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연예인은 도덕적 해이, 방송사는 검증 소홀 ‘NG 반복’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닫기

보기 설정

닫기

글자 크기

컬러 모드

컬러 모드

닫기

본문 요약

닫기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닫기

연예인은 도덕적 해이, 방송사는 검증 소홀 ‘NG 반복’

일만 터지면 “방송 하차”…잠잠해지면 슬그머니 복귀

시청자들의 TV 불신 키워

“도덕성 검증 시스템 필요”…부실 매니지먼트도 도마에

음주운전 보도 무마와 경찰 유착 의혹을 받는 FT아일랜드 최종훈씨가 지난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그는 이날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했다.  연합뉴스

음주운전 보도 무마와 경찰 유착 의혹을 받는 FT아일랜드 최종훈씨가 지난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그는 이날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했다. 연합뉴스

‘승리·정준영’ 사건과 연루된 유명 연예인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배우 차태현(43)·개그맨 김준호(44)씨의 ‘내기 골프’ 의혹마저 터지면서 연예인 개인의 도덕적 불감증에다 부실한 스타 매니지먼트 시스템, 시청률 지상주의로 매몰된 방송사들의 안일한 태도 등이 문제시되고 있다.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방송에서 하차하기로 했다.” 17일 배우 차씨와 함께 사과문을 낸 김씨는 10년 전인 2009년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입건될 때에도 KBS 2TV <개그콘서트>를 포함한 모든 방송을 접고 자숙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도 김씨는 ‘방송 하차’로 책임을 지기로 했다. 두 사람이 출연하고 있는 <1박2일>은 무기한 제작 중단을 선언한 상태로 폐지 등을 논의 중이다. <개그콘서트>는 당장 17일자 방송분에서 김씨 분량을 모두 편집했다.

그러나 방송 하차가 곧 면죄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에 따른 시청자들의 신뢰 하락, 출연분 편집으로 인한 프로그램 질 저하 등 제작상의 손실로 이어진다. 지난달 배우 안재욱씨(48)가 2003년에 이어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면서 뮤지컬 <영웅>과 <광화문 연가>에서 갑작스럽게 하차하는 일이 벌어졌다. 배우 김병옥씨(57)는 음주운전으로 불구속 입건돼 JTBC 드라마 <리갈 하이>의 첫 방송 직후 하차했다. 시청자 고인숙씨(52)는 “연예인이라고 해서 특별히 도덕적이길 바란 건 아니지만 우리 곁에 보통 시민처럼 선량한 사람이기를 기대했기에 실망스럽다”면서 “방송 하차로 책임을 진다고 하는데 지금 당장 제작진만 고생할 뿐 연예인들은 어차피 금세 복귀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시청자들은 ‘하차 카드’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동안 출연 연예인의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방송사와 관계자들은 단발적인 해결책으로 ‘방송 하차’ 조치를 취했다가 충분한 검증 없이 이들의 ‘이른 복귀’를 거들었기 때문이다. 실제 김준호씨는 10년 전 도박 혐의로 입건된 이후 7개월 만에 KBS 1TV <사랑의 리퀘스트>로 복귀했다. 불법영상물 촬영 및 유포 혐의를 받는 가수 정준영씨(30) 역시 2016년 같은 혐의로 입건됐다가 <1박2일>에서 하차한 후 4개월 만에 복귀한 전력이 있다.

최근 누리꾼들 사이에서 2015년 tvN <신서유기>를 준비 중이던 나영석 PD의 발언이 다시금 화제가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나 PD는 당시 “(<신서유기>의 목적은) ‘죄인’들이 편하게 예능에 참여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개그맨 이수근씨가 2013년 불법도박 혐의로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지 채 2년이 되지 않아 방송 복귀에 성공했다. 일부 시청자들이 과거 문제 연예인들을 출연시키는 프로그램을 두고 그들의 과거를 희석하는 ‘세탁소’라고 부르는 이유다.

‘세탁소’라는 오명에도 불구하고 방송사들은 연예인들의 도덕성 검증 시스템을 거의 갖추지 못한 상태다. SBS 관계자는 “연예인이 공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면 그 출연분을 편집하거나 하차를 결정한 뒤, 복귀 여부는 추후 내부 심의를 통해 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사전에 연예인의 도덕적 문제를 검증하거나 책임을 묻는 시스템은 갖추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근 <1박2일>의 무기한 방송 제작 중단을 선언한 KBS가 “앞으로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출연자 검증 시스템을 강화하는 등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것에서도 관련 시스템이 전무한 현실을 알 수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중요한 것은 과거 잘못을 저지른 연예인이 이를 반복하지 않을 만큼 충분히 반성했는지 검증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청문회에서 인사검증을 하듯이 방송사에서도 내부적으로 연예인들의 도덕성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면서 “출연 계약 시 프로그램을 시작한 이후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겠다는 서약을 받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예인의 일거수일투족을 ‘관리’하는 매니지먼트사에서도 연예인들의 사생활 문제를 적극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한국의 매니지먼트 회사 대부분이 ‘인간적인 관계’에 기대어 운영되기 때문에 매니저가 연예인의 사생활 문제를 언급하거나 견제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 ‘정준영 사건’ 등을 보면 연예인들의 사생활 문제가 소속사에 입히는 손해가 너무 막대하다 보니 앞으로는 연예인들의 도덕성 문제를 관리하는 가이드라인과 시스템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 AD
  • AD
  • AD
닫기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