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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촬영물 유포’ 정준영, 예능 줄줄이 하차···방송가 덮친 ‘승리 게이트’

가수 겸 방송인 정준영(왼쪽)과 빅뱅 멤버 승리. 연합뉴스

가수 겸 방송인 정준영(왼쪽)과 빅뱅 멤버 승리. 연합뉴스

“이 정도면 ‘승리 게이트’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의 말처럼 빅뱅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29)에서 시작된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연예계 전반을 덮치고 있다.클럽 ‘버닝썬’의 마약 유통·폭행 사건이 승리의 성매매 알선 의혹으로 번졌고, 승리의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있던 가수 겸 방송인 정준영(30)은 불법촬영물 촬영·유포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정준영은 활발한 방송 활동을 벌이고 있던 만큼 방송가에 미친 파장도 크다. 논란이 불거질 당시 정준영은 인기 예능프로그램 KBS 2TV <1박2일>과 tvN <짠내투어> 고정 출연 중이었고, 4월 첫 방송 예정인 tvN <현지에서 먹힐까? 미국편> 촬영을 위해 미국에 머물고 있었다.

정준영의 혐의는 경찰이 승리의 성접대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경찰은 정준영이 승리와 함께 있는 카톡방을 비롯 여러개의 카톡방에 불법 촬영한 것으로 의심되는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한 사실을 확인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 11일 <SBS 8 뉴스> 보도에 따르면 정준영은 2015년 말부터 약 10개월간 영상을 유포했으며 피해 여성이 10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12일 성관계 동영상 불법 촬영·유포 혐의로 정준영을 정식 입건했다.

정준영은 이날 오전 소속사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정준영 소속사 메이크어스 엔터테인먼트는 “소속 가수 정준영과 관련하여 제기되고 있는 내용에 대하여 그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으며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정준영은 모든 일정을 중단하고 즉시 귀국하기로 하였으며 귀국하는대로 경찰 수사에 성실히 임할 입장임을 밝혔다”고 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던 정준영은 귀국길에 올라 이날 오후 5시30분쯤 입국할 예정이다.

정준영이 출연 중이던 KBS 2TV <1박2일>(위)과 tvN <짠내투어> 제작진은 12일 정준영의 하차 소식을 밝혔다. KBS·tvN 캡처

정준영이 출연 중이던 KBS 2TV <1박2일>(위)과 tvN <짠내투어> 제작진은 12일 정준영의 하차 소식을 밝혔다. KBS·tvN 캡처

방송사들도 정준영의 하차 소식을 줄줄이 알렸다. KBS <1박2일> 제작진은 입장문을 내고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정준영의 <1박2일> 출연을 중단시키기로 결정했다”며 “이미 촬영을 마친 2회 분량의 방송분도 정준영의 출연 장면을 최대한 편집 방송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KBS 관계자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수사 결과를 기다린 뒤 추후 조치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2013년부터 <1박2일>에 고정 출연 중인 정준영은 2016년에도 불법 촬영 의혹으로 하차했다 3개월 만에 복귀한 이력이 있다.

<짠내투어>와 <현지에서 먹힐까>를 방송하는 tvN도 입장문을 통해 “정준영을 촬영 중인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시키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tvN 측은 “<현지에서 먹힐까? 시즌3> 기획 당시부터 LA 촬영에 정준영이 출연하기로 예정돼 있었지만,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여 향후 정준영 분량을 모두 편집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 “<짠내투어> 제작진 역시 정준영을 하차시키기로 결정했다. 향후 정준영의 촬영분은 모두 편집해 방송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태를 두고 방송계에선 “도대체 누굴 믿고 써야하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지상파 관계자는 “프로그램에 출연한 연예인이 물의를 일으켰을 때 어떻게 대응하고,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에 대한 매뉴얼은 다 있지만, 사전에 누가 물의를 일으킬지 어떻게 알겠나.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현직 예능 PD는 “평판 조회를 아예 안 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평판만으로 방송 출연 여부를 결정하는 건 아니지 않나”라면서 “섭외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예능감과 인지도인데, 이렇게 되면 PD들도 누굴 써야하나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 말했다.

MBC 예능 <라디오스타>에 정준영과 가수 지코가 함께 출연한 모습. MBC 캡처

MBC 예능 <라디오스타>에 정준영과 가수 지코가 함께 출연한 모습. MBC 캡처

일부 시청자들은 남자 연예인들의 도덕불감증을 지적했다. 대학생 김나경씨(25)는 “승리·정준영 카톡방에 연예인이 여럿 들어가 있다는 보도를 봤다”며 “어떻게 보면 연예인은 공인인데 아무렇지 않게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하고 거기에 동조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너무 비상식적이다”라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씨(35)도 “과거 <라디오스타>에서 가수 지코가 정준영의 ‘황금폰’을 언급한 적이 있는데, 지금보니 그 휴대폰이 불법촬영물 유포의 온상이었다”며 “이걸 방송에서 웃음거리로 말한 연예인이나 그대로 방송에 내보낸 방송사나 무책임하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방송에 출연 중인 연예인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을 때 피해를 보는 건 시청자와 그의 팬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사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만일 제기된 의혹들이 사실일 경우 논란이 된 연예인들은 공공연하게 불법행위를 ‘놀이문화’처럼 향유했을 가능성이 크고 주변인들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연예계나 방송계의 도덕불감증이 엄청나다. 연예인이나 제작진은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좀 더 책임감을 가져야 할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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