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제 상황이 근심스럽다. 지난 7월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5000명 늘었을 뿐이다. 지난해 취업자 수 증가의 1.6% 수준이다. 2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는 더 충격적이다. 잘사는 상위 20% 소득은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는데, 못사는 1분위는 2분기 연속 마이너스였다. 빈익빈 부익부는 심해지고 일자리까지 줄고 있으니 소비자심리와 기업체감경기마저 가라앉고 있다. “사람 중심 경제정책을 추진하겠다”던 문재인 정부에서 빚어진 현상이다. 경제를 걱정하는 장삼이사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질 낮은 일자리를 줄이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내민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였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방향은 올바로 설정했더라도 구체적인 전략과 실행 방안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그동안 청와대와 정부, 여당은 뭘 했는지 묻고 싶다. 1년 전과 달라진 게 거의 없어보여 안타깝다. 지난 5월에도 취업자 증가가 10만명 밑으로 내려가는 1차 충격이 있었다. 당시 청와대는 일자리 부진에 대해 ‘인구구조의 변화 등 구조적 원인’을 지목했다. 사정이 더 나빠진 7월에는 인구 탓만 할 수 없게 됐다. 그러자 “연말 연초에는 고용지표가 개선될 것”이라는 군색한 전망을 내놨다. 지표가 보여준 결과는 냉정하다.
심각한 것은 고용 부진과 분배 악화에 대한 원인을 찾지 못하고 허둥대고 있다는 점이다. 진단이 없으면 대책을 세울 수 없다. 일부에서 “고용 충격이 올 수 있다는 예상을 청와대가 전혀 하지 못했다”는 말도 흘러나온다. 무능을 드러낸 셈이다. 소득주도성장이 못마땅한 보수 언론과 야당은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 탓이라며 거센 공세를 퍼붓는다. 정부와 청와대는 그것 때문만은 아니라고 반박한다. 양측 다 명확한 근거를 내놓지 못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잘사는 사람만 잘사는 게 아니고 함께 잘사는, 성장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다. 최저임금 인상은 그 첫걸음일 뿐이다. 소득주도성장을 위해 추진해야 할 정책이 산적했는데 제대로 하지 못한 정부는 반성해야 한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가계소득이 늘어나 소비가 활성화하고, 기업도 매출증대에 따라 고용을 늘리는 선순환이 자연스레 이뤄질 거라고 순진하게 생각한 모양이다. 마중물에만 신경쓰고 펌프질 할 생각은 하지 않은 듯하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임금은 비용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기업생태계 피라미드의 바닥권에 있는 자영업자와 소기업에 가장 큰 영향을 줬다. 비용만큼 이익도 증가해야 손해를 보지 않는다. 매출을 늘리면 간단하지만 하루아침에 할 수는 없다. 바닥권 바로 위 중소기업이 납품단가를 올려주면 해결할 수 있다. 대기업은 중견기업에, 중견기업은 중소기업에 그렇게 해야 한다. 건강한 기업생태계 조성은 피라미드 정점의 대기업이 하청업체에 제값을 쳐주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이익 극대화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 스스로 나설 리는 만무하다. 기업생태계를 개선할 제도와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정부 책임이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삼성이 20조원을 풀면 200만명에게 1000만원씩 지급할 수 있다”고 했다가 재계와 보수 언론의 호된 비판을 받았다. 거친 표현이기는 해도 영 틀린 말은 아니다. 협력과 상생 차원에서 대기업이 하청업체와 이익을 나눈다면 최저임금 인상과 시너지 효과를 내 소득주도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중소기업벤처부가 도입을 추진 중인 협력이익공유제는 건전한 기업생태계 조성을 위한 한 방편이 될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목표 판매액이나 이익을 달성하면 사전에 자율로 맺은 계약에 따라 기여분을 나누는 성과배분 제도이다. 대기업에 이익을 내놓으라고 윽박지르는 게 아니라 중소기업과 공정하게 경쟁하고 협력하는 생태계를 만들자는 취지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도입했더라면 좋았겠지만 지금이라도 제도화하는 데 진력해야 한다.
정부는 올해보다 10% 가까이 늘어난 내년도 슈퍼예산안을 편성했다. 일자리와 복지 확충에 막대한 재정을 쏟아붓기로 했다. 재정투입은 효과가 크지만 한시적일 수 있기 때문에 제도와 시스템을 만드는 것 또한 중요하다. 소득주도성장은 청와대 정책실장이나 경제부총리 등 한두 사람에 의지할 과제가 아니다. 잘못이 드러났다면 과감한 인적쇄신이 필요하다. 말만 할 게 아니라 시민에게 청사진을 보여주고 실행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실패한다면 그건 경제 때문일 것’ ‘경제정책만 보면 착한 박근혜 정부’라는 세간의 비아냥을 언제까지 듣고만 있을 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