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조사·검찰 재수사 하자 “혼자 했다” 진술 번복
양 회장, 두 차례 소환 불응…목격자 보강 수사 계획
검찰이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구속·사진)의 ‘대학교수 폭행 사건’을 재수사하게 된 데는 “형도 함께 때렸다”고 인정한 양 회장의 동생 양모씨의 진술서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고검은 이 같은 진술서를 받고 지난 4월 수사를 담당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진술서 내용을 확인하고 양 회장과 피해 교수의 대질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재기수사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검찰이 재수사에 나서자 동생 양씨는 “형은 안 때렸고 나 혼자 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검찰은 지난 8월 이후 양 회장에게 두 차례 소환 요구를 했지만 양 회장이 불응해 체포영장을 검토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11일 경향신문이 취재한 내용을 종합하면 대학교수 ㄱ씨는 2013년 12월 자신과 양 회장 부인과의 불륜을 의심한 양 회장과 동생 양씨, 양씨 지인들에게 양 회장 사무실에서 집단 폭행을 당했다. ㄱ씨는 양 회장이 자신의 얼굴에 가래침을 뱉은 뒤 빨아 먹게 하는 등 가혹행위를 하고 폭행이 끝난 뒤 강제로 현금 200만원을 줬다고 했다.
보복이 두려웠던 ㄱ씨는 지난해 6월에야 양 회장 등 8명을 공동상해 및 감금 등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검찰은 성남 분당경찰서에 사건을 보냈다. 양 회장과 동생 양씨 등 피고소인들은 경찰 조사에서 양씨 혼자 ㄱ씨를 때렸다고 입을 맞췄다. 경찰은 동생 양씨만 기소, 다른 피고소인들은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성남지청)에 송치했다. 이 과정에서 수사지휘를 하던 검사가 인사가 나 바뀌기도 했다.
성남지청은 동생 양씨만 한 차례 조사한 후 지난 2월 상해 혐의로 기소했다. 양씨에 대해선 지난 5월 법원에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유죄판결이 나왔다.
피해 교수 ㄱ씨는 양 회장 무혐의에 반발하며 서울고검에 항고했다. 이때 동생 양씨가 “사실 양 회장과 지인들도 폭행에 가담했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서울고검에 제출했다. 서울고검은 지난 4월 양씨의 진술서 내용이 사실인지 확인하고 보강수사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다시 수사하라고 재기수사 명령을 내렸다.
지난 7일 경찰에 전격 체포돼 경기남부경찰청으로 압송된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취재진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최인진 기자
재수사에 나선 성남지청은 ㄱ씨와 동생 양씨, ㄱ씨와 진술서에 폭행에 가담한 것으로 지목된 양씨 지인들을 대질 조사했다. 하지만 동생 양씨는 “나 혼자 폭행했다”고 재차 말을 바꿨다. 다른 지인들도 양씨 혼자 했다고 했다.
지난 7월엔 검찰 인사로 담당 검사가 또 한 번 바뀌었다. 새 검사는 지난 8월 이후 양 회장에게 두 차례 소환 요구를 했지만 양 회장은 모두 응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담당 검사가 체포영장까지 준비해놓은 상황에서 이번 사태가 터졌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성남지청은 이번 사태가 터진 후 목격자 진술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양 회장 주변인들에 대한 보강 수사를 계획하고 있다. 현재 양 회장을 구속한 사건을 기소하고 나면, 12월에 대학교수 폭행 사건 피의자로 양 회장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사건 처리에서 상관의 압력이나 변호인의 로비 등 법조비리 요소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사가 미흡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ㄱ씨는 최근 CBS와의 인터뷰에서 “폭행 당시 양 회장 가래침이 묻은 옷과 양 회장이 주머니에 찔러준 200만원, 협박을 강요한 녹취파일 등 증거가 있다고 고소장에 기재했지만, (검찰이) 달라고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