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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영의 내 인생의 책]④끝나지 않은 노래 - 조안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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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영의 내 인생의 책]④끝나지 않은 노래 - 조안 하라

  • 노승영 번역가

노래의 힘

[노승영의 내 인생의 책]④끝나지 않은 노래 - 조안 하라

“내 기타는 부자들을 위한 게 아니다./ 절대 그런 것은 아니다./ 나의 기타는 사다리/ 우리가 별에 오르기 위해 만드는 사다리./ 노래하며 죽기로 한 남자/ 진실한 노래를 부르며 죽는 남자의/ 피 속에서 고동치는 노래는/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1973년 9월11일 칠레에서 군사 쿠데타가 일어났다. 사회주의자 대통령 아옌데는 대통령궁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며 수많은 지지자가 산티아고 국립체육관에서 처형당했다. 그중에는 총알 40여발을 맞은 시신도 있었다. 양손이 처참하게 으스러진 채 발견된 그의 이름은 빅토르 하라, 칠레의 민중가수였다. 위에 인용한 글은 그의 노래 ‘선언(Manifesto)’의 일부다. 그는 노래운동에 참여하면서 민요를 발굴하고 저항 정신을 담은 노래를 짓고 불렀다.

그의 삶을 다룬 책 <끝나지 않은 노래>는 1988년 한길사에서 나왔다가 절판된 후 2008년 삼천리에서 <빅토르 하라: 아름다운 삶, 끝나지 않은 노래>라는 제목으로 재출간됐다. 1993년 대학에 입학한 나는 민중가요 동아리에 가입했는데, 그곳에서 ‘학습’을 위해 읽은 자료 중 하나가 이 책이다. 표지에 큰 글자로 박힌 ‘노래는 무기다’라는 문구가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까지 복음성가를 즐겨 부르고 대중가요와 팝송을 흥얼거리던 아이는 투쟁의 현장에서 어깨 겯고 부르는 노래야말로 진짜 노래라고 생각하는 노래패가 되었다.

그런데 대학을 졸업하고 나니 부를 노래가 없었다. 투쟁의 현장에서 불리지 않는 투쟁가는 아무 의미가 없지 않은가. 술자리에서 과거를 추억하며 불러봐도 영 흥이 나지 않았다. 이제 와서야 깨달은 것이지만, 노래가 무기였던 것은 그때가 무기를 필요로 하는 시대였기 때문이다. 이제 노래는 무엇이 되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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