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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성운동 원천은 1세기 전 독립운동 참여한 여성들”

국립여성사전시관 기계형 관장

독립운동 절반 담당한 능동적 주체…수많은 콘텐츠 개발 가능

독립 전시관 없어 아쉽지만, 정부고양청사서 내달 7일 특별전

기계형 국립여성사전시관장이 지난 12일 경기 고양시에 있는 여성사전시관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며 다음달 7일부터 시작하는 ‘여성독립운동가, 미래를 여는 100년의 기억’ 전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기계형 국립여성사전시관장이 지난 12일 경기 고양시에 있는 여성사전시관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며 다음달 7일부터 시작하는 ‘여성독립운동가, 미래를 여는 100년의 기억’ 전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오늘을 사는 한국 여성들에게 근현대사는 매우 각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최근 100년 동안 한국 여성운동의 역사는 축첩반대운동·남녀고용평등법·호주제폐지운동·민주화운동 등 성평등과 인권 어젠다를 한국 사회에 제시하며 역동적으로 성장해왔는데, 역사적으로 보면 이런 힘의 원천은 1세기 전 살았던 여성들에게서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12일 경기 고양시 국립여성사전시관에서 만난 기계형 관장(55)은 “19~20세기 애국계몽운동을 비롯해 국채보상운동, 의병운동, 만세운동 등을 보면 여성들, 특히 젊은 여학생들이 정치세력으로 등장했음이 확인된다. 근현대사 100년은 5000년 한국 여성사 중에서도 특히 자부심이 드는 시대”라며 이같이 말했다. 전시관에는 표준문화유산시스템에 등록된 유물 약 7000점이 소장돼 있는데, 이 중 대부분이 최근 100년에 해당하는 시기의 유물인 점이 기 관장의 말을 뒷받침한다.

기 관장은 이 시기 여성사가 특별한 이유로 “여성들이 수동적인 피해자가 아닌 능동적인 행위 주체로 등장한 점”을 꼽았다. 그는 “한국 역사에서 여성은 고난을 겪는 피해자, 그러한 피해자의 수난사로 조명된다. 그러나 여성독립운동사를 보면 여성들이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려고 농촌 교육에 뛰어들고, 총칼을 들고, 위험인물을 처단하기도 한다”며 “전형적인 피해자가 아닌 행위자로서의 역할이 여성독립운동사에서 나타나는 여성의 전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그들은 10대, 20대 젊은 청년이었는데, 이미 ‘내가 국민이다’ ‘내가 어른이다’라는 자의식이 분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여성독립운동가를 소재로 한 무수한 콘텐츠를 발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 관장은 또한 여성사뿐만 아니라 독립운동사 전체에 비춰봐도 이 시기 여성독립운동사는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독립운동사의 절반은 여성독립운동사”라는 것이다. 기 관장은 “일반적으로 독립운동가라고 하면 옥사 혹은 즉시 처형처럼 엄청나게 영웅적인 죽음을 떠올린다. 그런데 많은 수의 여성독립운동가는 전투나 암살 같은 영웅적, 군사적 행위에 초점이 맞춰진 독립운동의 개념과 범위에서 벗어나 있다”고 말했다. 기 관장은 “일례로 독립군의 군자금을 조달하는 배후조직에 있었다든지, 독립군 라디오 방송을 했다든지, 임시정부의 가계를 운영했다든지 하는 일은 독립운동사에서 이야기되지 않는 부분이다. 주로 여성들이 했기 때문에 기록되지도 않았다. 여성독립운동사는 이러한 ‘반쪽 독립운동사’의 공백을 채워준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정정화가 임시정부 시절 김구를 비롯한 주요 요인들의 밥을 차려준 인물로 꼽히는데, 독립운동사에서 정정화와 같은 역할을 한 여성독립운동가가 무수히 많다는 뜻이다.

국립여성사전시관은 이 같은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삶과 족적을 조명하기 위해 다음달 7일부터 ‘여성독립운동가, 미래를 여는 100년의 기억’ 전시를 시작한다. 3월과 4월에 걸쳐 세종문화회관에서는 ‘사진과 영상으로 보는 여성독립운동가’도 개최한다. 앞서 여성독립운동가 357명을 기록한 특별 달력을 제작해 배포하기도 했다. 이를 비롯해 전시관은 올해 약 26개 사업 계획을 구상 중이다.

기 관장은 “올해를 전환점으로 작지만 강한 전시관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최우선 목표는 전시관의 ‘독립’이다. 현재 전시관은 독립된 건물 없이 정부고양지방합동청사 건물의 1층 일부와 2층을 사용하고 있다. 기 관장은 “공공건물에 있다보니 주말과 공휴일에 운영을 하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관람객들이 휴일에 전시관 나들이를 가는 것을 고려하면 불리하기 때문이다.

예산 규모를 봐도 유럽과 북미, 베트남, 중국 등의 여성사 박물관에 비하면 열악하다. 1년 약 4억5000만원의 예산은 여성가족부에서 나온다. 기 관장은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더 많은 국민에게 알려지면 좋겠다. 산하기관이 아닌 특수법인이 돼 독립 공간과 안정적 예산을 확보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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