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여론조사에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60)이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수위권에 올라 눈길을 끌고 있다. 정작 유 이사장은 2012년 대선 직후 정계은퇴를 선언한 뒤 지속적으로 공직선거 불출마 의사를 밝혀 왔음에도 여권은 물론 야권 후보군을 포함한 조사에서도 경쟁력 있는 후보로 부상했다. 아직 차기 대선이 3년이나 남았고 선호도 조사라는 한계는 있지만 이 같은 지지세를 감안하면 유 이사장 거취가 차기 대선 판도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수 언론이 차기 대선주자를 추려 2일 발표한 신년 여론조사 결과 유 이사장은 여야 후보군을 통틀어 빅3에 포함됐다. 유 이사장을 차기 후보군에서 제외했지만, ‘유시민’ 이름이 들어간 일부 조사에서는 선호도 1~2위를 다투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코리아리서치센터가 MBC 의뢰로 지난달 27~28일 실시한 선호도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유 이사장은 10.5%로 1위에 올랐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 10.1%, 이낙연 총리 8.9% 순이었다.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의 지난달 26~27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조사에서도 유 이사장은 범여권 주자 중 2위였다. 정권 재창출 지지층에서는 17.8%, 전체 응답자는 14.0%가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위인 이낙연 총리(지지층 20.6%, 전체 15.0%)와 오차범위 내 박빙이었다.
앞서 유 이사장은 지난달 22일 노무현재단 송년행사에서 “일부 언론이 자꾸 괴롭힌다”며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공문을 보내서 여론조사에 넣지 말라는 강력한 요청이 있었다는 안내문을 (언론사에) 보내도록 하려고 한다”고 했다.
하지만 여론조사는 유 이사장 의지와는 무관한 결과로 드러나고 있다. ‘유시민’ 이름 석자만 들어가도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는 차기 대선을 3년 앞둔 현재의 여론조사가 일종의 인지도 조사 성향이 강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치권 밖에서도 팬층이 두터운 유 이사장엔 유리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아직 뚜렷한 지지후보를 정하지 않은 여권 내 친노무현·친문재인 성향의 유권자들이 유 이사장 곁에 머무르기 좋은 환경이라는 분석도 있다.
특히 유 이사장 지지세는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는 국면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무능 프레임’이 강화될수록 ‘유능한 진보(개혁)’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지식소매상’을 자처해 온 유 이사장에 대한 쏠림 현상이 강해진다는 것이다.
유 이사장의 이 같은 지지세는 당분간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공식 행보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4일 밤 첫 방송되는 팟캐스트 ‘유시민의 알릴레오’는 앞으로 매주 유튜브 등을 통해 업로드 된다. 첫 방송에는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이 출연한다. 유 이사장은 이날 JTBC 신년 토론에 패널로 참석하는 등 논객 활동도 왕성하게 벌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