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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영 동영상’ 보도, 여성들 목소리를 담아라

입력 2019.03.17 20:29

수정 2019.03.17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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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문화’라는 허울 속에서 이루어진 약물유통과 이를 이용한 성폭력, 불법촬영 문제가 연이어 폭로되는 중이다. 이를 보도하는 우리 언론의 태도는 예전보다 진전된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해당 불법촬영물을 보려는 생각 자체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행위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고, 이 사건이 몇몇 연예인들의 일탈 행위가 아니라 남성중심적 성문화의 본질적 해악 문제이며, 공권력과의 유착 등 사회구조적인 문제에 연결되어 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미디어 세상]‘정준영 동영상’ 보도, 여성들 목소리를 담아라

하지만 여전히 문제 있는 보도 양상이 존재한다. 채널A는 피해자를 언급하며 특정 여성 연예인을 추론할 수 있는 방송화면을 내보냈다가 사과했다. 검색어 노출을 겨냥한 언론사들의 어뷰징 기사 역시 여전했다. ‘속보’라면서 신중한 검토를 거치지 않은 채 경마식 보도를 일삼았고, 불법촬영 대신 ‘몰카’라는 잘못된 용어를 사용하거나 자극적 내용만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이런 보도 방식들은 저널리즘 원칙을 준수하기보다 시청률이나 클릭질을 유도하려는 목적을 날 것 그대로 드러낸다.

이런 보도행태만큼 문제인 것은 이른바 ‘정준영 동영상’이 각종 음란물 사이트뿐 아니라 우리나라 주요 포털의 검색어가 된 사실이다. 각종 단체채팅방에서 영상 유출본을 공유하겠다는 사람들이 나타나거나, 피해자가 누구일 것이라는 루머와 비난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 유포되었다. 남성의 성욕은 자연스러운 것이라 야동을 공유할 수도 있다는 요지로 남성의 의견을 전달하는 유튜브의 한 영상도 논란이 되었다. 언론이 2차 가해의 문제를 의제로 설정하는 동안에도 대중들 특히 일부 남성들의 인식 수준이 여전히 이 문제를 여성에 대한 심각한 폭력 범죄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고 장자연씨 사건이 더 중요한데 연예인 가십거리에 빠져 본질을 못 보고 있다고 주장하는, 온라인 공간 일각의 반응 역시 이런 사안에서 무엇이 문제인가를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다. 불법촬영물이나 클럽에서의 약물을 이용한 강간 범죄는, 여성의 몸을 사물로 여기고 상품처럼 취급해온 문제적 인식구조에서 비롯한다는 점에서, 별장에서 일어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폭력이나 윤지오씨가 증언하고 있는 고 장자연씨의 고발 문건과 사실상 같은 맥락 속에 있다. 더구나 이런 사안들을 통해서 우리는 수사를 담당하는 검경이 이 문제를 온전히 가해자 입장에서 판단하고 그들에게 편의를 제공했다는 점, 피해자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정당한 수사가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사실을 재확인하고 있다.

정당한 수사를 통해 정의를 구현하고 성평등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런 사안에서 무엇이 문제이며 여성들의 동등한 권리 주장, 안전에 대한 요구가 왜 핵심인지를 강조해야 한다. 언론은 사안의 자극적인 면을 부각하기보다 여성들의 목소리를 더 많이 사회적 공론장에 담아낼 필요가 있다. 2018년의 미투 운동과 혜화역 시위로 모인 여성들의 목소리는 남성중심적 문화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공권력의 부정의에 대해 대항하는 것이었다. 2015년에 여성들이 소라넷을 문제 삼기 시작한 이유는 약물을 이용한 강간을 버젓이 자랑하고 모의하는 글을 공개적으로 게시해도 아무런 제재가 없는 사회가, 불법촬영물을 자랑스럽게 전시하는 행위가 남성 연대 내에서 인정받는 계기가 되는 사회가, 어떻게 여성의 몸과 일상을 도구화하고 사물화하는지를 그 문제를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었다. 여성의 시민권을 부인하는 형태의 폭력이 일어나고 있음에도 그것이 남성의 성적 쾌락에 복무하는 한 ‘야동’이라는 이름의 가벼운 놀이처럼 간주되는 문제를 고발한 것이다. 지난 3월8일 세계여성의 날에도 여성들은 ‘버닝, 워닝’이라는 제하로 클럽에서 벌어진 약물을 이용한 성폭력 범죄 문제를 비판하는 행진을 했다. 언론이 앞으로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일은 이처럼 여성들이 구조적 폭력에 어떻게 대항해 왔는지를 가시화하고, 이러한 대항의 목소리들이 사회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드러내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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