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과 경찰 간 유착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경찰관 3명을 추가로 ‘대기발령’ 조치했다. 이들은 공무상비밀누설 등의 혐의를 받는다.
원경환 서울지방경찰청장은 18일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청 산하 경찰관 중 이번 유착 의혹과 관련돼 있는 사람 3명을 어제부로 대기발령했다”고 밝혔다.
원 청장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 청장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서울청 광역수사대·지능수사대·사이버수사대 등 전방위적으로 수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적 불신과 우려 상당하다는 것을 높게 인식하고 있다. 지휘 고하 막론하고 엄중히 조치하겠다는 말씀드린다”고 했다.
경찰에 따르면 추가로 대기발령된 3명은 모두 서울지방경찰청 산하에서 일하고 있는 경찰관들로, 모두 강남경찰서에서 재직한 경력이 있다.
크게 보면 승리 등의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경찰총장’으로 불린 윤모 총경의 부탁을 받고 들어준 ㄱ씨와 ㄴ씨 등 2명과 전직 경찰관 강모씨(구속)에게서 부탁을 받고 직무를 유기한 김모씨 등이다.
ㄱ씨와 ㄴ씨의 경우 승리와 유리홀딩스 유모 대표가 2016년 7월 강남에 공동 설립한 술집 ‘몽키뮤지엄’의 식품위생법 위반 사건에 관해 윤 총경이 ‘사건을 알아봐달라’고 부탁한 것을 전해 듣고서 이를 말해준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를 받는다. 경찰은 두 사람을 피의자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몽키뮤지엄은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하고 클럽처럼 영업을 했다가 문제가 돼 경쟁 업체로부터 신고를 당했다. 당시 강남경찰서는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경은 몽키뮤지엄 사건이 불거지자 자신이 생활안전과장으로 근무했던 강남경찰서 팀장급 직원에게 전화해 사건에 관해 물어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몽키뮤지엄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관 ㄱ씨와 당시 윤 총경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던 다른 경찰관 ㄴ씨를 지난 15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윤 총경은 강남서 재직 당시 부하 직원이었던 ㄴ씨를 통해 ㄱ씨가 수사 중이던 몽키뮤지엄 사건의 수사 과정을 알아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실제 윤 총경이 사건에 영향을 미쳤거나 대가로 금품이 전달됐다면 죄명이 바뀔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씨의 경우 지난해 7월 버닝썬의 미성년자 출입사건을 담당했던 현직 경찰관으로서, 강씨로부터 부탁을 받고 사건을 무마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성관계 동영상 불법 촬영·유포 논란을 빚은 가수 정준영(왼쪽)과 성 접대 의혹이 불거진 빅뱅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가 14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지방경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이상훈 선임기자doolee@kyunghyang.com