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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지방 공동체를 원한다

입력 2018.07.01 21:09

수정 2018.07.01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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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몰려오고 있다. 6년 만에 장마에 겹쳐 겪게 될 태풍 쁘라삐룬, 이름처럼 낯설고 두렵다. 아파트를 벗어나 처음 살아보는 옥상집에서 겪게 될 태풍이라 더 겁난다.

엊그제 녹색연합에서 정선 가리왕산 알파인스키장 감사를 청구했다. 원시림과 다양한 생태가 사는 숲을 누가 어떤 과정으로 스키장을 만들게 되었는지 종합적으로 검증해 달라는 요청이다. 1561m 높이의 강원도 정선 가리왕산, 평창 겨울올림픽 알파인 스키 경기장으로 쓰이느라 천년원시림이 갈가리 찢겼다. 며칠 반짝 화려했던 스키장의 모습은 사라지고 토사와 돌무더기가 리프트 승강장 주변까지 밀려 내려왔다. 이 태풍에 스키라인을 타고 그 돌들이 마을로 굴러 내려오지는 않을지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

[정동칼럼]지속가능한 지방 공동체를 원한다

지난 6월13일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있었다. 압도적으로 여당이 승리하였다. 축배를 들 시간도 없이 태풍소식에 몇몇 자치단체장은 오늘(7월2일) 있을 취임식도 생략한 채 태풍대비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한다. 다행이긴 한데 유권자들은 압승에 상응할 압도적인 공약을 기다렸다. 당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방정부의 성공이다.

일본을 보면 우리의 10년 후가 보인다고 한다. 전후 오랫동안 고도성장으로 번영을 누린 일본인들은 성장이 아닌 사회를 알지 못했다. 우리도 그러하다. 여전히 성장론, 발전론에 근거한 정책들이 대부분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모든 개발계획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겠다는 곳이 있었던가. 미세먼지의 공포, 고용 없는 성장, 생산인구 감소, 출산율 급감, 급격한 고령화, 고독사회의 한가운데서 이번 지방선거가 지방정치의 대전환의 기회가 될 수 있었는데 공약은 뒷전이고 정당만 바라보았던 것은 아닐까 우려된다.

르포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후지요시 마사하루(藤吉雅春)는 어떤 마을의 이야기를 듣고 솔깃하였다. 노동자 세대 실수입이 도쿄를 여유있게 제쳐버린 촌마을이 있다니 어딜까. 르포작가답게 취재를 했더니 놀라운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정규직 사원 비율 1위, 대졸 취업률 1위, 인구 10만명당 서점 숫자 1위, 노동자세대 실수입 1위, 노인과 아동 빈곤율 및 실업률은 가장 낮은 마을. 게다가 초·중학교 학력평가 1위인 일본의 후쿠이현을 취재하였다. 우리나라 구미만 한 크기로 세계 3대 안경 산지 정도로 알려진 후쿠이현은 일본 내 행복도 평가에서도 10년 넘게 부동의 1위를 달리는 지역이다.

<이토록 멋진 마을, 행복동네 후쿠이 리포트>에 따르면 후쿠이현은 ‘일본 내 유럽’이다. 독보적으로 진화해온 후쿠이현이 자랑하는 제조업 대다수는 그저 그런 사양산업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쿠이에는 세계 1위 제품 및 기술이 14개, 일본 내 1위가 51개나 있다. 이런 ‘사양산업판 실리콘밸리’를 만든 원동력은 산학협력이라고 한다. 그러나 일본은 물론 우리네 지자체도 산학협력을 표방하지 않은 곳은 없을 것이다. 후쿠이를 진짜 행복하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

일등공신은 바로 교육이라고 저자는 단언한다. 200% 동의한다. 내리 4선을 기록한 후쿠이 시장은 ‘10년 앞을 내다본 수업’을 기초로 삼아 독자적인 학습법을 구축해왔다. 대학입시에 맞춘 수업이 아니라 생각하는 법을 가르쳤고, 잘하는 학생이 조금 못하는 친구를 도와 함께 공부했다. 자기가 잘하는 것에 집중했고 직업으로 선택할 수 있게 미리 준비하였다. 그래서 후쿠이 출신들은 취업률도 좋지만 이직률도 가장 낮았다.

이런 교육 덕분에 도시로 떠나는 젊은이들과 일을 그만둬야 하는 노인들을 찾아볼 수 없다. 여성이 일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으며 아이들을 마을이 함께 돌봤다. 시계톱니바퀴처럼 크고 작은 톱니들이 맞물리며 서로가 마을을 지탱한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게다가 지역민들 서로 간의 애착 이상으로 외지인을 배척하는 문화 또한 없다. 누구와도 협력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혜를 자연스레 습득했기 때문이다.

인구 늘려 보겠다고 ‘결혼 안 하면 죄책감’ 느끼게 하겠다는 모 도지사에게 아연실색한다. 도지사가 결정하면 도민은 따르는 존재인가? 대단한 시대착오, 이제 그만 보고 싶다. 강원도 정선 마을에 후쿠이 같은 지방정부가, 후쿠이 같은 공동체가 있었더라면 평창 아니라 더한 것이 와도 지금 같은 참상은 없었을 것이라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이러한 태풍 속에서 제주도에 들어온 예멘 난민들은 어떻게 지낼지 그 심란한 마음 한 조각을 새기고 싶다. 가리왕산도 북한의 민둥산도 험한 태풍에 잘 견뎌내길 함께 빌어보자. 이제는 유권자와 당선자가 머리를 맞대 함께 해결하는 문화가 정착되기를 기원한다. 지속 가능, 그 안에서 싹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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