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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양승태 대법 ‘과거사 판결’…헌재, 위헌 여부 이달 결정

입력 2018.08.06 05:00

수정 2018.08.06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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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범준 기자

긴급조치 피해자 배상 거부 등 3건

한정위헌 검토, 재판 취소도 가능

낙태죄 결론은 6기 재판부로 넘겨

[단독]양승태 대법 ‘과거사 판결’…헌재, 위헌 여부 이달 결정

군사정부 피해자들의 배상요구를 거부한 ‘양승태 대법원’의 3대 과거사 판결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이달 중으로 헌법위반 여부를 결정한다. 헌법소원 당사자들은 대법원 판결 자체를 문제 삼으면서도,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이 허용되지 않는 점을 고려해 재판에 적용된 법률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일부 사건에서는 재판취소도 직접 요구하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최근 재판관 평의를 열어 양승태 대법원 3대 과거사 사건을 이달 안에 선고키로 확정했다. 재판관들은 다음달 헌재소장 등 재판관 5명 교체를 앞두고 열리는 8월 마지막 선고에서는 대법원 판결 관련 사건을 매듭짓는 것이 좋겠다고 뜻을 모았다. 선고일은 30일이 유력하다.

헌재가 선고하기로 결론 내린 사건은 3가지다. 헌재와 대법원에서 위헌으로 선언된 박정희 정부 긴급조치의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를 패소시킨 대법원 판결, 군사정부의 고문·조작 사건에 대한 국가배상 청구권 소멸시효를 3년에서 6개월로 줄인 대법원 판결, 민주화보상법에 따라 보상금을 받은 사람은 국가와 화해한 것이라며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한 대법원 판결이다. 모두 양승태 전 대법원장(사진) 재임 시절 나온 판결이다.

법조계에서는 헌재가 헌법소원을 인용, 대법원이 법률을 부당하게 해석했다는 한정위헌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더해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이 제기된 사건의 경우 재판취소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를 위해 헌재는 법원의 재판을 위헌심사 대상에서 제외한 헌법재판소법 68조1항을 위헌으로 선언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관계자는 “대법원에서는 재판취소는 물론 한정위헌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지만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최근 과거사 판결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한정위헌이나 재판취소가 아니더라도 헌법정신에 따라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결론을 내기 위해 다양한 검토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낙태죄의 위헌 여부는 이번 헌재 5기 재판부가 결론내지 않기로 확정했다. 이와 관련, 헌재는 지난 5월에 낙태죄의 위헌성을 판단하기 위해 공개변론을 열었다. 법조계 관계자는 “재판관들이 형법 269조와 270조 낙태 관련 조항에 대한 사회적인 여론이 성숙하지 않았다고 판단, 오는 9월 이후 새로 바뀌는 6기 재판관들이 심리를 더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 ‘긴급조치 해석·배상 시효·손배 불인정’ 3대 사건 다시 주목

‘박정희 정권에 면죄부’ 지적 받은 양승태 대법원의 판결
청구인들, 형식상 관련 법률 문제로 우회 헌법소원 제기
재판관 5명 퇴임 앞둔 헌재 ‘대법 불신 사태’ 결론 낼 듯

헌법재판소 전원합의부가 지난달 26일 헌재 대심판정에 앉아 선고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 재판관 가운데 과반인 5명은 이달 선고를 마지막으로 오는 9월에 퇴임한다.  김영민 기자

헌법재판소 전원합의부가 지난달 26일 헌재 대심판정에 앉아 선고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 재판관 가운데 과반인 5명은 이달 선고를 마지막으로 오는 9월에 퇴임한다. 김영민 기자

헌법재판소가 다음달 헌법재판관 중 과반인 5명의 퇴임을 앞두고 대법원의 3대 과거사 판결에 관한 헌법소원 사건을 처리키로 했다. 재판거래 의혹이 불거져 대법원에 대한 불신이 심각해진 상황이긴 하지만, 헌법을 위반한 판결이라는 학계 비판에 더 이상 답변을 미루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3대 사건 헌법소원 청구인들이 문제 삼은 것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 판결들과 관련된 법률 조항들이다. 이들이 대법원 판결을 분명하게 겨냥하면서도 우회적으로 관련 법률에 헌법소원을 제기한 이유는 법원의 판결은 헌법소원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른바 재판소원은 현행 헌법재판소법이 인정하지 않는다.

