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독립운동가 인물사전’ 내는 심옥주 여성독립운동연구소장
함북 출신 3·1 만세운동 동풍신, 함남 최용신 의사 등 비중 있게
스토리펀딩 통해 내달에 출간…25일 마감 목표금액 절반 넘어
여성독립운동학교 세워 교육도

지난 8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여성독립운동연구소에서 만난 심옥주 소장은 “책 출간 준비뿐 아니라 지난 3월 학교도 개교해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올바른 역사관과 여성독립운동가를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유관순 열사만 기억되는 현실에서 국가로부터 인정받은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얼굴을 제대로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8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여성독립운동연구소에서 만난 심옥주 한국여성독립운동연구소 소장(46)은 다음달 출간을 앞둔 <기억해야 할 인물들:여성독립운동가 인물사전>(이하 여성독립운동가 인물사전)의 집필 동기를 이같이 밝혔다. <여성독립운동가 인물사전>은 여성독립운동가 100인의 생전 사진과 활동 내용을 소개하는 책이다. 심 소장은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은 여성독립운동가 299명 중에서 3·1운동, 학생운동, 의병, 광복군 등 독립운동 계열별로 두각을 나타낸 여성독립운동가 100명을 선정했다”며 “청소년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 쓰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심 소장은 이 책의 제작·출간을 위한 크라우드펀딩을 다음 스토리펀딩에서 진행 중이다. 오는 25일 마감되는 이 스토리펀딩의 목표금액은 700만원이며 지금까지 450만원의 펀딩이 이뤄졌다.
사전에는 유관순 등 널리 알려진 인물뿐만 아니라 동풍신, 최용신 등 북한 출신 여성독립운동가들도 비중 있게 소개된다. 심 소장은 “동풍신 의사는 함경북도 명천에서 일어난 3·1절 만세운동에 참여했다”며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호명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고 했다. 최용신 의사에 대해서는 “함경남도 출신으로 소설 <상록수>의 주인공 채영신과 동일 인물”이라며 “최근 안산의 최용신기념관에 다녀왔는데, 그 작은 샘골강습소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농촌계몽운동을 펼쳤다니 놀라웠다”고 했다. 그는 “북한 출생 여성독립운동가를 찾아나서면서 언젠가 북한과의 공동연구도 진행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기대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심 소장은 2009년 한국여성독립운동연구소 창립 이래 <여성독립운동가의 발자취를 알리다> 등 연구서적 10권을 출간한 것을 비롯해 9년째 여성독립운동가들을 발굴·연구해 알리는 일을 해왔다. ‘한국 최초의 여성의병장’ 윤희순 의사에 관한 박사논문을 쓴 게 계기였다. 윤희순 의사는 일제강점기 시아버지 유홍석 의병장과 남편 유제원과 함께 독립운동을 했던 인물이다. 심 소장은 “‘나라를 구하는 데 남녀 구분이 없다’면서 마을 여성들을 설득해 여성의병단체를 조직하고, 항일운동가를 양성하는 ‘노학당’ 교장으로 활동하는 등 영화 같았던 그의 삶에 빠져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심 소장은 “윤 의사가 시아버지 유홍석의 며느리로만 기억되는 것을 보면서 여성독립운동가 보훈 현황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의 논문 <한국여성독립운동가의 보훈예우 현황에 관한 분석>(2013)을 보면 국가유공자로 인정된 독립운동가 1만2358명 중 여성은 226명으로 2%도 되지 않는다. 독립운동가의 남녀비율에 주목한 최초 연구로 이 논문이 주목을 받으면서 여성독립운동가 발굴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높아졌다. 심 소장은 “신문에 이름이 나오거나 옥살이를 3개월 이상 했다거나 하는 등의 서훈 기준을 충족해야 유공자로 선정될 수 있는데 당시 여성의 이름은 언론에 나오기 쉽지 않았다”면서 “여성독립운동가에 대한 자료가 거의 없는 실정을 감안해 서훈 기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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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아버지의 역사는 예부터 잘 기술되어 뼈대가 굵게 잡혀 있지만 어머니의 역사는 신사임당에서 끝납니다. 영화 <암살>이 여성독립운동가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결정적인 계기였어요. ‘여성들도 독립운동을 위해 총을 들고 뛰어다녔구나’ 하고 사람들이 신선한 충격을 받으면서 여성독립운동가에 주목하기 시작한 겁니다. 여성독립운동사 연구는 그간 소외되어 왔던 다양한 한국의 여성 또는 어머니들의 면모를 발굴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심 소장은 연구 못지않게 교육에도 열정적이다. 그는 지난 3월 여성독립운동학교를 개교해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올바른 역사관과 여성독립운동가를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지난 5월 1기를 배출했고 올 하반기에 2기를 모집할 예정이다. 대학생과 협업해 여성독립운동가 일러스트가 그려진 배지를 판매하는 크라우드펀딩 사업도 최근 성공리에 마쳤다. 심 소장은 “여성독립운동가를 알리는 일에 동참하겠다며 학생들이 먼저 연락을 해올 때마다 감동받고 힘을 얻는다”면서 “다음 세대들에게 현대 여성의 사회적 입지와 활동은 우연이 아니라, 선배 여성들의 발자취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음을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