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종일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인 지난 11월11일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 광장 인근을 지나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
“각론으로 들어가면 틀리지만, 양국의 협력 등 큰 방향에서는 맞는 얘기도 있다.”
지난 주말 온라인을 떠들썩하게 만든 중국 생태환경부 류여우빈 대변인의 ‘서울 미세먼지는 서울 탓’ 발언에 대해 환경부에서 조심스럽게 나오는 반응이다. 류여우빈 대변인은 지난 28일 브리핑에서 “한국의 미세먼지는 중국에서 ‘바다를 건너서 넘어온 것’이라고 주장”하는 한국 언론 보도에 대한 의견을 묻자 조목조목 근거를 들어 반박했다.
환경부는 중국 측 발표 내용 번역본을 언론에 배포했을 뿐, 공식 입장을 내지는 않았다. “질의 과정에서 나온 얘기를 정부 차원에서 대응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한데다 “중국과 사사건건 시비를 가리는 것보다는 대화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한 반감이 심한 한국에선 어김없이 거센 논란을 불렀다. 중국 정부가 제시한 세 가지 근거들은 대체로 자국에 유리한 해석을 내놓은 것들이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이제까지 한국 전문가들도 한 얘기들을 방식을 달리해 설명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내년 ‘중국발 미세먼지’의 책임 소재를 가리게 될 공동 보고서가 발표될 예정이라 치열한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①중국의 대기질은 대폭 개선됐는데 서울 초미세먼지 농도는 비슷하거나 조금 상승했다
중국 미세먼지 농도는 최근 몇 년간 급속도로 개선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중국 정부 공식 자료인 생태환경부의 2017년도 환경상황공보에 따르면, 중국 지급(地級·성과 현 사이 행정구역) 338개 도시의 미세먼지(PM10) 농도는 4년 전인 2013년보다 22.7%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초미세먼지(PM2.5) 농도의 경우 같은 기간 징진지(베이징·톈진·허베이) 지역은 64㎍/㎥로 39.6% 좋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지난해 베이징의 PM2.5 농도는 58㎍/㎥로 4년 전인 2013년 89㎍/㎥보다 35%가량 감소했으며, 전년 대비로는 20.5%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2013년 25㎍/㎥에서 2016년 26㎍/㎥으로 약간 상승했다가 지난해 25㎍/㎥를 기록했다. 최근 중국의 미세먼지 농도는 급격히 좋아지고 있는데도 한국의 미세먼지 농도가 제자리걸음이라면, 어떻게 중국 탓을 할 수 있냐는 얘기를 돌려서 한 셈이다. 중국 측 주장을 단순하게 받아들이면 틀린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중국의 미세먼지 농도의 절대 수치 자체가 우리보다 높다. 환경상황공보에 따르면, 338개 도시 중 99개 도시만 미세먼지 기준을 충족했고, 나머지 239개 도시는 여전히 기준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징진지 지역만 해도 여전히 서울의 2~3배 수준이다. 중국의 대기질이 빠른 속도로 나아지고 있다고 해도 한국에 비하면 나쁜 수준인데다, 미세먼지가 심할 때면 한국으로 오염물질들이 유입될 수 있다는 점은 중국 생태환경부 대변인이 굳이 언급하지 않은 셈이다.
하지만 중국의 미세먼지 농도가 높다고 해서 모두 중국 탓을 하는 것은 조금 다른 문제다. 기상조건에 따라 들어올 수도 안 들어올 수도 있고, 양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8일 중국 기자도 ‘바다를 건너서 넘어온 것’에 대한 질문을 했다. 아무리 중국의 미세먼지가 심하다고 한들 서풍을 타지 않으면 한국까지 흘러들어오지 않는다. 기류의 흐름에 따라 한반도 상공을 그냥 지날 수도 있고, 낙하하면서 한국의 오염물질과 만나 고농도로 심화될 수도 있다.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대기 정체가 잦아지면서 오염물질이 원활하게 확산되지 않는 문제도 있다. 결국 책임을 따지다 ‘바람 탓’으로 흘러가면 중국 책임을 일방적으로 주장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올해 9월5일 맑았던 중국 베이징 시내(위)가 지난 10월15일 스모그로 뒤덮이면서 건물들이 뿌옇게 보이고 있다(아래). 베이징 | AFP연합뉴스
②2015~2017년 이산화질소(NO2) 농도는 서울이 중국 베이징, 옌타이, 다롄보다 높다
우선 이산화질소 농도는 서울에서 2015년 0.032ppm, 2016년 0.031ppm, 2017년 0.030ppm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베이징은 0.049ppm, 0.047ppm, 0.044ppm으로 서울 보다 높았다. 반면 옌타이와 다롄은 중국 정부 주장대로 서울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또한 지난해 기준 국내 도시 중에 서울이 가장 높았고, 인천은 옌타이나 다롄보다도 낮았다.
또한 중국 미세먼지 유입을 따질 때는 황산화물(SOx)의 농도를 살펴보는 경우가 많다. 석탄 사용이 많은 중국에서 오염물질이 흘러들어 올 때 황산화물 농도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한국에선 과거 환경규제를 하면서 황산화물 농도가 높게 나타나진 않는다. 오염물질 중에 이산화질소만 언급하면서 다른 미세먼지를 생성하는 물질은 언급하지 않은 셈이다.
질소산화물은 초미세먼지의 전구 물질(원인 물질)이다. 경유차나 산업시설에서 주로 배출된다. 미세먼지와 결합해서 광화학반응을 일으키면 인체에 더 해로운 초미세먼지로 악화한다. 이를 ‘2차 생성’이라고 부른다. 팩트 자체도 사실 관계가 다른 부분이 있었지만, 중국 정부가 하고 싶었던 진짜 얘기는 다른 것으로 짐작해 볼 수도 있다. 중국에서 미세먼지가 넘어갔다고 한들, 고농도 미세먼지는 서울에서 발생한 오염물질 때문에 심화된 것이 아니냐고 반박하는 것이다.
