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 비자금 조성, 예산 공무원만 “이런 일 더 이상 못하겠다”
‘양승태 대법원’이 상고법원 로비 등에 쓸 비자금을 조성하려고 공보관실 운영비 상납을 지시했을 때 법원장 중 누구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장들은 불법 비자금을 현금 다발로 최대 수천만원을 지급받았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2015년 대법원이 처음으로 ‘각급법원공보관실운영비’를 도입해 예산 3억5000만원을 책정한 뒤 이 중 전국 법원에 내려간 2억7200만원을 현금으로 다시 회수해 비자금을 조성하는 과정에 각급 법원장들이 관여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각 법원 공보판사들은 법원장들 지시로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디브레인)’에 허위증빙 자료를 입력한 후 예산을 법원행정처로 올려보냈다. 박병대 당시 법원행정처장(전 대법관) 등 ‘윗선’의 지시와 일선 법원의 일사불란한 복종이 있었기에 불법이 명백한 이 같은 일이 가능했다고 검찰은 본다.
법원장들은 이렇게 조성된 비자금을 수령했다. 법원행정처 예산담당관실 금고에 보관돼 있던 이 돈은 2015년 3월 전남 여수엠블호텔에서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 주재로 열린 법원장 회의에서 법원장들에게 5만원권 현금으로 수천만원씩 지급됐다. 상고법원 추진 등에 대한 격려금·대외활동비 명목이었다.
상부의 부당한 지시에 우려를 표한 사람은 예산담당 법원공무원이었다. 불법행위가 계속되던 2016년 초 대법원 예산담당자는 이민걸 당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에게 “겁이 나서 더 이상 이런 일을 못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법원 일각에서 비자금 조성 문제를 두고 사법부 전체의 구조적인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