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 드러낸 ‘9·21 주택공급 확대 카드’
신혼희망타운도 5억 이상 ‘금수저 특혜’ 예상…임대 공급 없을 듯
SH공사 “부지 특수성 따라 결정”…공급 방식 논란에 정부 뒷짐
정부가 공공택지 개발 후보지로 선정한 서울 송파구 옛 성동구치소 부지와 강남구 개포동 재건마을에 공급될 주택이 신혼희망타운을 포함해 대부분 일반분양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지난 21일 발표한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서 실수요자들에게 양질의 저렴한 주택을 충분히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일반분양 형식으로 공급될 경우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주거안정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여론에 떠밀려 서둘러 주택공급 확대 카드를 꺼냈지만 ‘어떻게’ 공급할 것인지에 대한 세밀한 접근과 장기적 시각 부재를 노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등에 따르면 성동구치소 부지에 공급될 1300가구 중 700가구는 신혼희망타운이며 나머지 600가구는 일반분양으로 공급된다. 신혼희망타운도 분양형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재건마을에 공급될 340가구도 대부분 신혼희망타운으로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정부가 무주택 서민들에게 비교적 저렴하게 빌려주는 임대주택은 공급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하면서 임대주택 비중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수도권에 조성될 100만평 이상 공공택지에 공급되는 물량 중 35% 이상을 임대주택으로 짓겠다고 했으며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서울 준주거지역의 용적률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도 내놨다. 하지만 이번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서 가장 관심을 많이 받았던 성동구치소 부지와 재건마을에서는 임대주택을 공급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들 두 곳 사업부지는 정부가 밝힌 11개 서울시내 택지 중 위치가 공개된 곳이다.
이미 부동산시장에서는 “성동구치소 부지는 분양만 받으면 로또”라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서울 강남권으로 교통접근성이 뛰어난 데다 임대주택 공급까지 빠진다면 분양 후 상당한 시세차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집값을 잡겠다고 내놓은 공급대책이 오히려 투기수요를 자극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들 지역의 아파트 시세가 10억원을 훌쩍 넘어 주변 시세의 70~80%로 책정되는 신혼희망타운의 분양가도 5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돼 ‘금수저 특혜’ 논란도 일고 있다. 노원구에서 전세를 살고 있는 신혼부부 이모씨(37)는 “이제 막 시작하는 서민 신혼부부들이 돈이 얼마나 있겠는가”라며 “소수의 ‘금수저’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SH공사 측은 이에 대해 성동구치소 부지의 특수성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성동구치소 부지는 송파구 문정동에 법조타운을 조성하는 대가로 SH공사가 법무부로부터 받은 땅으로, 법조타운 조성에 5600억원을 들인 SH공사로서는 부지 개발과 분양 등을 통해 투자금 회수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것이다. SH공사 관계자는 “중대형 평형을 분양해야 수익성이 좋은데 투자금 회수에 비상이 걸린 상태”라고 전했다.
성동구치소 부지 개발사업에 대해 잘 아는 정치권 관계자는 “어쩔 수 없이 비싸게 팔아야 하는 땅으로, 사실 정부 공급 방안이 아니었더라도 1000~1100가구가 일반분양으로 나올 예정이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고위 관계자는 성동구치소 부지에 건설될 주택의 공급 방식에 대해 “사업시행을 SH공사가 하기 때문에 분양으로 할지, 임대로 할지는 서울시에서 판단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국책산업팀장은 “정부가 공공재원을 끌어들여 공공주택사업을 해야 하는데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고급 주택에 살 만한 사람들의 요구를 충족시킬 것인지, 주거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급대책을 펼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