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양승태 법원행정처 문건에 나온 특정 언론사 기자의 기사 확인
법원 도움 없인 취재하기 힘든 내용…사찰 정보 제공 가능성도 조사
검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2015년 하창우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64)을 압박하기 위해 특정 언론사 기자를 활용해 기사를 내보낸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 중이다. 검찰이 확보한 당시 법원행정처 문건에 해당 기자를 ‘이용’한다는 내용이 있고, 실제 한 달 후에 이 기자가 하 전 회장의 수임 사건 처리를 비판한 기사를 작성한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 기사가 작성되는 데 대법원이 관련 정보를 제공했는지 수사하고 있다.
1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한 일간지가 2015년 5월 하 전 회장이 변협 회장 취임 전 개인적으로 수임했던 사건을 취임 후 변협 상근직원인 사무차장에게 위임했다고 비판한 기사를 확인했다. 검찰이 대법원에서 임의제출받은 그해 4월 문건에는 해당 기사를 쓴 기자가 이전에 쓴 기사들을 언급하면서 이 기자를 이용해 하 전 회장을 비판하게 하자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당시는 하 전 회장이 취임한 지 3개월이 지난 시점으로 하 전 회장은 회장에 당선되면서부터 양 전 대법원장의 숙원사업이던 상고법원 설치를 반대하는 입장을 뚜렷이 했다. 검찰은 해당 기사에 변협 사무차장이 언제 어느 법원에 출석했는지 등 법원의 도움 없인 취재하기 힘든 내용이 담겨 있어 대법원에서 관련 정보를 제공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29일 조사에서 하 전 회장에게 이 기사에 대해 물었다. 하 전 회장은 “당시 기자가 어떻게 알고 썼는지 의아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문건 작성 당시 법원행정처 관계자 등을 상대로 수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검찰의 의심이 사실이라면 대법원이 변호사단체 수장에 대한 정보를 사찰하고 이를 언론에 흘린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또 전관 변호사의 수임 내역 등은 개인정보여서 공개할 수 없다던 대법원이 자신의 목적을 위해 특정 변호사의 수임 정보를 활용한 것이기 때문에 이율배반이라는 비판도 나올 수 있다.
대법원 문건에는 하 전 회장을 압박하기 위해 ‘하 전 회장의 부실 변론을 부각하자’는 방안도 담겨 있다. 대법원이 이를 실행에 옮겨 하 전 회장이 변호했던 사건의 재판 기록을 뒤졌다면 이 역시 위법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대법원은 문건에서 하 전 회장이 상고법원 설치에 반기를 들고 나선 이유에 대해 ‘다음 총선에서 야당 후보로 나가려고 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