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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영의 내 인생의 책]②번역의 탄생 - 이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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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영의 내 인생의 책]②번역의 탄생 - 이희재

  • 노승영 | 번역가

번역계 입문서

[노승영의 내 인생의 책]②번역의 탄생 - 이희재

“영어와 한국어 사이에는 아직 뚫리지 않은 회로가 무궁무진합니다. 어떻게 보면 번역이란 그 미지의 회로를 뚫는 작업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157쪽)

번역을 시작한 지 10년차가 되면 번역 지침서를 하나 내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10년을 훌쩍 넘긴 지금 돌이켜 보면 참으로 당돌한 포부였지만, 번역 지침서를 쓸 생각은 3년차에 일찌감치 접었다. 그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2010년은 내가 이희재의 <번역의 탄생>을 읽은 해다. 책을 읽으면서 마치 저자가 내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게다가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까지. 직역주의는 “원문을 우러러보는 종살이에 가깝”다거나 “오렌지는 한국어니까 그냥 ‘오렌지’라고 말하면 되지 ‘어륀지’라고 혀를 꼬아서 말할 이유가 없”다거나 “토박이말을 쓰는 까닭은 …… 그저 머리에 잘 들어온다는 소박한 이유에서”라는 것까지 연신 무릎을 치며 읽었다. 그 뒤로도 간간이 책을 뒤적이는데, 읽을 때마다 반드시 얻는 것이 있다. 번역 실력이 일취월장했다는 자만심이 들 때 읽으면 아직 갈 길이 멀었음을 절감하게 된다. 급기야 이제는 나의 번역관이 나 스스로 생각해낸 것인지 이 책에서 배운 것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이보다 뛰어난 번역 지침서는 나올 수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번역은 글쓰기다> <번역가를 위한 우리말 공부> <갈등하는 번역> 같은 훌륭한 책들이 잇따라 출간되었다. 내가 번역에 뛰어들기 전에 이런 책들을 읽을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직 번역에 입문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복이 있나니 이 책을 읽으면 나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중에서 딱 한 권만 읽어야 한다면 <번역의 탄생>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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