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페미니즘모임과 노동당은 8일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학내 성폭력 전수조사와 교사에 대한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 등 대책을 촉구했다./강윤중 기자
학교 성폭력을 고발하는 ‘스쿨미투’부터 성별 임금격차 해소를 요구하는 ‘페이미투’, 낙태죄 폐지, 클럽 ‘버닝썬’ 사건으로 촉발된 약물 성폭력 근절 요구까지…. 111주년 세계여성의날을 맞은 8일 광장에는 여성들의 집회가 종일 이어졌다. 지난해 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 운동 이후 ‘성폭력 없는 세상’을 요구하는 여성들의 목소리는 더 크게 터져나왔다. 이날 여러 장소에서 표출된 페미니즘 화두와 의제는 정치참여 확대·재생산권·직장 내 성차별 근절 등 그 어느 때보다 다양했다.
‘성평등이 민주주의의 완성이다-미투, 우리가 세상을 바꾼다.’ 올해 35회째를 맞은 한국여성대회 슬로건이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한국여성단체연합 주관으로 열린 대회 참가자들이 내놓은 ‘3·8 여성선언’도 슬로건에 닿아 있다. 참가자들은 “미투 운동은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가능하게 했던 사회문화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겠다는 여성들의 강력한 선언”이라고 밝혔다.
헌법재판소 앞에서는 낙태죄 폐지 시위가 열렸다. 지난해 11월29일부터 100일간 헌재 앞에서 낙태죄 폐지 1인 시위를 이어온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은 “국가 필요에 따라 특정 인구를 줄이거나 늘리기 위해 여성의 인권과 건강권을 방치하고 갈피 없는 역사를 써내려 온 시간을 종결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민우회 등 13개 단체는 이날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3시 스톱(STOP) 조기퇴근 시위’ 행사를 열었다. 이는 ‘100 대 64’로 벌어진 한국의 성별 임금격차를 일일 노동시간으로 환산했을 때 여성들이 오후 3시부터는 무급으로 일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여성 노동자 38명은 자신이 겪은 직장 성차별 경험을 손팻말에 적은 뒤 찢어버리는 페이미투(#Pay Metoo) 퍼포먼스를 벌였다. 민주노총도 채용·임금·승진에서의 성차별 철폐를 촉구했다.
지난해 11월29일부터 100일간 헌재 앞에서 낙태죄 폐지 1인 시위를 이어온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은 8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 폐지 시위를 벌였다. / 권도현 기자
캠퍼스 페미니스트들도 광장으로 나와 ‘스쿨미투 성폭력의 역사를 끝내자’고 했다. 청소년페미니즘모임과 노동당은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학내 성폭력 전수조사와 교사에 대한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 등 대책을 촉구했다. 활동가 최유경양은 ‘학교에서 여학생으로 산다는 것’에 대해 “매일 여성, 소수자 혐오를 기반으로 한 욕설을 듣고, 정숙하고 순수해야 하지만 동시에 욕망의 대상이 되기를 요구받는다”고 했다. 그는 “스쿨미투 1년 무엇이 바뀌었나. 문재인 대통령이 당당하게 선언한 ‘페미니스트 대통령’은 어디 있나”라고 했다.
“‘대학의 마녀들’도 끈질기게 살아남아 더 많은 여성주의가 필요하다고 외칠 수 있어야 한다.” ‘성균관대 성평등 어디로 가나’, 고려대 여성위원회는 “2018년은 다섯 개 캠퍼스에서 총여학생회가 폐지된 악조건을 발판 삼아 백래시가 가장 기승을 부리던 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들은 서울 보신각 앞에서 ‘대학 페미 퍼포먼스 마녀행진’을 진행했다.
불꽃페미액션 등 단체들이 벌인 ‘버닝, 워닝’은 클럽의 약물 성폭력을 고발하는 집회다. 이들은 오후 8시 약물 성폭력 등 의혹이 처음 불거진 서울 강남의 클럽 ‘버닝썬’ 앞에서 업체와 사법 당국의 미흡한 대처를 비판하는 퍼레이드를 진행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이날 발표한 여성운동 수상자들의 면면은 한국 페미니즘의 성과와 과제를 함께 보여준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여성인권운동가인 고 김복동 할머니가 ‘여성운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올해의 여성운동상’은 성폭력 고발로 미투 운동의 물꼬를 튼 서지현 검사가, ‘특별상’은 불법촬영 근절을 위해 거리로 나선 30만여명의 여성들이 받았다. 대학 내 페미니즘 백래시에 맞서 총여학생회 재건을 위해 싸우는 학생 단체들, 사이버성폭력 피해자 지원 활동을 벌이는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등 2개팀이 ‘성평등 디딤돌’ 수상자로 뽑혔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군인 성폭력 피해를 고발한 여성 생존자들과 위력에 의한 성폭력 문제를 사회 의제로 끌어낸 김지은씨 등 11개팀(개인 포함)이 ‘미투 특별상’을 받았다.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민우회 등 13개 단체는 8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3시 스톱(STOP) 조기퇴근 시위’ 행사를 열었다. /강윤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