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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영의 내 인생의 책]③이렇게 살아가도 괜찮은가 - 피터 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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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영의 내 인생의 책]③이렇게 살아가도 괜찮은가 - 피터 싱어

  • 노승영 | 번역가

저자로 빙의될 줄은…

[노승영의 내 인생의 책]③이렇게 살아가도 괜찮은가 - 피터 싱어

번역할 때는 책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둬야 한다. 소설의 경우는 저자나 주인공에게 빙의되는 사람도 적잖다지만, 자신과 결이 다른 사람에게 섣불리 빙의되었다가는 정신적 외상을 입고 모멸감에 빠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작업을 거절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생계형 번역가가 일거리를 가려 받기는 좀 민망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나와 생각이 다른 저자의 책을 번역할 때는 나의 원래 자아를 숨겨둔 채 대리인을 내보내어 빙의되도록 한다.

그런데 이따금 책이 나를 사로잡을 때가 있다. 저자가 나를 통해 독자에게 말을 걸 뿐 아니라 번역자인 내게도 직접 말을 거는 것이다. 그렇게 내 속내를 꿰뚫어보고, 내 궁금증을 해결해주고, 내 공허함을 채워주는 책이 있다. 내가 번역한 피터 싱어, <이렇게 살아가도 괜찮은가>가 그런 책이었다. 그가 던진 물음은 내가 늘 품고 있던 물음이었으니까. 일상과 욕망에 파묻혀 살아가다보면 어느 순간엔가 ‘이렇게 살아가도 괜찮은가?’라는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된다. 나와 가족의 먹고사는 문제에 몰두하다 비로소 삶의 의미를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그럴 때 싱어가 소개하는 공감의 원, 팃포탯 전략, 황금률, 우주적 관점 등을 곱씹으면 물질주의적이고 이기적인 삶에서 벗어나 윤리적 삶을 살겠노라 다짐할 수 있다.

결정적으로 나를 옴짝달싹 못하게 옭아맨 것은 옮긴이 후기였다. 출판사 요청으로 쓴 옮긴이 후기를 통해 나의 다짐을 만방에 알리는 바람에 이젠 무를 수도 없게 되었다. 내게 빙의한 피터 싱어의 혼이 번역서가 출간된 뒤에도 떠나지 않고 내 양심을 짓누른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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