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대 전 대법관 /연합뉴스
대법관 시절 법원내부망에서 고등학교 후배 사건을 무단 열람한 혐의를 받는 박병대 전 대법관(62)이 유사한 혐의를 받던 검찰 수사관에게 유죄를 선고한 사실이 확인됐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2010년 6월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에서 근무하던 검찰 수사관 김모씨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명동 사채왕’으로 불린 최진호씨(65)의 내연녀 한모씨로부터 검찰에서 수사 중인 자신의 사건에 대한 진행상황을 알아봐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김씨는 형사사법정보시스템에 접속해 한씨의 수사사건정보를 열람한 뒤 사건진행상황 등을 한씨에게 알려주는 등 이듬해 5월까지 4회에 걸쳐 사건정보를 한씨에게 유출한 혐의(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 수사관은 2015년 10월 서울중앙지법 1심에서 벌금 200만원이 선고됐다. 이듬해 2월 서울고법 항소심과 같은해 12월 대법원 상고심도 1심 판결을 유지했다.
당시 상고심을 맡은 대법원 3부 재판장이 박 전 대법관이었다. 주심은 권순일 대법관(60)이 맡았다. 당시 대법원은 “원심이 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 위반의 점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정당하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 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 제15조 제2항의 ‘형사사법정보의 누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고 했다.
박 전 대법관은 고교 후배 이모씨(61)가 일본 기업에 해외 법인을 파는 과정에서 세금 28억여원을 탈세한 혐의로 2011년 8월 기소되자 이씨를 대법관 집무실로 여러 차례 불러 재판 관련 조언을 해줬다. 이씨는 2010년부터 국세청의 140억원대 세금 부과를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도 진행 중이었다.
박 전 대법관은 법원내부망인 ‘코트넷’에 접속해 업무와 관련 없는 이씨 재판 정보를 2011~2016년 수십차례 열람했다. 재판 업무에서 빠지는 법원행정처장(14년 2월~16년 2월) 시절에도 열람은 계속됐다. 본인이 유죄를 선고한 사건과 유사한 일을 비슷한 시기에 저지른 것이다. 검찰은 형사재판기록을 무단 열람해 사건 진행상황을 알아봐준 10여건은 지난 18일 박 전 대법관 구속영장 재청구서에 새로운 혐의로 추가했다.
유출 없이 사건 정보를 열람만 했는데 처벌됐던 전례도 있다. 2013년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지인 부탁을 받고 사건기록을 열람한 검찰 수사관을 약식기소한 사건에서 벌금 100만원을 약식명령했고 그대로 확정됐다. 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은 무단 열람만으로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