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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타인’과 ‘떡볶이는 먹고 싶어’

입력 2018.11.04 21:03

수정 2018.11.04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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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강원 속초에서 함께 자라난 친구들은 34년이 흐른 후 중년이 되어 부부동반으로 집들이 모임을 갖는다. 친구들은 모두 좋은 대학을 나와 성형외과 의사가 되고 변호사가 되고 선생님이 되고 사업가가 되었다. 어릴 때 함께 보았던 월식이 일어나는 어느 날 저녁. 이들은 대화를 나누며 “서로에게 거리낄 것이 없고 비밀도 없다”며 정말 친한 관계를 과시하다가 저녁을 먹는 동안 서로의 전화 통화와 문자, 카톡, e메일까지 고스란히 공유하는 게임을 시작한다.

[아침을 열며]‘완벽한 타인’과 ‘떡볶이는 먹고 싶어’

그러나 게임과 함께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이들의 속사정이 하나하나 드러난다. 정신과 전문의 아내를 두고도 남몰래 정신과 치료를 받는 성형외과 의사, 자신의 성 정체성을 말하지 못하는 전직 교사, 잘난 친구들 사이에서 열등감에 사로잡혀 살아온 바람둥이 레스토랑 사장, 결혼생활이 원만하지 않은 변호사…. 한강이 보이는 멋진 고급빌라에서 홍게와 물곰탕 등 내내 푸짐한 음식들로 속을 채우지만 모두 말하지 못할 비밀이 있다.

지난주 개봉한 영화 <완벽한 타인>의 이야기다. 2016년 개봉한 이탈리아 영화 <퍼펙트 스트레인저>가 원작인 이 영화는 개봉 4일 만에 100만 관객을 넘어서며 심리 코미디물로 의외의 흥행가도에 들어섰다.

한 공간에서 밥을 먹고 잠을 자며 화장실을 같이 쓰는 부부와 부모자식 사이, 어릴 적부터 흉허물 없이 자라나 우리집 숟가락 젓가락 숫자까지 알고 있을 법한 절친 사이에서도 서로 말하지 못한 비밀이 존재한다. 그 비밀은 끊임없이 나를 괴롭히고 때론 성장을 가져오기도 하지만 대부분 누군가 타인에게 공개하면 더 큰 상처가 돼 돌아오는 것들이다. “말을 하지….” (영화 속) 친구는 왜 말하지 않았느냐며 서운해하고 화를 내지만 말해봤자 돌아오는 것은 조롱과 비아냥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알기에 비밀은 그대로 비밀로 남는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라는 특이한 제목의 책도 넉 달째 베스트셀러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10년 넘게 기분부전장애(경도의 우울증)와 불안장애를 앓고 있는 저자가 정신과 전문의를 찾아 약물치료와 상담치료를 병행하며 나눈 상담 내용을 환자 시각에서 써내려간 책이다. 중학교 때 왕따를 당한 적이 있는 저자는 별일 없이 사는데도 채워지지 않는 마음의 빈 공간에 대해서 털어놓고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친구들과 웃고 떠드는 동안에도 울적한 마음 한구석이 채워지지 않고 그 때문에 힘들어하는 과정을 찌질한 것까지 하나하나 보여주며 치료해가는 과정이 담겨 있다. “내 얘기라는 생각에 많이 공감했고 울고 싶어졌다” “나도 고백하고 위로받고 싶다” 등등 독자들은 공감을 표시하며 열광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4일 기준 출간 넉 달 만에 25만부를 기록하며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에 힘입어 내년 1~2월 2권까지 출간할 예정이다.

“왜 사람들은 자신의 상태를 솔직히 드러내지 않을까? 너무 힘들어서 알릴 만한 힘도 남아 있지 않은 걸까? 난 늘 알 수 없는 갈증을 느꼈고, 나와 비슷한 사람들과의 공감이 필요했다.” 작가의 자문자답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세 개의 삶을 산다. 공적인 나, 개인적인 나, 그리고 비밀의 나.”(<완벽한 타인>의 마지막 자막) 사람들에게 보이는 공적인 나의 모습, 친구나 지인들에게만 보여주는 사적인 나의 모습,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비밀스러운 나의 모습이 있다는 얘기다. 그 비밀은 불륜일 수도 있고 동성애일 수도 있고, 낮은 나의 자존감일 수도 있다.

소셜네트워크 시대에 점점 더 많은 관계와 정보 속에 살면서도 항상 외로움을 호소하는 현대인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생판 모르는 사람이 어제 저녁 누구와 익선동 레스토랑에서 토마토가 아닌 크림 소스로 만든 해물파스타를 무슨 와인과 곁들여 먹었는지도 훤히 알며 공유하는 시대의 서글프고 불편한 아이러니다. 아픈 상처들은 누구보다도 가까운 이에게 위로받으며 치유하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정작 많은 이들이 그렇지 않은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알고 보면 그 비밀스러운 모습은 누구에게나 있는 별것 아닌 것에 불과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스스로 아파하고 말하지 못하며 누군가에게는 위로받고 싶어 하고, 때론 가식적인 것들에 둘러싸여 상처받는다. 결국 모두가 이런 상태의 사회적 우울증에 놓이게 되는지도 모른다.

쇼비즈니스의 선구자인 미국의 서커스단장 피니어스 테일러 바넘(1810~1891)은 서커스 시작 때 항상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이 있다”란 말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었다고 한다. 당시 사람들이 가졌던 마음의 여유와 공감처럼 나 자신은 물론 타인에게 마음의 문을 더 연다면 우울하고 고독한 사회적 분위기가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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