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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연 아주대 의대 교수 “미세먼지 겨울, 봄에만 높을까요…현재의 미세먼지 프레임부터 바꿔나가야”

입력 2019.01.27 14:43

수정 2019.01.27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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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연 아주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가 지난 25일 서울 서초구 숲과 나눔 재단 사무실에서  미세먼지에 대해 잘못 알려진 사실들을 설명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장재연 아주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가 지난 25일 서울 서초구 숲과 나눔 재단 사무실에서 미세먼지에 대해 잘못 알려진 사실들을 설명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미세먼지 마스크를 쓰지 말라는 의대 교수가 있다. 장재연 아주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62)가 주인공.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이기도 한 그는 1988년 미세먼지에 발암물질이 48가지나 들어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대기오염 정책에 미세먼지를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국에서 처음으로 제기했다. 미세먼지를 30년 넘게 연구해 누구보다 위험성을 잘 아는 전문가가 왜 마스크를 쓰지 말라는 것일까.

지난 25일 서울 양재동 숲과나눔 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장 교수는 “미세먼지가 괜찮다는 게 아니라 국민들이 지나치게 미세먼지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크다는 것”이라면서 “굳건하게 믿고 있는 잘못된 사실들을 지금에라도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3년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미세먼지를 1군 발암물질이라고 발표했다. 그로부터 6년, 한국은 온나라가 미세먼지로 망할 것처럼 들썩이고, 중국에서 미세먼지 관련 기사가 나올 때마다 분노에 휩싸이고 있다.

장 교수가 꼽은 대란의 시작은 “2014년 시작된 미세먼지 예보”라고 말했다. 여기에 정부와 언론에서 위험하다고만 하니 공포와 혼란은 자꾸만 커져갔다는 것이다. “최근 초미세먼지 조기 사망자가 해마다 1만명이 넘는다고 보도됐어요. 이러한 연구는 ‘교통사고 등 다른 사회 문제처럼 미세먼지도 중요하다’고 알리는 데 목적이 있어요. 그런데 다른 연구에선 미국은 7만명, 일본은 5만명이 죽는데요. 우리보다 더 많네?(웃음) 수치의 의미를 이해시키기 보단 공포만 조장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거죠.”

WHO에서 지정한 발암물질은 사실 한 두개가 아니다. 2015년에는 베이컨과 소시지 등 가공육을 1군 발암물질로 지정해 큰 파문이 일었다. 하지만 현재는 이런 뉴스가 있었는지도 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어째서 미세먼지만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일까. “술과 담배도 발암물질이죠. 그런데 위험이 아무리 높아도 자발적으로 선택한 위험에 대해선 받아들여요. 미세먼지는 내가 선택한게 아니니까 위험이 더 크게 느껴질 수 밖에 없는거죠.”

미세먼지 대란의 결정적 원인은 ‘중국 탓’이다. “논란 초기에 정부에서 밝힌 미세먼지 원인 중 하나로 중국이 언급됐어요. 우리 원인만 말하면 정부가 관리를 못한 게 되니까 중국 얘기도 한 게 아닌가 싶어요. 근데 중국이 얽히면 민족주의나 피해의식이 얽히게 되잖아요. 거기다 국외에서 넘어오는 건 우리가 통제를 할 수 없는 요인입니다. 어차피 중국에서 넘어오니 시민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 결국 분노로 바뀐 게 아닐까요.”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려면 중국에 항의를 해야 한다는 ‘믿음’도 마찬가지다. “중국이 5년 만에 미세먼지를 40% 줄였죠. 중국 편 드는 것처럼 되어버려서 곤란해졌는데(웃음) 대기오염은 실제 생활이나 산업과 밀접하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중국에서 줄였는데도 최근 한국 미세먼지 농도는 제자리잖아요. 이걸 중국 것만 줄여서는 한국 공기가 나아질 수 없다는 의미로는 왜 받아들이지 못할까요. 애초에 항의를 한다는건 중국이 감축에 나서라고 요구하는건데.”

