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 협조한다더니 재판거래 의심 파일 검찰 제출 ‘차일피일’ 미뤄
사법 정책실·지원실 하드 아예 거부…압수수색영장 ‘무더기 기각’
김명수 대법원장(사진)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이뤄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혀 놓고도 사실상 수사를 방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원행정처는 안철상 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의 승인을 핑계로 자료 제출을 미루고, 법원은 검찰이 청구한 관련 압수수색영장을 기각하고 있다. 검찰은 수사 기초 자료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지난 6일부터 대법원 청사 내 별도 공간에서 법원행정처 소속 판사 입회 아래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이 사용한 하드디스크 12개에 든 문서파일 중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내용을 일일이 확인한 뒤 포렌식(복제) 방식으로 받는다.
하지만 법원행정처는 재판거래 등이 의심되는 파일이 발견될 때마다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의 결재가 필요하다”며 자료 제공을 사실상 거부하는 상황이다. 지금 추세라면 법원행정처가 제출에 동의한 하드디스크 자료를 확보하는 데만 석 달 이상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원행정처는 사법행정권 남용 관여 사실이 일부 드러난 사법정책실과 사법지원실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제출은 거부하고 있다. 사법정책실은 양 전 원장 시절 상고법원 추진 주무부서였고, 사법지원실은 재판거래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다. 양 전 원장 때인 2016년 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고영한 대법관의 하드디스크도 현재 사용 중이라며 제출하지 않고 있다.
검찰이 요구한 업무추진비 사용내역, 관용차량 운행일지, 공용 e메일·메신저 기록도 내지 않고 있다.
검찰이 강제수사로 자료를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 법원이 임 전 처장을 제외한 관련자들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다 기각했기 때문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압수수색영장은 전체 범죄혐의 중 10%만 의심돼도 발부되고, 국민적 관심 사안일 경우 법원이 통상적으로 발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 식구 감싸기’란 비판을 피할 수 없을 듯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