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판결 총괄하는 고위직…검찰, 재판거래 핵심 역할 의심
비선의료진 소송정보 청와대 전달 등 내부 문건 유출 혐의도
유해용 전 수석연구관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9일 대법원 재판부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았던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52·변호사)을 피의자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유 전 수석연구관이 일제 강제징용, 통합진보당 사건 등에서 ‘박근혜 청와대’와의 재판거래에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판단한다.
유 전 수석연구관은 2014년 2월~2016년 2월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을 지내다 승진해 2017년 2월까지 수석재판연구관으로 일했다. 대법원 판결은 재판연구관들이 쓴 검토보고서·판결문 초고를 바탕으로 작성되는데, 수석재판연구관은 이를 총괄하는 고위직(차관급)이다.
검찰은 대법원이 항소심에서 일제 전범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을 특별 사건으로 분류하고 판결을 지연시키는 데 유 전 수석연구관이 관여한 정황을 포착하고, 이날 조사에서 이를 추궁했다. 검찰은 재판연구관 출신 법관들을 참고인 조사하면서 관련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강제징용 사건 재판연구관들이 바뀌는 과정에서도 5년여 동안 ‘판결 지연’ 기조가 유지되는 데 유 전 수석연구관 등 지도부가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한다.
검찰은 유 전 수석연구관이 통진당 소송에 개입한 정황도 포착했다. 검찰은 2016년 6월8일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이 작성한 ‘통진당 사건 전합 회부에 관한 의견(대외비)’ 문건이 당시 선임재판연구관이던 김현석 현 수석재판연구관을 통해 유 전 수석연구관에게 전달된 진술과 증거를 확보했다. 이 문건은 헌법재판소의 당 해산 결정으로 의원직을 박탈당한 통진당 국회의원들이 의원직을 돌려달라고 낸 행정소송 상고심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할지 검토하는 내용이다. 대법원은 행정처 검토 문건이 재판에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고 주장해왔지만, 이 문건이 대법원 재판부에 전달됐음이 확인된 것이다. 검찰은 김현석 수석연구관도 소환조사할 계획이다.
유 전 수석연구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의료진’ 김영재·박채윤씨 부부의 개인 특허소송 상고심 관련 정보를 특허법원에서 받아 임종헌 당시 행정처 차장을 통해 청와대에 전달하는 데 개입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러한 정황을 근거로 유 전 수석연구관이 대법원 재판부와 행정처가 한 몸처럼 움직이는 데 핵심고리 역할을 했다고 본다. 검찰 관계자는 “행정처가 대법원 재판에 영향을 미치고 싶을 때 연구관에게 일일이 연락할 필요가 있겠나. 수석·선임연구관을 통하지 않았겠나”라고 했다.
검찰은 유 전 수석연구관이 퇴임하면서 들고나온 대법원 내부 문건(사건 검토보고서, 판결문 초안 등)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검찰은 문건 유출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나 공무상 비밀누설 등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