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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트 태권브이 VS 마징가제트, 두 전설이 맞붙으면···

2018.08.03 17:22 입력 2018.08.03 18:51 수정 노정연 기자

추억의 만화 로보트 태권브이와 마징가제트는 비슷한 시기에 탄생해 큰 사랑을 받은 만큼 표절논란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최근 이에 대한 재판부의 판결이 내려졌는데요. 서울중앙지법 민사208 단독 재판부는 “로보트 태권브이는 마징가 제트와 구별되는 독립 창작물”이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태권브이가 마징가 제트를 표절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탄생에서 부활까지, 닮은 듯 다른 두 캐릭터를 비교 정리해봤습니다.

로보트태권브이(왼쪽)와 마징가제트(오른쪽).

■ 출생

▷ 로보트 태권브이 - 1976년

▷ 마징가제트 - 1972년

1976년 개봉했던 로보트태권V 포스터.

로보트태권브이는 김청기 감독이 1976년 제작한 극장 애니메이션으로, 국내 로봇 애니메이션의 효시가 되는 작품입니다. 김청기 감독은 당시 유행하는 거대로봇에 영감을 얻어 이순신 장군의 얼굴을 모티브로 로봇 캐릭터를 구상했다고 밝힌바 있습니다. 로보트태권브이는 세계 정복을 꿈꾸는 붉은 제국 집단과 이를 로봇으로 징벌하려는 권선징악 스토리를 기본으로 합니다. 태권도와 로봇을 결합 독창적인 시나리오로 개봉 당시 13만여 명의 극장 관객을 동원하며 성공을 거둡니다. 이후 1990년까지 <로보트 태권V 2: 우주작전>, <로보트 태권V 수중특공대>, <로보트 태권V와 황금날개의 대결> 등 7편의 영화 시리즈물이 제작되며 한국 대표 로봇 캐릭터로 자리매김합니다. 후에 김청기 감독의 글, 김형배 작가의 그림으로 만화책으로도 발간되었고 다양한 연관 창작물로 탄생되며 인기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마징가제트 이미지. 나가이 고

마징가제트는 ‘슈퍼로봇의 아버지’라 불리는 일본 만화가 나가이 고가 만든 로봇 캐릭터입니다. 나가이 고가 퇴근 길 꽉 막힌 도로에서 다리가 뻗어 나와 성큼 성큼 걸어가는 자동차를 상상하며 구상했다는 일화가 전해집니다. 출생연도는 로보트태권브이보다 4년 빠릅니다. 1972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1974년까지 후지TV를 통해 총 92회가 방영되었고, 당시 최고 시청률이 30%에 이를 정도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마징가’라는 이름은 ‘마신아(魔神我)’의 일본어 발음에서 따온 것으로, ‘신도, 악마도 될 수 있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로봇을 다룬 이전까지의 작품들이 선악 대결과 결국 선의 승리로 끝나는 단순한 이분법적 구성이었다면, 마징가제트는 불완전한 정체성을 가진 캐릭터가 세상을 구원한다는 역발상에서 탄생했다고 합니다. 사람이 탑승해 조종하는 거대로봇의 시초로 이후 ‘탑승형 로봇’ 시대가 열리게 됩니다. 한국에는 1975년 수입돼 25회까지 방영되었습니다.

■ 비주얼

▷ 로보트 태권브이 - 투구모양 두상, 푸른눈, V 가슴판

▷ 마징가제트 - 왕관모양 두상, 노란눈, 단절된 V 가슴판

로보트태권브이(왼쪽)와 마징가제트(오른쪽) /소셜미디어 캡쳐

태권브이의 머리 부분 설계 그림.

로보트태권브이는 이순신 장군 동상의 투구모양에서 따온 두상과 푸른 눈, 가슴판의 붉은 V모양이 특징입니다. 머리 위 두 개의 붉은뿔 때문에 고구려 장수의 투구를 본딴 것이라고도 전해집니다.

마징가Z는 ‘신도, 악마도 될 수 있다’는 세계관에서 탄생한만큼 다소 ‘험악한’ 외모를 자랑합니다. 노랗게 빛나는 눈과 이빨을 연상시키는 마스크, 새까만 동체에 붉은 가슴판 등은 처음 등장했을 당시 무서워하는 어린이들이 많았다고 하네요. 조종관이 합체된 머리 부분은 왕관 모양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두상과 가슴판을 제외한 몸체 부분은 상당히 유사해보입니다. 때문에 두 캐릭터 사이 표절논란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로보트태권브이를 제작한 김청기 감독은 “태권브이 구상 당시 마징가제트나 아톰의 디자인을 분석하고 연구했으나 독창성을 살리는데 중점을 두었고, 태권도라는 정체성을 내세워 인간형 로봇을 설정했다”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최근 “태권브이는 마징가제트를 모방한 캐릭터”라는 주장을 다룬 재판부는 “태권브이가 마징가 제트와 외관상 뚜렷한 차이가 있으며 대한민국 국기(國技)인 태권도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캐릭터 저작물로서의 특징이나 개성에도 차이가 있다”고 봤습니다. 태권브이는 마징가 제트 등과 구별되는 독립적 저작물이거나, 이를 변형·각색한 2차적 저작물에 해당한다는 것입니다. 태권브이 가슴판의 V가 이어져 있는 반면, 마징가Z의 V가 단절되어 있고 형태가 다른 점도 차이점으로 인정했습니다.

