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수사 7개월 만에…“더 이상 미룰 필요 없다고 판단”
임종헌과 공범 혐의 43개…1주일간 박병대·고영한 등도 조사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사진)이 사법농단 사건 피의자로 검찰 조사를 받는다. 수사가 본격화한 지 7개월 만이다. 전직 대법원장이 검찰 피의자 조사를 받는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오는 11일 오전 9시30분 양 전 대법원장을 피의자로 불러 조사한다고 4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양 전 대법원장 수사가 상당 부분 진척돼서 더 이상 조사를 미룰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출석하겠다고 이날 오후 검찰에 전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의 범죄 혐의가 방대한 데다 피의자에 대한 야간 조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다는 점 등을 고려해 양 전 대법원장을 두 차례 이상 불러 조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양 전 대법원장은 2011년 9월~2017년 9월 제15대 대법원장을 지내면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전범 기업을 상대로 낸 소송,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소송 등 각종 재판에 개입한 혐의(직권남용)를 받고 있다. 헌법재판소 내부 정보를 부적절하게 수집하고, 자신의 최대 역점 사업이었던 상고법원 설치 등 법원행정처 정책에 반대하는 판사들을 사찰하는 한편 이에 대한 법원 자체조사를 방해하고, 예산을 불법 전용해 빼돌린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 손실)도 있다. 최근에는 검찰 수사를 통해 판사 블랙리스트 작성·실행 및 사건 배당조작에 관여한 의혹도 드러났다.
검찰은 ‘양승태 대법원’ 법원행정처의 실무책임자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60)을 지난해 11월14일 구속 기소했다. 임 전 차장의 공소장에는 양 전 대법원장이 공범으로 등장하는 범죄혐의가 43개에 이른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재임 기간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박병대(62)·고영한(63) 전 대법관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이후 검찰은 한 달여간 박·고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와 양 전 대법원장 피의자 조사를 준비해왔다. 일제 강제징용 재판 주심 재판관이던 김용덕 전 대법관(62)을 불러 조사했고 박 전 대법관 전임 법원행정처장이던 차한성 전 대법관(65)도 다시 불러 조사했다. 지난 3일 구속기한 만료로 풀려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52)을 상대로 박근혜 청와대의 재판개입 지시 여부 등도 확인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출석까지 남은 1주일 동안 박·고 전 대법관을 비공개로 다시 불러 조사하고 다른 전·현직 대법관 조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67)에 대한 구치소 방문 조사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임 전 차장의 경우 이달 중으로 판사 블랙리스트를 작성·실행한 혐의 등을 적용해 추가 기소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