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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단체는 ‘공짜’라는 편견

입력 2018.07.22 20:26

수정 2018.07.22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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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어느 날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환경재단이죠? 그동안 행사 많이 하셨던데 뭐 좀 여쭤보려고요. 저희는 환경부의 사업을 대행하는 에이전시예요. 저희가 이번에 용역을 맡아서 기획 중인데요. 기후변화를 줄일 수 있는 아이디어 좀 얻고 싶어서요.” “자문료 주나요?”라고 묻자 “네? 자문료요? 네에… 조금 드릴 수는 있지만, 그냥 전화로 말씀해 주시면 안 될까요?”라고 에이전시 관계자는 답했다. 정부가 중요한 행사를 능력도 없는 업체에 맡기면서 환경단체가 피땀을 흘려 만든 콘텐츠를 공짜로 빼먹으려 들다니 한심하였다.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을 명예훼손으로 옥죄던 MB정부 시절의 일이니 그러려니 한다.

[정동칼럼]시민사회단체는 ‘공짜’라는 편견

그러나 지금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여전히 정부 프로젝트에서 인건비는 알바 수준이고 기획료는 아예 항목 자체가 없다. 정부지원금 회계처리는 너무 복잡해서 전담 직원이 필요할 정도다. 시민단체를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고 만든 회계시스템이라고나 할까.

사회를 구성하는 분야를 셋으로 나누라면 정부, 기업, 그리고 시민사회가 될 것이다. 시민사회란 한때는 정부에 반하는 시위대처럼 인식되었으나 원래 의미는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이 공익을 위해 조직한 활동이나 단체를 일컫는 폭넓은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통상 접하는 비영리 민간단체, 공익 법인, 사회복지 법인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우리는 100년 전에 3·1 만세운동을 통해 대한제국의 독립을 만방에 알린 전통이 있고, 불과 1년 전에는 촛불혁명을 통해 정권을 바꾼 저력의 시민사회가 존재하는 나라다. 그럼에도 시민사회가 정부나 기업과 대등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하기엔 부족한 점이 많다.

지난 1월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우리 단체는 모 기업의 요청으로 ‘맹그로브 심기’ 제안서를 낸 적이 있다. 상당기간 논의 끝에 기업으로부터 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럴 수 있다. 그런데 얼마 후 그 기업은 우리가 낸 기획과 상당히 유사한 프로그램을 한다며 기업의 이름으로 각 일간지에 전면광고를 냈다. 일단 우리 것을 카피한 것이 아닐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었고, 글로벌 기업이 한 것치고는 너무 적은 액수라 신문에 전면광고로 낼 만한 것일까 의아했다. 상황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더 충격을 받았다. 한번쯤 사과를 할 만도 했으련만 담당 간부는 미스커뮤니케이션일 뿐이라 일축하였다.

이 염천에 화를 돋울 생각은 없다. 나의 간·쓸개는 나사식이어서 아침마다 빼놓고 나온다고 항상 우스갯소리를 한다. 어지간하면 웃고 말 텐데 언제부터 환경이슈가 기업의 액세서리가 되었나 하는 자괴감이 든다. 7말8초면 사상 최악의 폭염이 몰려온다고 하고, 봄가을에만 반짝하던 미세먼지도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 폭염에 주의하라는 문자만 날아온다. 미세먼지로 연 1만2000명이 조기사망할 수 있다는 보건의료 전문가들의 경고에도 미세먼지 법안은 아직 계류 중이고 전담기구도 없는 형편이다. 2016년 통계이긴 하나 전경련 사회공헌 백서에 따르면 255개 기업에서 약 2조9000억원의 기부를 하였으나 환경보전 분야는 1.3%에 불과하고, 전체 예산의 집행에서 시민사회단체와 협력하는 경우는 30%에 불과하다.

빙산의 일각만 표현했을 뿐이나 현실이 이렇다는 얘기다. 촛불시민의 힘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취임 직후 발표한 국정 운영 계획 및 100대 국정 과제에서 “국가 중심으로 이끌어온 민주주의를 시민사회 주도로 바꾸겠다”고 밝힌 바 있다. 말하자면 ‘갑을 관계’에서 ‘동등한 파트너’로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것이고 거버넌스를 복구하겠다는 뜻이다. 거버넌스의 어원은 키를 조정하다(steer)와 항해한다(pilot)는 뜻의 그리스어 kybenan과 kybernetes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개념정의가 분분하지만 한 조직이나 사회의 구성원이 ‘함께’ 방향타를 조정하면서 미래를 함께 가꾸는 과정이라 이해하고 있다.

출산율 저하, 고독사회, 남북관계 등 우리는 많은 난제에 직면해 있다. 정부나 기업이 독자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 수두룩하다. 그래서 많은 선진국들이 관련 단체나 NGO 등 시민사회 세력과 손을 잡고 공공의 이슈를 풀어나간다. 더 불편하고 일견 비효율적으로 보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들 한다. 권력이나 돈을 가졌다고 제 맘대로 할 수 있다고 믿는 건 폐쇄집단의 특성이고 미성숙한 에고이즘이다. 거버넌스가 제대로 실행되려면 법 이전에 상대에 대한 인정이 있어야 한다. 생각이 다른 상대를 타도와 통치의 대상으로 볼 때 거기에 ‘기무사 정신’이 깃들게 된다. 탱크와 군화로 밀어버리고 싶은 마음, 우리 안의 기무사 정신을 다스리자. 솥단지 하나도 세 다리가 맞아야 바로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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