■ 조종법

▷ 마징가제트 - 스틱조종형

▷ 로보트태권브이 - 일심동체형

마징가 제트 조종장면.

로보트태권브이 조종장면.

마징가제트는 사람이 탑승해 조종하는 거대로봇의 시초로 일컬어집니다. 주인공 가부토 고지(한국명 쇠돌이)가 로봇의 머릿속에 앉아 마징가제트를 조종한다는 설정 자체가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발상이었죠. 로보트태권브이 역시 사람이 탑승해 로봇을 움직이지만 조종법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마징가제트는 주인공이 조종관 비행체를 타고 날아가 마징가제트 머리부분과 합체 한 후 스틱이나 버튼을 이용해 로봇을 움직이는 방식입니다.

이와 다르게 태권브이는 조종자의 뇌파와 공조돼 조종자가 움직이는대로 로봇이 동작을 수행하는 ‘일심동체형 시스템’입니다. 태권도 유단자인 훈이 태권동작을 취하면 태권브이가 그대로 따라서 동작을 취합니다.

마징가제트의 조종관이 머리부분에 있는 것과 달리 태권브이는 가슴부위에 조종관이 있습니다.

■ 주요무기

▷ 마징가제트 - 로봇펀치, 루스트 허리케인

▷ 로보트태권브이 - 태권도

마징가제트 주무기인 로봇펀치.

로보트 태권브이 격투 장면.

마징가제트의 주무기는 ‘로봇펀치’입니다. 팔 부분이 분리돼 마하 2의 속도로 비행하며 두께 2m 철판을 뚫을 정도로 강력한 파워를 자랑합니다. 눈에서 나오는 광자력 빔과 입에서 강력한 산을 발사해 적을 녹여버리는 ‘루스트 허리케인’도 사용합니다.

로보트태권브이는 이름에도 나타나듯 태권도를 완벽하게 재현할 수 있는 로봇입니다. 돌려차기, 공중차기 등 각종 태권도 동작이 주무기입니다. ‘로봇펀치’와 비슷한 기능을 하는 ‘로켓주먹’과 몸통의 V자에서 발사되는 광자력 빔도 꽤 강력합니다.

■ 누가 이길까?

다소 엉뚱한 질문이지만 로봇마니아들 사이에서 꾸준히 제기되는 궁금증입니다.

외관상으로만 보면 마징가제트는 태권브이와 싸워 이길 수 없습니다. 신장차이(마징가제트 18m, 로보트 태권브이 52m)가 워낙 커 어린아이와 어른의 싸움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외관 조건을 동일하게 했을 경우는 어떨까요?

로봇업계에서는 태권브이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조종법 때문입니다. 태권브이는 훈과 태권브이가 일심동체가 돼 동시적으로 움직입니다. 하지만 마징가제트는 주인공이 스틱을 움직여야 가동하는 시스템입니다. 이 때문에 태권브이가 마징가제트보다 적의 움직임에 대한 반응속도나 명령시간을 다소 단축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는 한 TV 프로그램에서 “로보트 태권브이는 주인공 훈이가 생각하는 동시에 움직여 로보트를 조종하는 마징가제트보다 1초 가량 먼저 행동할 수 있어 싸우면 이길 확률이 높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사용 가능한 무기 수와 속도, 민첩성면에서 마징가제트의 우세를 점치기도 합니다.

마징가제트가 로켓포를 주무기로 하는 ‘원거리형 로봇’이라면 태권브이는 적과 가까운 거리에서 맞붙어 싸우는 ‘격투형 로봇’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적과의 거리에 따라 다르다”라고 보는 이들도 있습니다.

■ 부활

▷ 로보트태권브이 - 2007년 디지털 복원 재개

▷ 마징가제트 - 2018년 ‘마징가Z 인피니티’ 개봉

2007년 디지털 복원된 ‘로보트 태권V’ 극장판 포스터.

2018년 개봉한 ‘마징가Z 인피티니’ 포스터.

로보트태권브이는 지난 2007년 디지털 복원으로 재개봉되며 31년만에 극장에서 부활했습니다. 데뷔 40주년을 앞둔 2015년에는 서울 고덕동에 태권브이 박물관 ‘브이센터’가 개관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로브트 태권브이를 활용한 VR게임이 개발되는 등 가상현실에서도 재탄생했습니다.

마징가제트는 탄생 45년을 맞아 2017년 <마징가Z 인피니티>로 부활했습니다. 일본에서는 할아버지와 아들, 손자까지 함께 극장을 찾는 사람이 많았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이듬해인 지난 5월 개봉돼 관객들을 만났습니다.

■ 비하인드

김청기 감독은 로보트 태권브이가 상영되던 해 마징가제트의 제작사인 일본 도에이 애니메이션 관계자로부터 “TV 애니매이션 일을 함께 해보지 않겠나”라는 제안을 받은적이 있습니다. 도에이는 마징가제트를 비롯해 은하철도999, 캔디 캔디, 그랜다이저 등을 만든 일본 최대 애니메이션 회사입니다. 꽤 솔짓한 제안이었을텐데요, 극장용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컸던 김청기 감독은 이 제안을 거절합니다. 이 일화를 놓고 보면 시리즈 초기부터 표절논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도에이 애니메이션이 로보트 태권브이에 딱히 부정적이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도에이가 표절논란보다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수 있는 한국의 기술력을 필요로 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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