전국적으로는 산업 부문(38%)이 최대 배출원이나 수도권 미세먼지는 경유차(23%) 비중이 가장 높다. 결국 서울의 이산화질소 농도가 높다는 지적은 고농도 미세먼지는 한국 탓이 크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과 미세먼지 논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것은 아니지만, 정부에선 지난 11월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발표하면서 경유차의 단계적 퇴출을 핵심 정책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③11월6~7일 서울에서 중오염 나타났을 당시 대기 이동은 없었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11월 3~6일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시 국외 비중은 18~45%로 국내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11월25~28일 초미세먼지가 높았던 때는 국외 영향이 51~66%였고, 수도권의 경우 최대 74%로 분석됐다.
올해 초 사례도 중국 기여율이 높았다. 1월15~18일 수도권의 고농도 미세먼지 국외 기여율은 57%에서 시작해 38%로 낮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3월22~27일 발생한 고농도 미세먼지의 원인은 국외 영향이 59%로 시작해 69%까지 높아진 다음 32%까지 떨어졌다. 결국 중국 정부가 여러 사례 중에 자국에 유리한 시기만 분리해서 중국의 미세먼지가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이 낮다고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이전 분석에서 보듯 중국의 책임이 일방적으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고농도 미세먼지는 국내에서 대기정체 때문에 2차 생성이 활발해지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결국 중국의 책임이 어느정도 되느냐는 것은 과학적 연구를 통해 따져볼 수 밖에 없으며, 전적으로 중국 탓이라고 할 수도 없다고 봐야 한다.
지난해 7월 발표된 국립환경과학원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한·미 협력 국내 대기질 공동조사’에서는 국내 초미세먼지(PM2.5) 기여율이 국내 52%, 국외 48%로 나왔으며, 세부적으로 국외에선 중국 요인이 34%로 분석됐다. 다른 연구에서도 30~60% 정도의 범위에서 중국 기여율이 나타나고 있다.
![[팩트체크] “서울 먼지는 서울 것” 중국 주장은 사실일까](https://img.khan.co.kr/news/2018/12/31/l_2018123101003481200271283.jpg)
중국에서 처음으로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 의미있다
환경부에선 중국 측에서 내놓은 주장에 대해 일일이 대응을 하지는 않기로 했다. 예민한 국제 문제인데다 현재 상황에선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긍정적으로 보는 부분도 있다. 중국에서 미세먼지 문제와 관련해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환경부 대기환경정책관실 관계자는 31일 경향신문 통화에서 “처음으로 중국이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 오히려 상징적 의미가 있다”면서 “특히 한중 양국의 교류 협력을 언급하면서 내년 말 관련 연구 성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힌 것을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 한국과 중국 정부는 베이징에 미세먼지를 포함한 환경문제에 공동 대응하는 ‘한·중환경협력센터’를 열었다. 센터는 두 나라 환경 분야 협력사업을 총괄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데 그중 ‘한·중 대기질 공동연구’가 많은 관심을 모았다. 연구를 통해 중국발 미세먼지의 ‘실체’를 규명하면 중국에 항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센터 개소식에 맞춰 열린 20차 한·중·일 환경장관회의(TEMM20)에서 벌어진 해프닝은 앞으로 갈 길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회의에선 한국 미세먼지의 중국 책임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모은 ‘동북아 장거리이동 대기오염물질 공동연구 보고서’를 공개하기로 했는데 중국 측의 거부로 무산됐다. 중국 측에선 보고서의 일부 자료가 오래된 데이터여서 최근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새로운 데이터를 기반으로) 연구를 진행해 내년 21차 회의 전 보고서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한 번 무산된터라 보고서 공개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이번에 중국 측에서 2019년 말로 발표 시점까지 언급했다. 자국에 불리한 이슈라 언급 자체를 피해온 미세먼지 문제를 중국 정부에서 입에 올린 것도 이전과는 다른 변화다. 하지만 중국에서 보고서 발표를 하겠다는 것은 보고서 내용 자체가 자국에 불리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결국 현 상황에선 한국에서의 희망처럼 중국의 미세먼지 책임이 일방적으로 나올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애초에 중국에서 미세먼지가 넘어오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바람을 타고 바다를 건너 흘러들어온 것을 모두 중국 잘못으로 돌리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었다.
문제는 기대와 다른 결과가 나왔을 때, 시민들이 더욱 격렬하게 부정적 반응을 보일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에선 중국과 협력을 통한 문제 해결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이 최근 미세먼지를 급격히 저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탓만 하기 보다는 국내 미세먼지를 함께 줄인다면 맑은 공기를 마시는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장 미세먼지로 피해를 입고 있는 시민들의 마음에 가 닿지 못하고 있다. 미세먼지 이슈가 처음 불거졌을 당시 ‘미세먼지=중국발’이라는 프레임이 굳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세먼지 문제가 애초에 중국에 불리한 이슈인만큼 한국에서 최대한 실리를 챙기는 것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최근 나오고 있다. 중국 오염물질 저감에 한국 기업이 우선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식이다. 베이징에 문을 연 한중환경협력센터에서도 미세먼지 공동 연구를 하는 것만이 아니라 환경 관련 기술을 가진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을 돕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미세먼지 기여율 관련 자료를 낼 때마다 거세게 비판 받고 있지만, 얻어맞을 것은 얻어맞으면서 최대한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중국과 논의를 해나가겠다”면서 “결국 누구 탓을 하는 것보다는 협력을 하는 것이 문제 해결에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것을 국민들도 이해해주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