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유명 클럽 ‘버닝썬’의 각종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버닝썬 내에서 마약류를 투약하고 유통한 관련자 10여명을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4일 밝혔다.
■“마약 투약·유통 10여명”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마약류를 유통한 클럽 직원 1명을 구속하고, 클럽 대표를 포함한 10여명을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 외에 단순 투약자도 여러명을 수사하고 있다”고 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10여명 중 클럽 관계자는 6~7명으로, 이들은 마약류를 유통하거나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나머지 3~4명은 대마초를 했다고 추정되는 클럽 내 손님이라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과의 유착 의혹과 관련해선 총 2명을 긴급체포해 조사했고, 이후 20여 명에 이르는 경찰 안팎 관계자들을 일주일 동안 조사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버닝썬 내에서 마약이 조직적으로 유통됐는지와 관련 “마약류 투약과 유통은 은밀히 이뤄진다”며 “손님이든 관계자든 알음알음 구매를 하거나 투약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약류 투약이나 유통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개별적으로 이뤄졌는지는 수사로 봐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26일 이문호 버닝썬 공동대표와 영업사장 한모씨의 주거지 등을 각각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과 화학물질관리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이들의 마약 투약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소변과 모발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했으며 이 대표에게서 일부 약물에 대한 양성 반응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오는 5일 이문호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또 버닝썬에서 마약류를 투약·유통했다는 의혹을 받는 ‘애나’로 불리는 중국인 여성도 조만간 재소환할 방침이다.
■경찰 유착 의혹 수사 “진전 있다”면서도 “직무 배제한 경찰은 없어”
경찰은 이날 경찰관 유착 의혹에 대해서도 “진전이 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유착 의혹과 관련) 관계자 20여명을 일주일간 심도 있게 조사했다”며 “처음에 문제가 됐던 미성년자 출입사건 재조사하면서 상당히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입건된 경찰관이 있는지를 묻자 “유착 의혹 관련해 입건되지 않았고 업무에서 배제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원경환 서울지방경찰청장은 “경찰관이 유흥업소와 유착됐다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이번 사안(클럽 버닝썬 관련 의혹)은 정확하고, 철저하게 수사해 유착된 부분이 나타난다면 엄중히 처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 청장은 “현재도 (서울경찰청) 감찰 요원들에게 (경찰 유착 관련) 첩보 수집을 지시했다”면서 “유착에 대해서는 많은 직원이 관여가 됐더라도 모든 직원을 처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폭행피해를 주장한 고소인 김모씨(28)와 ‘유착 고리’로 지목된 전직 경찰관 강모씨의 부하직원 이모씨 등 관계자들을 소환해 조사했다.
버닝썬을 둘러싼 마약 투약과 경찰 유착 등 의혹은 김씨가 지난해 11월 24일 이 클럽에서 폭행당해 경찰에 신고했으나 도리어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폭행당했다고 주장하면서 처음 불거졌다. 김씨는 버닝썬 내에서 직원에게 억지로 끌려가는 여성을 보호하려다가 클럽 이사인 장모씨와 이 클럽 보안요원들에게 폭행당했고, 이후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이 자신을 입건했다고 주장했다.
경찰 유착 의혹과 관련해 자금 ‘전달책’ 역할을 한 혐의를 받는 전직 경찰관 강씨의 부하 직원 이씨도 이날 경찰에 출석했다.
경찰은 버닝썬의 미성년자 출입사건 처리 과정에서 버닝썬 측이 영업정지를 피하기 위해 경찰에 금품을 건넸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 중이다.
앞서 경찰은 이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강씨로부터) 지시를 받고 돈을 받고 배포를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하지만 이씨는 이 같은 진술을 번복하고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경찰은 경찰 유착 의혹과 관련 이날 오후 이문호 버닝썬 공동대표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빅뱅 승리 성접대 의혹 ‘카카오톡 원본 메시지’ “확인 못했다”
경찰은 빅뱅 멤버 승리의 성접대 의혹과 관련 내사 착수의 발단이 된 카카오톡 원본 메시지를 확인하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그런 카톡의 원본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확인해보려고 관련자 접촉은 하고 있다”며 “원본은 확인도 못 했을뿐더러 카카오톡 메시지 원본이 들어있는 휴대폰이 없다는 진술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현재까지 카카오톡 메시지 원본이 들어있는 휴대폰과 그 내용을 경찰이 직접 확인하지 못해 확인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한 인터넷 매체는 승리가 서울 강남 클럽들을 각종 로비 장소로 이용하고 투자자에게 성접대까지 하려 했다며 2015년 12월 승리가 설립을 준비 중이던 투자업체 유리홀딩스 유모 대표, 직원이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승리와 대화방 참여자들은 투자자에 대한 성접대를 암시하는 내용의 대화를 주고받은 것으로 돼 있다.
논란이 불거지자 클럽 ‘버닝썬’ 관련 수사를 진행해온 광역수사대는 내사에 착수했다.
승리는 지난달 27일 피내사자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으며 성접대와 마약 투약 등 자신과 관련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특히 승리는 성접대 의혹과 관련해 언론에 보도된 내용의 카카오톡 대화를 주고받은 적도 없고 3년도 더 지난 일이라 기억도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 수사대는 버닝썬 내에서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유사성행위 동영상에 대해서도 동영상 유통경로를 수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클럽 관계자를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며 “사이트 게시자를 찾으려고 영장도 집행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