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에서 보이는 사이트는 위민온웹이라는 사이트입니다. 네덜란드에 거주하는 의사가 개설한 사이트이며, 미프진 등 의약품을 판매하는 사이트입니다. 기부금 지불이라는 메뉴로 가시면 각 신용거래라든가 판매정보가 되어 있고, 밑으로 내려가보면 사우스코리아(south korea), 대한민국으로도 판매가 이뤄지는 그러한 불법 사이트입니다. 이상입니다.”
사무처 보고가 끝나자마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통신소위원회 진행을 맡은 전광삼 상임위원이 말한다.
“위원님들 사전에 충분히 검토하셨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의견 있습니까.”
“없습니다.”
41초. 위민온웹 사례 설명에서 차단 결정까지 걸린 시간이다.
지난 3월 11일 열린 방심위 통신소위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신고한 의약품 판매 관련 건은 378건.
방심위 사무처 ‘건의’대로 60건 정보 삭제, 318건 접속 차단 결정이 통과하는 데 걸린 시간은 1분42초였다.
차단 후 해제 논란이 빚어졌던 낙태약 제공사이트 ‘위민온웹’(<주간경향> 1318호 “‘위민온웹’ 차단 심의보류 요청했다” 참조)과 관련한 토론은 없었다.
‘찰나’의 순간이 지나고 회의는 계속됐다.
“…다른 의견 없으면 불법의약품 판매도 사무처 건의대로 결의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안건 보겠습니다.”
■ 한 달새 SNI필드 차단 895 → 6233건
“통신심의는 안건이 굉장히 많다. 그래서 정말 전수를 다 확인하면서 사무처에서 판단한 것이 맞는지 틀리는지 물리적으로 확인하기가 어렵다. 샘플로 몇 개를 본다. 우리도 한 번 회의할 때마다 1만건 가까이 조치하면서 허망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다고 근절되는 것도 아니고, 실효성 자체도 없고, 사회적으로 표현의 자유 관련 경색된 분위기만 만들 수 있고….”
3월 13일 <주간경향>과 통화한 한 방심위 위원의 토로다.
그럼에도 나름대로 소신을 지키려 노력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나 역시 관련 분야를 전공했지만 심의위원 하기 전까지는 (인터넷에 올라오는 불법정보가) 이 정도일지는 몰랐다. 나름대로 사회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 기대를 가지고 임하는 편이다.”
심의위원이 이전 회의록과 회의 안건, 불법정보 링크가 들어 있는 엑셀파일 등 회의자료를 받아보는 것은 통상 회의 시작 이틀 전이다.
디지털 성범죄 자료는 최대한 모아서 하기 때문에 바로 전날이나 당일 아침 메일로 전달된다.
“물리적으로 전수를 다 눌러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두 건 보기도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사무처에서 음란정보를 보는 팀은 한 달가량 이 업무를 하게 되면 무성애자가 된다고 한다. 악성코드 등이 심어져 있기 때문에 컴퓨터도 성할 수 없다. 사무처 건의를 신뢰하는 편이다.”
보안접속(https·SNI필드)차단 논란으로 다시 불거진 검열 논란에 대해 그는 “심의는 시대적 상황이나 국민 정서에 부응할 필요가 있지만 일단은 법률개정이 필요하고 국회를 거쳐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본다”며 “그런 것이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톤앤드매너’가 흐트러지면 기존에 해왔던 조치가 무의미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결정된 ‘위민온웹’에 대한 차단조치는 지난 3월 13일 실행됐다.
방심위 관계자는 “ISP별로 전달되고 실행되는 데 제각각 시간이 걸린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방심위에 따르면 3월 11일까지 SNI 필드 차단 방식으로 막힌 사이트는 6233건이다.
하지만 눈 가리고 아웅하는 상황이다.
이미 여러 우회 접속방법들을 인터넷에서 쉽게 얻을 수 있다.
기존 URL 차단-방심위의 Warning 페이지로 포워딩할 때의 논란과 본질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다. (주간경향 1061호, “웹의 자유 옥죄는 ‘방통심의위원회’…Warning.or.kr의 불편한 진실” 기사 참조)
<포브스>는 2012년 한국 정부의 온라인 포르노 차단조치를 ‘바가지로 태평양 물 퍼내기(Emptying The Ocean With a Bucket)’라고 꼬집었다.
사회적 합의가 새로 나올 시점은 이미 오래전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