이번에 선고되는 사건 가운데 청구인이 가장 많은 것은 긴급조치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거부 판결이다. 2010년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긴급조치에 잇따라 위헌을 결정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이다. 법률에 대한 위헌 여부 판단은 헌재의 권한이지만, 대법원은 긴급조치가 명령·규칙에 속한다며 대법원이 위헌으로 판단해도 된다고 했다. 이를 계기로 긴급조치로 수사와 재판을 받은 피해자들이 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하급심에서는 피해자들이 승소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3월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위헌은 맞지만 배상할 필요는 없다”며 패소 판결했다.

대법원 판결에 시민단체뿐 아니라 학계와 법조계에서도 비판이 거셌다. 대법원이 박근혜 대통령을 의식해 박정희 정권에 면죄부를 줬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법원 판결의 논리는 “긴급조치는 위헌·무효이나 유신헌법에 근거한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행사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로서 대통령은 국가긴급권의 행사에 관하여 원칙적으로 국민 전체에 대한 관계에서 정치적 책임을 질 뿐 국민 개개인의 권리에 대응하여 법적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이었다.

이 판결에 대한 헌법소원은 헌재에서 각하당하지 않도록 법률 문제로 에둘러 제기됐다. 구체적으로 국가배상법 2조 1항은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를 배상한다”고 정하고 있는데, 긴급조치는 고의 또는 과실이 아니라고 대법원은 밝혔다. 이에 청구인들은 ‘고의 또는 과실’만 배상하라는 조항은 위헌이라고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일부 청구인들은 판결을 취소하라는 헌법소원도 함께 냈다.

가장 오래된 것은 과거사 손해배상 소멸시효를 크게 줄인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2015년 2월 제기된 헌법소원이다. 2013년 12월 대법원 1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재심을 거쳐 무죄 판결을 받은 사람은 “형사보상을 결정받은 날부터 6개월 안에 손해배상을 제기해야 한다”고 갑작스레 판결했다. 이전까지는 재심 무죄가 확정된 날부터 3년이 소멸시효였다. 이 판결로 과거사 피해자들은 재심 무죄 판결 확정 뒤 6개월 안에 형사보상을 청구하고, 보상 결정 확정일부터 6개월 내에 국가를 상대로 소송해야 배상받을 수 있게 됐다.

이 갑작스러운 판결로 인해 하급심에서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이 국가가 상고해 열린 대법원 판결에서 줄줄이 패소했다. 이번 헌법소원을 제기한 박동운씨 등은 2009년 1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진실 규명을 받고 재심을 청구해 그해 11월 무죄가 확정됐다. 2010년 9월 형사보상 결정을 받고 8개월 뒤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1·2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하지만 2013년 판결을 근거로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2015년 1월 “형사보상 결정 확정일로부터 6개월 내에 손해배상을 제기하지 않았다”며 패소 판결했다. 박씨 등은 민법,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등의 소멸시효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도 심판 대상에 올랐다.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양승태 대법원장)는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훼손 및 보상법에 따라 보상금을 받은 사람들은 국가와 법률상 화해한 것이므로 정신적인 손해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판결을 했다. 당시 판결은 8 대 5였다. 손해배상을 해줘서는 안된다는 다수의견은 양승태·신영철·민일영·이인복·박보영·김신·조희대·권순일 대법관이 냈다.

이 판결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유죄 판결을 받아 복역한 사람이 관련법에 따라 보상금을 받은 것과 이후 조사를 통해 불법 수사와 재판이 밝혀져 재심 무죄를 받은 것은 다른 일인데 어떻게 손해배상 청구가 일률적으로 금지되느냐”며 “법원이 군사독재에 협력해 시민들을 고통에 빠뜨려놓고도 이를 사과하기는커녕 손해배상까지 가로막은 것은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일”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이 사건에서도 청구인들은 민주화보상법 18조 2항 보상금 규정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들은 똑같은 내용의 재판에서 하급심까지 패소한 상태다.

