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도로, 박’ 뒤로 가는 한국당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닫기

보기 설정

닫기

글자 크기

컬러 모드

컬러 모드

닫기

본문 요약

닫기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닫기

‘도로, 박’ 뒤로 가는 한국당

새 비전 없이 ‘기·승·전·박근혜’로 퇴행…외연 확장·보수통합 더 멀어져

서울역 메운 ‘태극기’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지 2년이 되는 날인 10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박근혜 대통령 무죄 석방 1000만 국민운동본부’ 소속 지지자들이 박 전 대통령 석방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서울역 메운 ‘태극기’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지 2년이 되는 날인 10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박근혜 대통령 무죄 석방 1000만 국민운동본부’ 소속 지지자들이 박 전 대통령 석방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10일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2년’이 됐지만, 자유한국당은 ‘박근혜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전당대회는 ‘탄핵이 정당했느냐’ ‘누가 박 전 대통령과 가까운가, 누가 배신했느냐’ 등의 이슈를 중심으로 치러졌다. 황교안 체제가 들어선 이후엔 ‘박근혜 사면’ ‘박근혜 가석방’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다. 자생력을 상실한 한국당이 ‘박 전 대통령 무죄’를 주장하는 태극기 세력 등 강경보수층에 휘둘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당은 총선을 지휘할 지도부를 뽑는 ‘2·27 전당대회’를 앞두고 박 전 대통령을 다시 불러냈다. 전당대회 내내 연설회와 토론회를 관통한 키워드는 ‘박근혜’였다. 지난달 20일 당대표 토론회의 핵심 질문 두 가지는 ‘박근혜를 사면해야 되느냐’ ‘박근혜 탄핵이 정당한가’였다.

특히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가 “박 대통령이 황교안 전 국무총리 면회를 거절했다”는 ‘옥중 메시지’를 전하면서 전대 도중 해묵은 ‘박심’ 논란도 벌어졌다.

때 아닌 ‘배신자’ 논란에 휩싸인 황교안 당시 후보는 지난달 19일 토론회에서 “탄핵의 절차적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탄핵이 타당한지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배신자 논란을 수습하기 위한 발언이란 말이 나왔다. 친박인 김진태 후보는 ‘의리를 지킨 사람’임을 강조했다. 반면 비박 오세훈 후보는 “이제 우리는 ‘정치인 박근혜’를 넘어서야 합니다” “이제 박근혜 전 대통령을 극복해야 합니다” 등의 주장을 내놨다가 야유를 받기도 했다. 이 때문에 한국당 전당대회를 두고 ‘기·승·전·박근혜’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황교안 대표 체제에서도 박근혜 유령은 계속 떠돌고 있다. 당 ‘투톱’은 지난 7일 박 전 대통령 사면 논의를 공식화했다.

황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후 “구속돼서 재판이 계속되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 국민들의 여러 의견들이 감안된 조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고, 나경원 원내대표도 KBS 라디오에서 “사면 문제는 결국 정치적인 어떤 때가 되면 논의를 해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당의 ‘박근혜 불러내기’는 당의 초라한 현실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탄핵된 박 전 대통령보다도 제1야당 한국당의 정치적 영향력이 적다는 증거로 여겨진다. 박 전 대통령은 그나마 태극기 세력으로 대변되는 강경보수층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한국당은 이도저도 아니라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 지지층이 등을 돌리면 한국당은 뿌리째 흔들릴 수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을 대신할 차기 리더십도 없다.

한국당의 이 같은 행태는 ‘도로친박당’ ‘과거로의 회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박근혜 팔이’가 태극기 세력 등을 결집할 수 있겠지만, 강경보수 기조로는 총선을 앞둔 외연 확장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바른미래당과의 보수통합 가능성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언제까지 박근혜냐”라며 “당이 새로운 비전을 보여주어야 여당을 떠난 민심을 흡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아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오늘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결정된 지 2년째 되는 날이다. 한국당은 이날의 아픔과 상처, 그리고 교훈을 잊지 않겠다”며 “대통령과 민주당도 이제 그만 ‘탄핵 열차’라는 과거에서 벗어나 국민과 함께 미래로 걸어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아픔, 상처, 교훈 등의 두루뭉술한 입장을 밝혔을 뿐 탄핵의 정당성이나 평가에 대한 언급은 피한 것이다.

  • AD
  • AD
  • AD
닫기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