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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울며 겨자먹기’ 뒤늦은 문건 공개에 비판…일부 문건은 계속 비공개

입력 2018.07.31 17:36

수정 2018.07.31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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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희곤 기자

31일 대법원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이 확보한 문건 410건 중 공개하지 않았던 나머지 196건(중복파일 제외)를 두 달여만에 공개했다. 공개된 문건에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이 상고법원 설립을 위해 청와대, 국회, 언론, 변호사 단체 등을 대상으로 협상 전략을 세우고 내부 단속을 한 세부 내용은 물론 재판 거래나 불법 사찰 등에 대한 계획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이 때문에 대법원이 사건의 파장이 확산될 것을 우려해 처음에는 문건 원본을 공개하지 않다가 여론이 악화하자 일부 문건만 한차례 공개한 후 이날 나머지 문건까지 ‘울며 겨자먹기’로 공개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대법원은 옛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설치 로비대상이었던 20대 국회의원의 성향과 관련 재판 진행상황을 정리한 내용 등 민감한 부분은 계속 공개하지 않고 있다. 검찰의 ‘부산 법조비리 은폐 의혹’ 관련 자료 제출 요청도 다시 거부했다.

대법원이 특조단의 보고서 발표 한달 전 우려한대로 “심각한 갈등이 지속되다가 외부기관에 의한 자료 강제 공개로 관련자 다수가 징계를 받고 대법원장이 리더십도 잃는” ‘최악의 상황’에 처했다.

5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양승태 사법농단 고발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양승태 사법농단 고발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대법원이 뒤늦게 공개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의 컴퓨터 문건을 보면 ‘양승태 대법원’이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국회의원과 청와대 주요 관계자를 꼼꼼하게 파악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했음을 알 수 있다.

양 전 대법원장 시절 판사 재임용에 탈락한 후 국회의원이 된 정의당 서기호 전 의원에 대한 재임용 행정소송을 조속히 종결시키려고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과 양 전 대법원장의 독대 자리는 4개월 전인 2015년 4월부터 계획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5년 5월쯤 개인 민원으로 법원에 먼저한 더불어민주당 전병헌 전 의원을 통해 19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였던 같은 당 전해철 의원을 설득하려는 방안도 세웠다.

모두 양승태 대법원의 일선 재판 관여나 사법행정권 남용 정황을 뒷받침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김명수 대법원’은 지난 두 달간 “재판거래는 없었다”면서 특조단이 확보한 410건 공개는 계속 주저했다. 대법원은 지난 5월25일 특조단 보고서와 410건 제목을 공개하면서도 문건 원본은 공개하지 않았다. 내·외부의 비판이 일자 6월5일에 98건을 공개했지만 나머지 파일에 대해서는 “재판 독립이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는 무관하다”면서 숨겨 왔다. 대법원은 지난 23일 전국법관대표회의가 “미공개 파일 228개(중복파일 포함)의 원문을 공개하라”고 의결하자 마지못해 남은 자료를 공개했다.

그마저도 대법원은 민감한 내용은 계속 공개하지 않고 있다. 2016년 7월27일 작성된 ‘제20대 국회의원 분석’ 문건이 대표적이다. 해당 자료는 A4 용지 62쪽 분량으로 주요 의원들의 성향, 약점, 관련 재판 진행상황, 상고법원 설치를 위한 공략 대상이 누구인지 등이 상세히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작성자는 김민수 전 법원행정처 기획제1심의관이다. 그는 2만4500건의 법원행정처 파일을 지운 의혹을 받고 있지만 법원은 검찰이 김 전 기획관에 대해 청구한 압수수색영장을 잇따라 기각했다.

이날 대법원은 “보호되어야 할 개인정보가 다수 포함되어 있으므로 관련 법령 등의 저촉을 고려하여 공개하지 않습니다”는 설명과 표지만 포함된 2쪽 외 세부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작성일자도 원 문건과는 다른 2018년 7월31일인 것처럼 수정했다.

대법원은 410개 문건 외에 검찰이 추가로 진행 중인 수사에 자료 협조도 계속 거부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부산 법조비리 은폐 의혹 사건과 관련된 조현오 전 경찰청장과 사업가 정모씨 뇌물 사건 재판기록 열람등사를 신청했으나 대법원이 이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불허 사유를 공문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했으나 대법원은 “전례가 없다”면서 이마저도 거부했다고 한다.

또한 검찰은 재판 내용을 외부로 유출한 의혹을 받았지만 별다른 징계를 받지 않은 문모 전 부산고법 판사에 대한 자료도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실에 다시 요청했으나 답신을 받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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