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경향신문

불균형 방치하면 ‘한국판 트럼프’ 나온다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본문 요약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불균형 방치하면 ‘한국판 트럼프’ 나온다

입력 2019.02.14 20:39

수정 2019.02.14 20:43

펼치기/접기

엊그제 공시된 전국 표준지 50만 필지 가격은 불균형을 재확인할 수 있는 지표였다. 서울 충무로 1가 화장품 매장 ‘네이처리퍼블릭’ 땅값이 ㎡당 1억8300만원으로 16년 연속 공시가격 최고를 기록했다. 단순 비교를 하기는 무리지만 전남 진도군 조도면 임야가 ㎡당 210원으로 가장 낮았다. 전체적으로 전년보다 평균 9.42% 올랐다. 비싼 땅일수록 상승률이 높았는데, 불균형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 재산세와 부동산세 등의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이 많이 올라 세금을 더 내게 됐다고 불평하는 땅부자가 있을 테고, 자산가치가 오르지 않아 불만인 땅 소유주도 있을 것이다.

[편집국에서]불균형 방치하면 ‘한국판 트럼프’ 나온다

국토교통부가 참고자료로 내놓은 표준지 평균가격으로 한국의 땅값 전체를 추산해봤다. 시·도별 평균가격에 해당 시·도 면적을 곱한 뒤 현실화율 64.8%를 적용한 결과 전국 1만7636㎢의 시가총액은 9760조9101억원이다. 내년에는 경 단위로 올라갈 게 확실하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이 1800조원 남짓이니 GDP의 5배를 훌쩍 넘는다. 다른 나라들의 GDP 대비 토지 시가총액 비중은 2배 안팎이다. ‘부동산 공화국’으로 불릴 만하다.

한국은 소득과 자산 불평등이 심한 것으로 악명이 높다. 땅이 대표적이다. 경향신문이 지난해 경제정의실천연합과 공동조사한 결과를 보면, 국민 70%는 꼬챙이 꽂을 땅조차 없다. 반면 상위 1%가 전체 땅의 46%(가액 기준)를 보유하고 있다. 지역 불균형도 심해 국토부 표준지 자료로 추산하면 땅 시가총액의 51.7%인 5042조4069억원이 서울에 몰려 있었다. 서울 면적은 전체의 3.4%에 불과하다. 전 국토의 9.6%를 차지하는 전남의 땅 시가총액은 34조1668억원(0.5%)이다. 서울의 147분의 1 수준이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자산’ 아파트는 어떤가. KB국민은행 부동산통계의 아파트 중위가격을 비교해보자.

지난 1월 중형(62.8㎡ 이상 95.9㎡ 미만) 기준으로 서울 강남은 12억146만원인데, 전남은 1억6309만원이다. 강남 아파트 한 채를 팔면 같은 크기 전남 아파트 7채를 사고도 남는다. 투기 논란에 휩싸인 손혜원 무소속 의원을 옹호하는 목포 시민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 그들에게는 침체한 지역을 되살릴 수 있다는 절박한 현실인식이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가는 발전했지만 지역 간 불균형은 심해지고 있다. 수도권에 인구의 49.5%, 1000대 기업 본사의 73.6%, 신용카드 개인 사용액의 80%가 집중돼 있다. 정부가 서울과 인천, 경기에 지원을 쏟아부은 결과이다. 수도권은 교통난과 주택난, 환경오염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반대로 지방은 기반시설이 미흡하고 기업과 사람이 빠져나가면서 점점 더 살기 어려운 곳이 돼가고 있다. 2040년이면 전국 지방도시 중 30%가 도시 기능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인구가 감소하는 ‘소멸 위험’에 처하게 된다는 연구자료도 있다. 정부는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고 혁신도시를 조성하는 등 나름 균형발전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논란을 다시 생각한다. 수조원씩 막대한 세금이 들어가는 사업을 하려면 타당성을 철저하게 따지는 게 마땅하다. 문재인 정부가 대규모 예타 면제를 발표하자 과거 이명박 정권의 4대강사업 강행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인위적 경기부양 수단, 총선 대비 선심행정이라는 등의 비판도 뒤따랐다. 하지만 지금 하지 않으면 바로잡기 힘들 정도로 지역불균형이 심각한 상태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정부의 정밀하지 못한 일처리 방식은 여전하다. 예타 면제에 앞서 기준을 정비하고, 관련 통계를 뒷받침했더라면 반발이 덜했을 것이다. 실제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도 연령대와 소득분위별 분석은 있어도 지역별 분석은 없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면밀히 검토하지 못한 채 소득주도성장을 밀어붙인 전례를 떠올리게 한다. 총론은 좋지만, 각론에 취약한 정부의 무능함을 또 드러낸 것 같아 안타깝다.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선택하자 전 세계가 비아냥댔다.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도 비상식적인 상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배경에는 공통적으로 심각한 지역과 계층 불균형에 따른 시민의 분노가 자리하고 있다. 미국은 중서부·북동부의 쇠락한 공장지대인 ‘러스트벨트’ 노동자들이 트럼프를 압도적으로 지지했다. 영국은 신자유주의 파도에 몰락한 제조업 종사자들이 주로 유럽연합 탈퇴를 요구하고 있다. 지역 불균형을 방치한다면 한국도 트럼프 같은 지도자나, 브렉시트와 유사한 혼란에 맞닥뜨릴 수 있다.

  • AD
  • AD
  • AD
뉴스레터 구독
닫기

전체 동의는 선택 항목에 대한 동의를 포함하고 있으며, 선택 항목에 대해 동의를 거부해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합니다.

보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보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뉴스레터 구독
닫기

닫기
닫기

뉴스레터 구독이 완료되었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닫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닫기
광고성 정보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닫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