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인권 볼모로 거래 시도
‘저장매체 압색 허용’도 논의
대법원이 31일 추가 공개한 문건에는 양승태 대법원이 숙원사업인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법무부와 ‘빅딜’을 추진하면서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국민 기본권까지 거래 대상으로 삼은 정황이 자세히 나와 있다.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이 2015년 7월13일 작성한 ‘상고법원 입법추진을 위한 법무부 설득방안’ 문건에는 양승태 대법원이 상고법원에 부정적인 법무부의 입장을 바꾸기 위한 빅딜 카드로 ‘영장 없는 체포’ ‘연결 저장매체에 대한 압수수색 허용’ 등을 제시한 문구가 등장한다.
문건은 “법관에 의하여 전부 심사·통제하는 방식에서 탈피해 수사기관에 상당한 재량권을 부여함으로써 신속한 신병 확보를 가능케 한다”고 설명한다. 검찰의 (영장 없는) 체포 후 구속심사를 엄격히 통제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체포 상태에서 수사하면 구속률이 높아질 것이라고도 분석했다.
법원행정처는 이러한 방안에 ‘수사 효율성 제고 및 피의자 인권 보장에 기여하는 신(新)인신구속시스템 구축’이라는 이름까지 지어주고, “검찰이 성완종 리스트 수사 종료 후 불거질 수 있는 책임론을 희석시키거나 자체 개혁 방안으로 꺼내들 수 있는 어젠다”라고 분석했다.
법조계에서는 인권의 마지막 보루인 법원이 영장 없는 체포를 가능케 하고, 구속률을 높이는 방안을 논의하는 등 피의자의 인권을 거래 대상으로 삼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원행정처는 검찰 관심사에 맞춰 압수수색 대상인 저장매체와 정보통신망으로 연결된 다른 저장매체에 대한 압수수색까지 허용하는 방안 등을 긍정 검토한다고 썼다.
문건 작성일은 김현웅 법무부 장관이 취임한 지 3일이 지난 시점이다. 문건에는 1단계로 신임 장관이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예방하러 올 때 상고법원에 대한 협조를 요청하고, 2단계로 김 장관과 광주일고 동창인 강형주 법원행정처 차장이 접촉해 호혜 분위기를 조성한 뒤, 3단계로 실무진 회동을 한다는 계획도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