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출범대회에서 유승민, 박주선 전 공동대표가 손을 들어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han.co.kr
바른미래당 유승민 전 공동대표(60)가 지난해 5월9일 치러진 제19대 대통령 선거 기간을 회고하며 당시 바른정당을 탈당해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한 국회의원들을 두고 “반기문 대통령 세우기에 실패한 사람들이 자기 후보는 하나도 안 도와주고 ‘홍준표와 단일화하라’ 아니면 ‘홍준표한테 갖다바치자’(고 했다)”고 말했다. 유 전 대표가 언급한 의원들은 대선을 일주일 앞두고 한국당으로 가기 위해 집단 탈당하거나 이후 한국당으로 돌아간 소위 한국당 ‘복당파’를 의미한다.
유 전 대표는 22일 발간된 ‘바른정당 385일 개혁보수의 길’ 백서에 수록된 인터뷰에서 “반기문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당을 나왔던 사람들은 (반 총장이 그만둬 버린 후) 대선에 아무 관심이 없어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유 의원은 “반 총장이 중간에 이상하게 주저앉아버리고 포기를 해버렸으니 김무성·김성태 이 사람들 입장에서는 반기문만을 대통령 후보로 생각했었는데 그냥 닭 쫓던 개 비슷하게 됐다”며 “그때부터 이 사람들은 새로운 당을 할 의욕이 없어보이더라”고 기억했다.
‘보수 후보 단일화’ 논의가 한창이던 당시 유 전 대표는 “홍준표하고 나하고 보수 단일후보로 누구를 지지하냐고 물으니 내가 두 배 가까이 나와 홍준표는 아예 할 생각이 없었다…(중략)… 홍준표는 그렇게 하면 지니까 문재인·안철수·심상정 모두 넣어서 누가 이기는지 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바른정당에서 후보를 낸 사람들이 공정한 여론조사를 하자는 것도 아니고 그냥 양보하자는 식으로 하니 받아들일 수 없었다”며 “(탈당한 의원들은) 그냥 막 우리가 홍한테 양보하자(고 했다)”고 덧붙였다. 유 전 대표는 “단일화가 안되고 (홍준표에게) 그냥 갖다바치려 했는데 그게 무산되면서 13명이 탈당했다. 어느 정당의 선거판에서도 그런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대선 분위기가 고조되며 당시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의 후보 단일화 문제가 쟁점이 됐을 때 권성동·김재경·김성태·김학용·박순자·박성중·여상규·이군현·이은재·이진복·장제원·홍문표·홍일표·황영철 등은 유승민 당시 대선후보가 홍준표 후보와의 단일화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바른정당을 탈당했다.
백서에서 바른미래당 이혜훈 의원(54)은 “‘몇달 고생했다고 포기하냐’고 말했더니 대놓고 중진의원이 뜬금없는 소리를 했다”며 “‘우리가 왜 나왔는데? 보수개혁? 웃기는 소리 하지 마라. 반기문 옹립해가지고 정권 잡으로 나왔지, 왜 이렇게 정신없는 소리 하노’라더라. 그 순간 서로 다른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같이 갈 수 없고 당이 쪼개지는 건 필연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전 공동대표와 손학규 전 상임선대위원장이 제7회 전국동시 지방선거 투표일인 지난 6월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를 방문해 개표방송 출구조사를 지켜보던 중 무거운 표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 전 대표는 바른미래당의 전망에 대해 “바른미래당이 성공할 거냐 실패할 거냐, 바른정당이 시작됐을 때와 바른미래당이 겪어온 과정, 앞으로 겪을 과정이 내 눈에는 하나도 차이가 없다”며 “지금도 ‘지지율 안 오른다’고 바글바글 난리가 났는데, 통합하자고 통합하면 살 거라고 말했던 사람이 지지도 가지고 난리를 친다”고 말했다.
유 전 대표는 “국민 입장에서 내가 먹고사는 데 자유한국당이나 더불어민주당, 정의당보다 저 사람들이 뭐가 좋은지, 아무리 정치에 관심없는 일반 국민들이라도 마음 속에 내가 저 정당을 지지하는 이유가 있어야 지지를 한다”며 “(사람들의 기억 속에) 국민의당 박지원·안철수가 열심히 싸운 기억, 유승민이라는 사람과 안철수라는 사람이 만난 정도의 기억, 그러다 안철수는 사라지고 없고 유승민과 박주선이 갑자기 텔레비전에 나타나는… 사람들에게 그런 기억밖에 없는데 그 정도로는 ‘우리 당을 찍어달라’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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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유 전 대표는 “한국정치에서 바른정당, 바른미래당이, 중도보수에서 개혁을 지향하는 이 정당이 살아남느냐 이것은 엄청난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저를 포함헤서 9명 남은 사람, 바른미래당의 30명, 이 사람들이 실패하고 이 정당이 없어져도 그 수요, 보수가 바뀌어야 한다는 필요는 남는다”고 강조했다.
유 의원의 인터뷰가 수록된 바른정당 백서는 2016년 말 국회의 박근혜 당시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부터 2017년 초 바른정당 창당 과정, 5월 대선, 대선 후 당 진로논쟁 등 385일간 시도됐던 개혁보수의 자취를 기록으로 남기자는 차원에서 마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