장 교수가 잠시 말을 멈추더니 막대 그래프가 그려진 출력물을 탁자 위에 놨다. “한국에선 미세먼지 농도가 겨울, 봄에만 높은 줄 알잖아요. 아닙니다. 여름철, 가을철에도 수치가 별로 안 낮아요.” 장 교수가 2015년부터 3년간 미세먼지 평균 농도를 정리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의 경우 봄 28㎍/㎥, 여름 21㎍/㎥, 가을 21㎍/㎥, 겨울 29㎍/㎥로 나타났다. “다들 아시다시피 여름, 가을에는 서풍도 안 불잖아요. 중국 영향이 절반이라고 치면 여름에는 수치가 반토막 나야 할텐데, 어디서 발생한 미세먼지죠.”

장 교수는 미세먼지 문제를 남탓으로 해결한 사례를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중국발 미세먼지의 책임 소재를 규명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는 ‘동북아 장거리이동 대기오염물질(LTP) 보고서’에 대해서도 첫 단추를 잘못 뀄다고 비판했다. “1950년대 유럽에서도 산성비가 문제가 됐어요. 유럽에서도 공동연구를 했는데 이건 누가 더 피해를 입었다고 따지려는 게 아니였어요. 근데 1996년 시작된 한중일 LTP 공동연구는 피해 입증으로 논의가 흘러가다보니 당연히 중국에서는 안하려고 하죠. 그러다보니 저자세로 매달리는 모양새가 된 거고, 결과물도 이제까지 제대로 나온 건 없잖아요.” 정부에서도 최근 중국과의 ‘협력’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미 굳어진 여론을 되돌리진 못하고 있다.

“결국 대통령이든 환경부장관이든 이제라도 잘못된 오해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봐요. ‘한국 미세먼지 과거에는 더 심했다. 중국 탓 하는거 의미없다. 1년 내내 좋은 공기 마시려면 한국 내 오염물질도 잡아야 한다….’ 엄청난 공격을 받겠지만, 이대로는 해결이 요원합니다.”

장 교수와 미세먼지의 인연은 1988년 서울올림픽이 만들어줬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당시 한국의 심각한 대기오염을 지적하며 대책 마련을 지시하면서 관련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는 것이다. “1988년 쓴 박사논문이 미세먼지 규제 등 정책으로 반영된 일이 개인적으로 보람이 큽니다. 그러다 2013년부터 미세먼지 논란이 다시 시작된거죠. 시민들이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마스크라도 쓰라고 대응 요령을 내놓으니 황당했던 거죠.”

그때부터 장 교수는 호흡기 질환과 심장 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마스크가 위험할 수 있고, 일반인들도 숨쉬기가 힘들어 몸에 해로울 수 있다는 지적을 이어가고 있다. 그래도 ‘안 쓰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냐’고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어른들은 자기결정권이 있으니 뭐라고는 안합니다. 다만 아이들은 강제로 씌워서는 안됩니다. 애들이 싫어하는 반응을 보인다는 건 몸에 안 좋을 수 있다는 거거든요. 다만 ‘썼을 때 쓰기 전보다 편하다’면 쓰는 게 마스크라고 생각합니다.”

“전 세계에서 미세먼지 대응 요령으로 마스크를 쓰게 하는 건 한국이 유일합니다. 싱가포르에선 ‘권유’를 하고 있는데 일반인 미세먼지 농도 기준이 하루 평균 250㎍/㎥입니다. 지난 1월 13~15일 한국에서 고농도 미세먼지 때 100㎍/㎥을 넘긴 정도였죠. 기준이나 행동요령은 지나치게 엄격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큽니다. WHO 권고기준도 실제 지킬 수 있다기 보다는 ‘이상’에 가까워요. 우선 미국이나 일본 같은 나라들이 하는 수준부터 달성해야 합니다 ”

마지막으로 미세먼지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지 물었다. “과거 수백, 수천명씩 죽은 미국, 유럽, 일본도 현재는 깨끗한 나라가 됐습니다. 요즘 AI, 빅데이터 같은 첨단기술로 한 거 아닙니다. 재래 기술로 다 한거에요. 당연히 줄일 수 있습니다. 다만 방향이 중요하겠죠. 현재의 미세먼지 프레임 자체를 엎어야 합니다. 에너지를 적게 쓰고, 넘치는 쓰레기를 태우도록 하는 소비 문화를 바꾸고, 오염물질 저감장치를 적극적으로 늘리고. 우리 주변부터 고치다보면 문제는 해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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