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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에 ‘상고법원 여론 조성’ 제시…광고비 지급 계획도

입력 2018.07.31 21:46

수정 2018.07.31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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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설문조사로 긍정적 측면 부각” 결과 왜곡 검토한 듯

JTBC·KBS와 교섭 후 “우호적 보도 가능하다 답변 얻어”

진보언론에는 “컨트롤 필요…반대 공론화 시도 억제해야”

대법관 퇴임식을 하루 앞둔 31일 퇴임식 행사 준비를 해놓은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의 모습과 유리문에 투영된 바깥 풍경이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대법관 퇴임식을 하루 앞둔 31일 퇴임식 행사 준비를 해놓은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의 모습과 유리문에 투영된 바깥 풍경이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양승태 대법원장 당시 법원행정처가 최대 숙원사업이던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조선일보에 보도 방향을 제시하는 등 전방위 언론 접촉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행정처는 상고법원 도입에 찬성하는 입장이 많이 나오도록 설문조사를 계획하고, 이를 조선일보가 실시해 기사화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조선일보에 광고비 지급을 계획한 내용도 드러났다. 또 주요 지상파 방송사들과도 구체적인 접촉을 시도했다. 경향신문 등 이른바 진보언론을 두고서는 “컨트롤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법원이 31일 공개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196개 문건 중에는 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을 목표로 언론사 홍보를 기획한 내용의 문건이 다수 포함됐다. “최대 메이저 언론”으로 평가한 조선일보에 상고법원 도입에 긍정적인 보도 방향과 구체적인 보도 방식을 제시했다.

행정처가 2015년 4월25일 작성한 ‘조선일보를 통한 상고법원 홍보전략’ 문건을 보면, 행정처는 국회에 발의된 상고법원 법률안과 관련해 전국 변호사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할 것을 계획했다. 행정처는 “법률안 중 변호사들에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부분을 부각시킨 후 마지막에 법률안에 대한 찬반을 묻는 방식”을 제안하며 구체적인 설문 예시를 문건에 적었다. 그러면서 “부산 등 일부 지역의 집단 반대로 인한 결과 왜곡을 희석”한다며 지역별 응답률을 보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행정처는 문건에 “조사 결과에 따라 유리한 방안을 택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보정방법은 사전에 공지하지 않는다”고 적었다. 상고법원 법률안 찬성이 60% 이상일 경우 설문조사 결과가 ‘긍정적’이지만, 50% 미만일 경우 ‘활용 불가’라고 썼다. 설문조사 결과를 ‘상고법원 찬성’에 맞춰 왜곡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을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행정처는 “효과적 홍보에 보다 유리”하다며 이 같은 방식의 설문조사를 조선일보를 통해 실시·보도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설문 비용을 조선일보 광고비에 포함해 지급하는 방안을 계획했다. 행정처는 “사법부 공보홍보 활동지원 세목 9억9900만원 편성”이라고 문건에 적었다. 상고법원 도입에 호응하는 기사가 나가는 대가로 광고비 지급을 검토한 것으로 보인다.

행정처는 설문조사 보도 뒤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주재하는 좌담회를 실시할 것도 제안했다. 행정처는 좌담회에 참석할 사회원로 등을 직접 제시했다. 좌담 내용도 상고법원의 기대효과를 언급하고, 상고법원에 배치되는 ‘대법관 증원론’의 한계를 논의하는 쪽으로 계획했다. 그 밖에도 조선일보 내부 필진의 사내 칼럼 게재도 제안했다.

조선일보는 문건에 대해 “행정처 문건은 행정처가 일방적으로 작성한 것으로, 조선일보와 무관합니다. 만일 조선일보가 이와 관련된 것처럼 보도할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음을 알려드립니다”라는 입장을 냈다.

행정처는 주요 지상파 방송사와 종합편성채널 핵심 관계자들과도 상고법원 보도를 위한 ‘교섭’을 시도했다. 2015년 6월7일 작성된 ‘상고법원 신문·방송 홍보전략2’ 문건에 따르면 행정처는 “종편 중 지상파 뉴스의 영향력을 넘어선 것으로 평가되는 JTBC <뉴스룸>을 비롯한 3대 주요 뉴스를 활용한다”며 기획보도를 집중 편성토록 해 상고법원에 대한 긍정적 여론을 형성시켜야 한다고 계획했다. KBS <9시 뉴스>의 경우 “KBS 이사진을 통해 강모 보도본부장과 교섭했고, 긍정적 답변을 얻었다”고, JTBC <뉴스룸>은 “주말 앵커인 전모 사회부장과 교섭해 ‘메르스 진정 후 우호적인 보도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얻었다”고 적었다. SBS <8시 뉴스>와 관련해서는 “기획조정실장이 조만간 방모 보도국장을 접촉 예정”이라고 기재했다.

행정처는 상고법원 도입에 반대하는 언론사로 분류한 경향신문·한겨레 등 이른바 ‘진보언론’에 대해서는 “컨트롤이 필요하다”고 썼다. 2015년 7월17일 작성된 ‘홍보 RESTART팀 최종 보고’ 문건에는 “진보언론의 악의적 반대 공론화 시도를 억지해야 한다”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외부세력과 상층부 사이에 상고법원에 대한 반대 교감이 상당히 형성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썼다. 그러면서 “경향, 한겨레 등의 진보 계층에 대한 여론조성 기능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상고법원을 원색적으로 비판하는 기사 등이 노출되지 않도록 방어적 홍보활동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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