정권 남용과 관련된 410개의 파일 중 98개는 원본을 공개했지만 해당 파일은 공개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 밖에 검찰은 대법원이 2015년 7월 전원일치로 내린 성공보수 무효 판결도 하 전 회장을 비롯한 대한변협을 압박하는 수단이 되지 않았는지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 전 회장은 2015년 2월~2017년 2월 대한변협 회장을 지냈다. 그는 상고법원에 대해 “대법원과 같은 심급인 상고심을 관할하는 법원이므로 위헌적 제도”라며 “상고법원을 설치하면 4심제가 되어 국민의 신속하게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된다”며 상고법원 도입을 강하게 반대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이날 하 전 회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이 이번 사건을 수사하면서 고발인이 아닌 피해자를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수사팀은 지난 28일 법원행정처 실무진을 만나 양 전 대법원장,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임 전 차장 등이 사용했던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제출해달라고 재차 요구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26일 검찰에 410개 파일 대부분을 제출했지만 하드디스크 원본, e메일 자료, 판사 인사기록, 업무용 카드 사용 내역 등은 검찰에 제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