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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집값’ 불안·투기심리 못 꺾은 탓…“정부가 내성 키웠다”

입력 2018.09.09 22:05

수정 2018.09.09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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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공급 확대·대출·세제 등 강화한 종합대책 예고

매수지수 역대 최고…전문가 “강력한 정책내야 진정”

‘미친 집값’ 불안·투기심리 못 꺾은 탓…“정부가 내성 키웠다”

“불은 지르기는 쉬워도 한번 붙으면 끄기 어렵잖아요. 이젠 소방차 2~3대로 끌 수 있는 불이 아니라고 봅니다.”

서울 잠실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최근 다시 부는 부동산 광풍 현상을 이렇게 표현했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잇따라 나온 부동산 대책에도 좀처럼 잡히지 않는 집값은 최근 한두 달 새 고삐 풀린 듯 연일 치솟고 있다.

9일 KB국민은행의 주간 주택시장동향을 보면, 지난 3일 기준으로 서울 매수우위지수는 171.6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매수우위지수는 공인중개사들에게 매도자와 매수자 중 누가 많은지를 물어 산출한 지수로, 100보다 높으면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의미다.

특히 올해 서울 매수우위지수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가 시행된 지난 4월 이후 100 미만에 머무르던 매수우위지수는 70까지 떨어졌다 보유세 개편안이 발표된 지난 7월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지난달에만 112.0(8월6일)에서 165.2(8월27일)로 급상승했다.

■ “정부, 부동산 시장 잘못 읽어”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정부는 이르면 이번주 중 집값 안정을 위한 종합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주택 공급 확대정책에 대출·세제 분야에서 기존 수요 억제책을 강화하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장은 대책 내용을 주시하면서 긴장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9일 정부가 그동안 시장 진단을 잘못했다고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시장 기저에 깔려 있는 심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내성만 키웠다는 것이다. 저금리 기조로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부동산을 대체할 만한 마땅한 투자처는 없었고 각종 규제로 매물은 줄어들면서 실수요자들까지 조바심을 내며 추격 매수에 나서도록 정부가 방치했다는 진단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비수기인 여름철에 집값이 과열된 것은 무주택자들의 불안심리가 극에 달했기 때문”이라며 “비재건축·비강남·비고가 등 ‘3비(非) 아파트’가 급부상하는 건 주로 중산층 서민들이 내집 마련에 앞다퉈 나서면서 생긴 현상”이라고 말했다.

당초 부동산 시장의 투기 에너지가 강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 실책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태경 헨리조지포럼 사무처장은 “2014년 하반기부터 투기 바람이 강하게 일기 시작했는데도 정부는 지난해 8·2 부동산대책 이후 보유세 강화에 미온적 자세를 취해왔다”며 “보유세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다주택자들은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타거나 임대사업자 등록제 등을 투기 수단으로 악용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 “공급 확대+보유세 강화 논의를”

이번 대책에 담겨야 할 내용으로 전문가들은 크게 두 가지를 제안했다. 실수요자들이 원하는 좋은 입지에 주택 공급이 이뤄져야 하며, 보유세 정상화가 논의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수요가 몰리는 지역의 임대수익이 높아질 것이란 (투자자들의) 기대를 없애야 한다”며 “입지 좋은 곳에 ‘로또분양’을 할 게 아니라 중산층이 살 만한 임대주택을 대량 공급해 희소성을 낮추고, 시장에 앞으로는 거주비가 높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꾸준히 줘야 한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토지 뱅크 개념으로 주택을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면서 “전체 임대주택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다주택자에 대한 혜택도 줄일 것이 아니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이라도 보유세를 강화하는 쪽으로 정공법을 택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태경 사무처장은 “지금은 비이성적 과열, 자기실현적 예언이 지배하는 시장”이라며 “정부가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더 이상 불로소득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갖고 보유세 강화 로드맵을 발표해야 진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준경 교수도 “안전자산 수요를 줄이기 위해서는 금리 인상과 보유세 정상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집값 급등이 정부가 자초한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정부는 지난해부터 부동산 시장이 당장 뜨거우니까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에 각종 정책을 남발했다”며 “정부 정책이 없었다면 오히려 올해 집값은 진정세에 접어들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교언 교수도 “정부 대책 자체가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며 “부동산 시장은 단기적 해법이 없다. 과도한 단기적 시장 개입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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