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법원 설치’ 청와대 협조 얻으려 유출 금지된 자료 제공
국고손실·비밀누설 수사 확대…검찰, 박근혜 옥중조사 예정
양승태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가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의료진이 진행 중이던 특허 소송 관련 자료를 청와대에 전달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했다. 대법원이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에 관여해 유출이 금지된 자료까지 제공한 것이다. 자료를 요구한 ‘박근혜 청와대’와 기밀을 누설한 ‘양승태 대법원’ 모두 검찰 조사 및 사법처리를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2016년 초 법원행정처가 박 전 대통령의 ‘비선 의료진’인 김영재·박채윤씨 부부의 ‘리프팅 실’ 기술 특허권 소송 자료를 특허법원에서 수집해 청와대에 전달한 정황을 확보했다고 4일 밝혔다.
김씨 부부는 김씨가 특허를 출원한 리프팅 실 기술을 도용한 업체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행정처가 넘긴 자료에는 김씨 부부 상대편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의 수임내역과 연도별 수임 순위 자료 등도 포함됐다. 검찰은 당시 법원행정처에서 일했던 법관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정황이 자세히 적힌 문건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당시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 등이 청와대 민정수석실로부터 “박씨 재판을 챙겨봐 달라”는 요청을 받고 정보를 유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는 우병우 민정수석이 재직하던 때였다.
최순실씨 측근인 김씨는 검찰과 특검의 국정농단 수사에서 청와대를 드나들며 박 전 대통령에게 리프팅 실 시술을 한 사실이 밝혀져 의료법 위반으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확정받았다.
검찰은 양승태 대법원이 숙원사업인 상고법원 설치에 청와대 협조를 얻기 위해 재판 자료까지 넘기는 무리수를 둔 것으로 보고 있다. 행정부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할 법원이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에 가담한 꼴이 된 것이다.
검찰은 대법원 선임재판관으로 근무하던 유모 전 고등법원 부장판사(52·현 변호사)가 특허법원 자료 유출에 관여한 것으로 파악하고, 유 전 부장판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했지만 지난달 25일 법원에서 기각됐다.
검찰 관계자는 “법원이 압수수색을 막으니 관련자 조사 등 여러 우회로를 통해 수사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사건 관련자들을 차례로 불러 혐의를 확인할 방침이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박근혜 청와대의 ‘문고리 3인방’도 자료 유출에 관여했다면 다시 조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인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은 지난해 특검 수사 과정에서 박씨로부터 특허 분쟁을 도와달라는 민원을 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옥중조사도 진행할 계획이다.
양승태 대법원이 특허소송 자료를 유출한 데다 불법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까지 포착되면서, 일선 판사를 동원해 문건을 작성하거나 판사들을 사찰한 직권남용 혐의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검찰의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는 향후 국고손실(비자금 조성)·공무상 비밀누설(재판기록 유출) 등으로 확대되며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