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 재판부에 ‘보석’ 청구
“구속으로 방어권 차질” 주장
사법농단 의혹의 정점으로 구속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사진)이 법원에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19일 담당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재판장 박남천 부장판사)에 보석을 청구했다.
양 전 대법원장 변호인은 이날 언론에 공개한 ‘보석허가 청구서’에서 “헌법상 보장되는 피고인의 방어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검사의 주장에 반박하기 위하여 방대한 양의 기록을 검토하는 한편, 필요한 증거를 널리 수집하는 등 상당한 준비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현재 피고인은 인신이 구속되어 있어서 실질적으로 이를 검토하기에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밖에 없고, 방어권 행사에는 막대한 차질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청구서는 검찰이 100여명의 수사인력을 투입해 8개월이 넘는 장기간 수사를 진행했고, 기록의 양만 20만 페이지가 넘는다는 점도 적시했다.
1심 구속 기한인 7월11일 전까지 재판이 마무리되기 어려우니 방어권을 위해 풀어달라는 뜻이다.
변호인은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는 헌법 제12조 제1항을 인용하며 불구속재판 원칙도 강조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피해자, 이 사건의 재판에 필요한 사실을 알고 있다고 인정되는 자 또는 그 친족의 생명·신체나 재산에 해를 가하거나 가할 염려가 없다. 광범위한 증거가 수집돼 있어 증거인멸 우려가 없고, 전직 대법원장으로서 도망할 염려도 없다”고도 했다.
보석 여부는 재판이 시작된 후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양 전 대법원장은 2011년 9월부터 6년 동안 대법원장으로 재직하면서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 등 재판에 개입하고, ‘판사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1심 재판은 양 전 대법원장 기소에 대비해 새로 구성한 특별재판부 중 한 곳인 형사35부에 배당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