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받은 당시 고등법원장
“법원행정처 요구, 재판부 전달”
양승태 대법원장 재임 시절 고영한 전 대법관(당시 법원행정처장·63)이 판사 비리 의혹을 무마하기 위해 일선 법원 재판에 개입한 것이 사실이라는 취지의 진술을 검찰이 당시 고등법원장으로부터 확보했다.
31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윤인태 전 부산고법원장(현 변호사·61)은 지난 30일 검찰에 출석해 2016년 9월쯤 “고 전 대법관의 전화를 받고 법원행정처의 요구사항을 재판부에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부산고법은 건설업자 정모씨(53)로부터 뇌물 5000만원을 주고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현오 전 경찰청장과 정씨의 항소심을 심리 중이었다. 법원행정처는 정씨의 측근이자 부산고법 판사였던 문모 전 판사(현 변호사·49)가 조 전 청장 재판 관련 정보를 유출하고 있다고 의심하면서도 징계 대신 사건 무마에 나섰다.
당시 작성된 법원행정처 문건에는 “문 전 판사의 재판 내용 누설 의혹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며 “검찰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서는 2심 재판이 제대로 진행되게 보일 필요가 있으므로 공판을 1~2회 더 진행하라고 전달해야 한다”고 적혀 있었다.
실제 재판부는 선고를 연기하고 그해 11월 두 차례 더 변론을 열었다.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박근혜 정부 실세였던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59·구속)과 가까운 사이인 문 전 판사를 통해 상고법원 설치를 추진하려 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양승태 대법원이 청와대의 ‘지시’를 받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처분 집행정지 결정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재항고 이유서를 대필해 줬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이 사건의 주심이었던 고 전 대법관과 한모 전 청와대 고용노동비서관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검찰은 “법원이 사전에 자료를 임의제출할 것을 요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각했다”며 “은밀하게 진행해야 할 압수수색을 ‘대상자에게 미리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각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어떻게든 전·현직 법원 핵심 관계자들에 대한 강제수사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취지”라며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