[단독]양승태 대법 ‘과거사 판결’…헌재, 위헌 여부 이달 결정
■ ‘한정위헌’이든 ‘재판 취소’든 대법원과 힘겨루기 한판

헌재가 꺼내들 ‘솔로몬의 지혜’는?


“민법상 소멸시효 같은 워낙에 일반적인 조항을 가지고 대법원이 이런 (이상한) 판결들을 해놔서 헌법재판소가 어떻게 처리할지 모르겠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헌재가 과거사 판결의 위헌 여부를 결론 낸다는 소식에 주목하면서, 기술적인 문제를 어떻게 넘어설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법원의 3대 과거사 재판 피해자들은 헌법소원이 각하당하지 않도록 겉으로는 재판에 쓰인 법률을 문제 삼았다. 하지만 청구서에는 대법원 재판이 잘못됐다는 호소가 가득하다. 문제는 청구인들이 위헌소송을 제기한 법률이 형법의 간통이나 낙태처럼 구체적이고 특별한 조항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법원이 과거사 피해자들을 패소시키면서 민법의 일반원칙을 끌어다 쓰는 바람에 피해자들도 소멸시효와 같은 일반조항을 문제 삼아야 했다. 하지만 일반조항에 위헌을 선고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런 문제 때문에 헌재는 1988년 개소 직후부터 “법률 자체가 위헌인 경우도 있지만 법원의 해석에 따라 위헌인 경우도 있다”며 독일식 한정위헌 결정을 해왔다. 이는 법률이 특정한 방식으로 해석되면 그 법률은 위헌이라는 결론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을 따르지 않았다. “법률 해석은 대법원의 전속적인 권한이므로 헌재 결정은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헌재가 한정위헌으로 결정한 해석방식을 이런 이유로 대법원이 계속 고수하자, “그런 대법원 재판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재판소원이 인정된다”며 판결을 취소한 적도 있다. 하지만 그때도 대법원은 “판결은 취소되지 않았다”고 버텼다. 세금 관련 사건이었는데 국세청은 대법원 판결에 따라 자신들이 이겼다고 하고, 납세자 측은 헌재 결정에 따라 자신은 패소하지 않았다고 맞섰다.

헌재는 이번에 한정위헌과 재판 취소를 모두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긴급조치 피해자들이 2015년 3월 대법원에서 패소 판결을 받자 헌재에 재판소원을 제기했는데 초기에는 헌재법 위반으로 각하됐다”면서 “하지만 재판관들이 판결의 문제점을 인식하면서 그해 가을부터 전원재판부에 사건을 올려 본격적인 심사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법조계는 대법원 반발로 중단했던 한정위헌 결정을 헌재가 부활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법조계 관계자는 “재판관들이 대법원 과거사 판결이 헌법 위반이라고 판단할 경우 결론은 한정위헌으로 가는 것이 이론상 가장 깨끗하다”면서 “대법원의 강력한 힘에 밀려 사실상 포기해온 한정위헌을 부활시킬 다시 없을 기회인 것도 부인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헌재는 재판소원을 받아들여 과거사 재판을 취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대법원에서 긴급조치 피해자들이 손해배상 패소 판결에 대해 재판소원을 제기할 것을 우려했는지, 패소 이유를 (헌재가 위헌으로 결정한) 긴급조치의 성격이 아니라 국가배상법의 한계로 잡았다”면서 “헌재는 긴급조치에 대한 위헌 결정을 실효성 있게 보장하기 위해 대법원의 국가배상법 해석이 위헌인지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헌재가 대법원 판결을 직접 취소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사법부에 대한 우려가 큰 만큼 이번에는 대법원이 위헌적인 재판을 했다는 지적을 하는 것으로 그치고, 힘겨루기로 보일 수 있는 한정위헌 결정은 다음으로 미룰 것이란 전망도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에서도 병역의 종류를 손대는 방법으로 사회적 논란을 유연하게 해결했다”면서 “재판관들이 판결의 문제점만 도려내고 나머지 사회적 논란은 최소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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