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전권 입수하기까지
경향신문이 <제5공화국 전사>라고 쓰인 3800쪽 분량의 책 9권 전권을 확보하기까지는 법정 공방을 포함해 1년5개월이 걸렸다. <5공 전사>는 비밀 등급이 매겨져 있지 않지만 존재 자체가 ‘비밀’로 취급됐다.
<5공 전사>는 그동안 전체 내용이 외부에 공개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책의 존재는 1996년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과정에서 처음 알려졌다. 2007년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진상규명 활동을 벌인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도 <5공 전사>를 주요 근거로 사용했다.
두 번의 조사과정에서 <5공 전사>가 외부로 유출됐지만 ‘비밀’이 해제되지 않아 활용에 한계가 있었다. 내용이 공개된 <5공 전사>의 모든 페이지에는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규정에 의거 관리되어야 한다’는 타원형의 도장(사진)이 찍혔다. 자료의 외부 유출을 막으려던 조치였다. 이런 이유로 일부 언론이나 연구자들이 <5공 전사>를 입수해 공개할 때는 도장이 찍힌 부분을 가리거나 주요 내용을 요약해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5공 전사>를 모두 공개하려면 합법적인 방법으로 취득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2017년 2월 국방부를 상대로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국방부는 “국가안전보장과 관련된 정보 분석을 목적으로 수집하거나 작성한 정보로서 정보공개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며 거부했다.
경향신문은 같은 해 3월 서울행정법원에 ‘정보공개 거부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냈다. 법정에서도 국방부는 <5공 전사>의 공개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주장했다. 국방부는 “매우 예민하고 내밀한 당시 국내여론 등이 포함되어 있어 공개돼 어떠한 경로로든 반국가단체에 제공된다면 대한민국의 안전보장과 국방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게 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5공 전사>를 비공개로 열람, 심사한 서울행정법원 제3부는 지난 4월 민간인들의 개인정보를 뺀 모든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의 ‘조정안’을 권고했다. 재판부는 “<5공 전사>를 공개한다고 하여 국가 이익에 어떠한 악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없다”면서 “5·18민주화운동 등 역사적 사건에 대해 보다 심도 있는 논의와 학술적 연구가 이뤄질 수 있으므로 공개해 얻는 공익이 크다”고 밝혔다. 국방부가 법원 조정안에 동의하고 경향신문이 소를 취하하면서 <5공 전사>는 지난 7월 빛을 볼 수 있게 됐다.
특별취재팀 : 배명재·강현석·유정인·조형국 기자
자문위원단 : 강원택 교수 (서울대 정치외교학부)·노영기 (조선대 기초교육대학)·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한정훈 (서울대 국제대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