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지법 김민수, 문건 2만4500건 무단 삭제 혐의도 받아
검찰, 법관 사찰·재판 거래 두 갈래로 ‘양승태 대법’ 겨눠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에서 동료 법관을 뒷조사한 문건 등을 작성하고, 인사 이동 때 문건 2만4500여건을 컴퓨터에서 무단 삭제한 혐의를 받는 현직 부장판사가 검찰 조사를 받았다. 검찰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수사를 시작한 뒤 현직 법관을 피의자로 공개 소환한 것은 처음이다. 검찰 수사가 법관 사찰과 재판 거래의 양갈래로 ‘양승태 대법원’ 수뇌부를 향해 잰걸음을 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와 특수3부는 8일 김민수 창원지법 마산지원 부장판사(42)를 불러 조사했다. 김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9시50분쯤 검찰에 출석하며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누구 지시로 판사 뒷조사 문건을 작성했는지’ ‘파일 삭제는 스스로 판단해 한 것인지’ 등 취재진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김 부장판사는 2015~2017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기획1·2심의관으로 근무하면서 상고법원에 반대한 차모 판사 등의 동향을 뒷조사한 문건을 작성한 혐의를 받는다. 국제인권법연구회 등 법원 모임과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회의 의장선거 동향을 파악하고, 긴급조치 배상 사건의 대법원 판례를 깬 법관에 대한 징계를 추진하는 등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혀 왔다. 지난해 2월 마산지원으로 발령받은 당일 자신의 컴퓨터 파일 2만4500여건을 전부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부장판사는 현재 대법원 자체조사 결과에 따라 징계를 기다리며 재판 업무에서 배제된 상태다.
검찰은 이날 김 부장판사에게 문제가 된 문건 작성과 파일 삭제 경위를 따져 물었다. 김 부장판사는 문건 작성엔 당시 상관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지시를 받았고, 파일 삭제 때 상부 지시는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법관 사찰 의혹 외에 ‘박근혜 청와대’와의 재판 거래 의혹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대법원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 판결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고 법관의 해외공관 파견 등을 대가로 받았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가 빠르다. 검찰은 이 의혹을 확인하려고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에게 9일 출석을 요구했고, 조태열 주 유엔대사(전 외교부 2차관)에게도 소환을 통보했다. 부산 법조비리 사건 은폐 의혹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사건에 대해서도 재판 거래 혐의점을 찾고 있다.
검찰 수사는 ‘임 전 차장→박병대 전 대법관(당시 법원행정처장)→양승태 전 대법원장’으로 이어지는 대법원 수뇌부를 겨냥한다. 당장은 여러 문건에서 눈에 띄는 움직임이 포착된 임 전 차장에게 포커스가 맞춰지고 있지만, 결국 임 전 차장을 움직인 지시자가 누구인지 쫓다보면 양 전 대법원장이 등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법조계의 지배적인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